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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주변의 이웃을 돌아봅시다-메트로 밴쿠버 푸드뱅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20 00:00

굶주린 이들에게 오아시스 역할 매주 2만5000명에게 음식 제공

아이팟, 휴대폰 최신형, 컴퓨터. 이것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때 원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세상 어디를 가나 아이팟은 커녕 밥 한끼 조차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집이 없고 돈이 없어서 강물도 꽁꽁 어는 추운 밤에도 밖에서 매일 밤을 지새야 하는 노숙자 역시 많다. 우리는 두꺼운 잠바를 포함하여 옷을 몇 겹이나 껴입어도 밖에만 나가면 추위에 몸을 떠는데, 가진 것이라곤 얇은 티셔츠밖에 없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어느 선진국에 가더라도 주위 사람들은 이들한테 너무나도 냉정하다. 밖에 거친 폭풍우나 우박이 쏟아져도 노숙자들의 출입을 허락하는 쇼핑몰, 빌딩 아니면 가게가 있는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추위에 따뜻한 잠자리는 커녕 밥 한끼도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타인이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당장 한끼 식사도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면 어떠할까? 사람을 지탱해주는 영양을 원초적으로 차단당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그 상황이 몸서리쳐지도록 무섭기까지 하다. 주거가 안정적인 사람도 필요한 영양을 섭취 못하면 당연히 병들게 되거늘 하물며 불우한 사람들이 겪는 그 고통이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절대 빈곤은 타파되어야 하고 의식주는 기본적인 사람의 권리라고 얘기하는 것일 게다.

굶주림을 비롯한 빈곤 문제는 후진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에 하나인 밴쿠버에도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빈곤 문제가 없어지지 않고 있다. 거리에서 “I am hungry”라는 푯말을 들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굶주림에 추운 길거리에서 움츠린 채 절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나마 이 같은 아픔을 줄이기 위해, 절대 빈곤과 굶주림을 덜어주기 위해 묵묵히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단체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노력에서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아직도 밝은 빛을 잉태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빈곤을 추방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여러 단체들 중에 특히 우리 눈에 띄는 곳이 있다. 광역 밴쿠버 푸드뱅크(Greater Vancouver Food Bank Society: GVFB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떻게 하면 극빈자들의 굶주림을 줄일 수 있을까 해서 생겨난 단체이다.

GVFBS는 1981년에 밴쿠버에 닥친 불경기 속에서 계속 늘어가는 극빈자를 돕기 위해 생겨난 단체로, 1982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어언 25년이라는 성년이 되었고 그간에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많아지고 있다. GVFBS는 캐나다 정부에서 도움을 전혀 받지 않는 독립된 단체로서 회사나 시민들 같이 일반 기부자들의 기부(Donation)를 통해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총 16개의 음식 보급소가 밴쿠버, 뉴웨스트민스터, 버나비, 그리고 노스쇼어에 퍼져있다. 푸드뱅크가 처음 생겨났을 땐 매주 200명 정도가 음식을 픽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은 보급소를 통해 매주 9000명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한편 100개가 넘는 대리점과 단체들에게 음식을 보내주어 이들을 통해 1만6000명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즉, GVFBS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음식을 제공받고 있는 사람은 매주 총 2만5000명에 달하는 셈이다.

푸드뱅크가 제공하는 음식은 누구나 받을 수 있다. 굶주려 배고픈 사람은 물론 굶주림에 위협을 느끼는 일반인도 누구나 음식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당초 푸드뱅크의 설립취지만큼 되도록 절박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즉, 매일같이 음식을 제공하지 않고 오직 일주일에 한번씩 음식을 제공해서 항상 절박한 사람들을 위한 음식을 비축하고 있다. 비록 1주일에 1회씩 음식을 나눠주긴 하지만, 한번 제공할 때마다 3~4일 동안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의 음식을 주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푸드뱅크를 통해 지난 한해 동안 제공된 음식은 총 800만 파운드에 달한다. 363만6400kg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이 모든 음식들이 일반 시민들과 뜻 있는 회사들의 기부에 의해서 모아진 것이다. 같은 시간, 같은 지역 안에서 우리가 더불어 사는 이 사회에서 생활의 기적이 매 순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동적이고 세상을 살 맛나게 한다.

어떻게 해서 일반인들이 엄청난 음식을 제공하고 있을까? 그 중에 하나가 푸드뱅크에서 설치한 음식 기부함이다. 밴쿠버 곳곳에 많이 설치되어 있는 기부함을 통해서 십시일반 음식들이 모여든다. 슈퍼마켓, 종교기관, 대형 유통체인 등 우리 주변에 푸드뱅크가 설치되어 있는 만큼 한번쯤 눈 여겨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학교, 일반 단체, 기업 등에서는 매년 겨울과 추수감사절 즈음엔 푸드 드라이브(Food Drive) 행사를 개최해서 여기서 모은 음식을 푸드뱅크에 기증하기도 한다. 이밖에 GVFBS 자체적으로 주최하는 여러 스페셜 이벤트에서도 많은 음식이 모인다.

푸드뱅크에 따르면 음식 기부는 보통 겨울철에 많이 몰린다고 한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겨울철에 모아지는 식품의 양은 한 해 총량의 80%에 달한다고 한다. 이 말을 다시금 생각해보면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 여름이 되면 기증자나 기증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동시에 자원 봉사자도 많이 준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여름에는 항상 일손과 음식이 딸린다고 한다. 굶주림은 계절과 상관없이 타파되어야 할 고통인 만큼 여름에도 많은 기부자들이 생겨서 계절과 상관없이 꾸준히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푸드뱅크에 참여하는 방법은 음식을 기부하는 것 외에 현금을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GVF-BS에 따르면 음식보다 현금 기부가 더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푸드뱅크 단체에서도 상당량의 필요한 음식을 매주 사들이는데, 현금이 확보되어 있다면 대량으로 음식을 살 수 있는 만큼 훨씬 싸게 구입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한 예로 현재 푸드뱅크가 음식을 구입할 때 지불하는 가격은 시중가격의 1/3 수준이라고 한다. 즉 일반 시민들이 1달러를 기증하면 푸드뱅크는 3달러에 해당하는 음식을 구입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음식 중에는 ‘필요한 음식’이 있기 마련인데 음식기증에만 의존하면 이 ‘필요한 음식’을 확보할 수가 없단다. 때문에 성금기부가 있을 경우에는 이 ‘필요한 음식’을 구입할 수 있어서 훨씬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한다. 성금 기부을 희망하는 사람은 인터넷으로 하는 방법, 직접 방문해서 성금을 전달하는 방법, 또는 체크를 우편으로 보내는 방법이 있다. 기부금이 20달러 이상이면 세금공제혜택이 있다. 인터넷으로 기부하고 싶은 사람은 웹사이트 www.foodbank.bc.ca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한편, 푸드뱅크는 자원봉사자를 많이 모집하고 있다. 독립된 자선단체이다 보니 모든 활동도 자원봉사자의 힘에 의존하고 있다. 음식창고에서는 각종 음식을 분류하는 일, 트럭이나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각 보급소에 음식을 전달하는 일, 보급소에서 극빈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일, 사무실에서 각종 서류작업을 하고 행정을 맡아서 하는 일 등 푸드뱅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바로 자원봉사자의 손과 발을 통해서 이뤄진다.

때문에 항상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푸드뱅크에서 봉사하고 싶은 사람은 개인이든, 그룹이든 망설이지 말고 직접 GVFBS에 전화를 걸면 된다. 친절하게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들을 수 있을 것이며 올 겨울 우리의 마음은 더 없이 따뜻한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작은 도움을 통해서 많은 불우한 사람들은 더없이 따뜻한 위안과 훈훈한 정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홍지연 인턴기자 jiyoun.ho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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