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장충동 할매족발, 밴쿠버 지존 앞에서 무릎 꿇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14 00:00

주부 이제니씨 / 뉴웨스트민스터 거주

“Oh~~  No~!! ”
팔다리 휘저으며 거부해도 거침 없이 남의 차 유리에 비누거품 치익~ 뿌려 대충 닦은 다음 손 내미는 히피족 부부의 삶에도 행복은 있겠지? 물어보면 열이면 아홉은 ‘쓸데 없는 관심’이라며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도 궁금한 일만 있으면 원고마감에 쫓겨 숨도 못 쉬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자질구레한 것들을 묻는다.

그러나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과 쓸데 없는 정보는 없다. 늘 열어둔 호기심이 건져내는 알짜 정보도 많이 있다. 족발레서피 이야기 앞에 서론이 길고 긴 까닭, 바로 그렇게 열어 둔 귀가 이런 알짜 레서피를 찾아냈다는 이야기다.

“햐~ 족발이 얼마나 맛있는지 기가 막혀. 본인은 돼지고기를 한 입 먹지도 않으면서 완전히 장충동 할매족발 맛이라니까……”

▲ 같은 여자이면서도 조용조용한 말씨에 소리없이 강한 살림 솜씨를 가진 주부를 만나면 주눅부터 든다. 아직 20대 같은 몸매와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나이 들어 손님 접대하는 게 힘들다’는 이제니씨.사진촬영을 고사해 겨우 건진 사진이다. 냉장고와 냉동고 안 재료들을 모두 꿰고 있으니, 한밤에 남편 손님들이 ‘쳐’들어가도 걱정없을 것이라는 게 주변사람들 말이다.

요리 레서피는 머리 맞대고 밥 먹는 자리에서 많이 오는 법. 그걸 놓치지 않는 게 또 기자의 직업적인 감각이다. 그 남편 이승우씨부터 찔렀다.

“사모님 족발 솜씨가 기가 막히시다면서요?”
“솜씨는요…. 친구한테 배워서 하는 걸요.”

아내 자랑에 인색한 우리나라 50대 가장이 부인 칭찬에 펄쩍 뛰는 건 이해한다손 쳐도, 부부가 세트(?)로 펄쩍 뛰는 데는 당해 낼 재간이 없어 한발 물러 설 즈음 전화가 걸려왔다.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분들께 대접을 겸해 족발 한 박스, 16개를 만들겠다는 것. 대신 사진은 찍지 않는다는 ‘기자로서 죽어도 지키지 못할’ 조건 하나가 붙어 있었다.

그녀, 참 순진하시긴…… 부탁할 걸 부탁하고, 믿을 걸 믿어야지. 주인공 없는 기사가 어디있남.
“사진, 괜찮아요. 까짓, 안되면 제 사진 내죠 뭐~ 세금도 안 붙는데……”
독자들은 이미 눈치채셨을테니만, 이런 경우 대답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결과도 정해져 있다.
어떻게든 꼬드기는 기자의 ‘말 빨’ 앞에 결국 ‘얼짱’ 각도로 카메라 앞에 서서 뽀사시하게 웃고 만다는 사실. 송년회를 겸한 이제니씨의 족발 레서피도 물론……그 수법…… 그동안 경험에 의하면, 결코 지킬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레서피 지면에 등장했던 주부들이, 알고 보면 요리솜씨 살림 솜씨 한 번 ‘삐까번쩍’했던 것을. 그녀도 그랬다.

▲이제니 주부가 만든 족발. 본인은 돼지고기를 한입도 먹지 않으면서 장충동 할매족발처럼 맛있는 족발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재주가 놀라울 뿐이다.

 그녀의 돼지족발요리는 6박7일 동안 진행되었다. 남편 이승우씨가 랭리 돼지 도살장에서 직접 싱싱한 족발을 사온 한나절은 일정에서 제외하고도, 불에 잔털 그을려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양념 만들고 족발 고은 것이 하루. 완성된 족발을 살만 발라내어 랩과 호일에 싸서 냉동실에서 얼린 다음, 다음 주말에 날 잡아 파티를 벌인 날까지 꼬박 1주일이 걸렸다.

냉동실에 얼린 족발을 꺼내 썰어 내던 날, 그림 같이 아름다운 그녀의 집에 초대 된 사람은 10명. 레서피 지면 애독자도 있었다. 쫀득한 족발 앞에 푹 빠졌던 그녀들, ‘레서피’ 음식 먹고 나면 맛깔스런 음식 만들어 꼭 은혜를 갚아야 복 받는다는 전통, 요건 몰랐겠지?

이 글 보며 당장 셀폰부터 끄고 싶겠지만, 셀폰 통화가 되지 않을 경우 ‘본인 부재로 인한 허락’이라는 유권해석 에 의해 첫 당첨자가 된다는 세부규정도 기억하시길. 그러게 족발 16개를 어떻게 단숨에 거덜 내냐고.

경상도 여자 목소리 크고 드세다는 것도 다 옛말. 차분하게 소리 없이 강한 여자 이제니씨. 경상도 상주가 고향이라는 그녀를 보면 ‘천상 여자’라는 말이 무색하다. 아들 둘 모두 대학생인 그 나이에 하나 흐트러짐 없는 자기 관리로 ‘한 떨기 코스모스’같은 그녀, 요리를 하면서도 조용조용, 웃음 소리조차 잔잔하다. 게다가 돼지 한 마리 분량의 족발 한 솥을 해 놓고도 단 한 점 입에 넣어보지 않는 그 의지력은 본받고 싶을 지경.

남편이 한밤에 예고 없이 손님들을 ‘떼’로 몰고 가도, 두서없이 허둥대지 않고 냉동실 뒤져 가만가만 찌개를 끓여 내 놓는다는 그녀. 언제 만나도 같은 느낌, 언제 들어도 숨소리와 같은 잔잔한 파장을 내며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모습. 부부가 어쩌며 그렇게 똑같을까. 참 신기하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맛있는 족발 만들기>

■ 재료 족발 5개(1박스 15kg, 14~16개) 40달러 내외, 물 2500cc
■ 소스 간장 100g, 흑설탕 100g, 맛술 100g, 마늘 3통, 양파 2개, 생강 2~3개, 월계수 잎 10개,
계피 4개, 통후추 1ts, 매운 고추 20개, 대파 4뿌리

[싱싱한 족발 구입처]  britco pork ☎(604) 533-3911(이곳은 돼지를 잡는 도살장으로 돼지고기의 모든 부위를 구입할 수 있다)

■만드는 방법

① 돼지 족발을 불에 그을려 잔털을 제거한 다음, 끓는 물에 살짝 삶아 찬물에 씻는다.
② 준비된 소스 재료를 모두 넣고 손으로 살짝 눌러 재료가 잠기게 한다.
③ 소스가 1차 끓으면 돼지 족발을 넣고 센불에서는 1시간30분, 가정집 불에서는 2시간 정도 끓인다.
④ 접시에 족발 한 개를 꺼내어 젓가락으로 찔러 보아서 피가 나지 않으면 익었다.
⑤ 뜨거울 때 뼈에서 살을 분리한다.
⑥ 발라 낸 살을 랩에 싼 다음, 호일로 돌돌 말아서 냉동실에 넣는다.
⑦ 먹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면 단단하면서 깔끔한 족발이 된다.

■ Cooking Point
① 소스를 먼저 한번 바글바글 끓인 다음 족발을 넣으세요.
② 끓인 족발은 하나를 꺼내어 젓가락으로 찔러본 다음 피가 묻어나지 않는 때부터 30분 정도를 더 끓이세요.
③ 색깔이 진 갈색이 될 때까지 고아 주세요.
■ Cooking Tips
① 매운 맛을 더하려면 칠리를 더 넣으세요.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