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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잠시 바쁘면 가족이 행복해져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12 00:00

강윤주씨의 엄마표 수제 돈가스

어쩌다 요리를 하면 온갖 그릇 다 꺼내놓고 음식재료 찌꺼기에 싱크대 주변은 물바다로 만들며 폭탄 터진 주방을 만들어 놓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노스밴쿠버 이현자씨처럼 수 백 명의 요리를 혼자 척척 해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요리의 고수일수록 마치 완벽한 설계도면을 보며 멋진 건축물을 짓고 있는 노련한 건축가처럼 소리 소문 없이 조용조용 해치운다. 그래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아, 요리가 저렇게 쉬운 거구나’ 오해를 하게 만든다.

이런 노장들에겐 서툰 도우미들이 오히려 귀찮은 존재. 강윤주씨가 그렇다. 한가지 요리를 만들면 그 요리에 어울리는 소스와 에피타이저, 디저트 그리고 마실 음료까지 완성된 상차림을 머릿속에서 한번에 그려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만드는 그녀. 원래 그녀의 매운 손끝을 처음 본 건 요리보다 바지 아랫단 수선을 하는 바느질 솜씨가 먼저였다.

▲ 그녀의 손길이 거쳐가면 낡은 소파가 커버만으로 새것으로 변신하고 커튼과 소품이 집안을 탈바꿈시키는 마술 같은 손을 가진 강윤주씨.

그녀는 의상디자인과 요리 솜씨로 밴쿠버 웨스트 제미슨 초등학교의 스타 ‘빌리 엄마’처럼, 경기도 일산 아파트 아줌마들 사이에서 ‘마술’ 같은 홈 패션 솜씨로 명성 드높았던 사람. 어떤 모양이라도 천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한번만 보고 눈 감고서도 똑 같이 만들어낼 만큼 타고난 감각과 눈썰미로, 주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들어 이민 직전에는 그녀가 떠나기 전 맡기려는 사람들 때문에 무려 두 달간 밤낮을 꼬박 새워야 했다. 더 놀라운 건 정식으로 허가 내고 간판 내건 사람도 아니지만 일산에서 분당을 뛰어다녀도 시간이 모자라서 거절하기 바빴던 그 솜씨가, 디자인 공부를 했거나 누군가로부터 배운 적 없는 ‘독학’이란 거다. 언젠가 정식으로 의상디자인을 공부하려고 학원에 등록을 했다가 수치에 매달리는 초보과정에 ‘화딱지’가 나서 당장 그만두었다. 말하자면 무조건 의상관련 공부한 경력이나 교육기간에 매달려 그녀의 영재성을 파악하지 못한 학원 강의가 오히려 그녀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했던 것.

이렇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형 옷을 만들어 입히며 엄마가 외출한 사이에 재봉질하는 게 취미였던 그녀의 타고난 감각과 재능은 딸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된 듯. 큰딸 강민경양은 세계 8개 명문대학에서 당당히 입학 허가를 받아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얼마 전 미국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파티에서는 그녀가 직접 디자인 해서 만들어 입힌 프랑스 왕비 ‘마리 앙뜨와네뜨’ 풍 드레스가 그날 최고의 베스트 드레서로 뽑혔다. 초등학생인 늦둥이 아들의 할로윈 파티복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속 주인공이 입은 옷들로 매년 다르게 만들어 입힌다.

딸을 미국의 기숙사로 떠나 보낸 요즘은 초등학생인 늦둥이 아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그녀. 둘이었다가 하나만 키우는 이젠 좀 시간이 날 법도 하지만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녀의 재능을 익히 아는 사람들이 잠시도 그녀를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나 밴쿠버 포트 무디 산자락에서 살 때, 포트 코퀴틀람에서도 맞춤 홈 패션, 옷 수선을 조금씩 해주며 짬짬이 퀼트 강좌도 열어 주변에서 살고 있는 주부들의 무료한 시간을 채워준다.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재주가 뛰어난 그녀의 레서피를 구경하러 온 이웃 주부들이 요리강좌도 열어 달라고 하자 또 거절하지 못하고, 집에서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을 해주겠노라 약속을 하고 만다. 구두 약속이지만 또 꼭 지키는 그녀의 성품을 알기에 ‘아이구, 일 하나 또 늘겠구나’싶다.

부지런해서 누구보다 더 바쁜 밴쿠버에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항상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며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속 정(情) 깊은 그녀. 묵묵한 편이라 처음 만난 사람과 단숨에 친해지기보다 한번 친해 진 사람들과 10년, 20년 변함없이 지낸다.

오래 전 스치듯 했던 약속을 기억했다가 촬영 하루 전에 부탁해도 “장 봐야겠네” 한마디가 끝. 그래서 많은 말로 대화 한 적 없어도 그녀를 생각하면 어쩐지 친근한 느낌 들고, 그래서 또 쉽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재료

돼지고기, 베이글 등 빵, 계란, 밀가루, 식용유
돈가스 소스: 멸치, 다시마 육수+하이라이스 소스+토니로마스소스+양송이
돈가스 애벌 소스: 사과, 생강, 후추
오렌지 샐러드 소스: 오렌지 1, 올리브유 2, 식초1/3, 설탕 약간, 소금 약간
야채버터 볶음: 양송이, 당근, 옥수수, 양파 등 갖은 야채

소스 만들기

① 돈가스 소스: 멸치와 다시마 육수에 하이라이스 소스를 섞어 끓이다가 토니로마스 소스와 양송이를 넣어 돈가스 소스를 만든다.
② 돈가스 애벌 소소: 사과 생강을 즙을 내 후추가루만 뿌려 만들어 둔다.
③ 오렌지샐러드 소스: 오렌지를 갈아서 올리브유와 식초를 넣고 설탕으로 맛을 낸 뒤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다.
④ 야채버터볶음: 준비한 야채를 버터를 넣어 센 불에 잠깐 볶은 다음 불을 줄여 물 없이 익힌다.

돈가스 만드는 법

① 어슷썰기로 고기에 칼집을 낸다.
② 돈가스 애벌 소스를 솔로 살살 바른다.
③ 2의 고기를 밀가루 앞뒤로 묻혀 준다.
④ 계란을 풀어 3의 고기에 옷을 입힌다.
⑤ 갈아 둔 빵가루를 꼭꼭 눌러 가며 옷을 입힌다.
⑥ 160도 정도 온도를 올려 돈가스를 튀긴다.

■ Cooking Point
① 고기에 빵가루를 묻힐 땐 꼭꼭 눌러주세요.
② 빵가루는 젖은 빵을 믹서에 갈아서 사용하세요. 마른 가루는 속이 익기 전 타버립니다.
③ 튀김 온도는 빵가루 하나를 넣어 2초 후 ‘파삭’ 소리 날 정도면 적당합니다.

① 돈가스소스용 육수는 멸치가 우르르 끓을 때 불을 끄고 다시마를 넣어 우리면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② 토니로마스 소스로 돈가스 소스의 색깔을 조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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