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근처만 가도 진한 송이버섯 향이 솔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05 00:00

제철 만난‘송이’어디 숨어 있을까?

밴쿠버에서 늦여름부터 소문만 무성한 자연산 송이. 정작 송이채취에 나서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밴쿠버 자연 송이는 특히 송이가 크고 질이 좋아 많이 나오는 산자락 아래는 어김없이 일반인들이 채취한 송이를 구입하려고 상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밴쿠버 근교에서 송이버섯을 딸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 있다. 그러나 아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송이버섯이 자라는 서식처를 찾아 나선 늘산 박병준씨를 따라 송이버섯 채취에 나섰다.

◆가을 송이를 찾아서
“차를 타고 가다가 산 입구부터 눈을 가리고 따라오세요.”
‘아름다운 서부캐나다’ 발행인 박병준씨의 농담이다. 송이버섯 서식처는 ‘아들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 귀한 곳이라는 말처럼, 인디언들은 송이채취 가는 날은 한밤중 새벽에 갔다가 아침이면 돌아온다고 한다. 만약 몰래 뒤를 따르는 차량은 여지없이 ‘펑크’를 당하는 수난을 면치 못한다는 것.
코퀴틀람에서 아침 9시에 출발, 1번 고속도로를 따라 호프 방향으로 2시간쯤 달리면 1번 고속도로는 코퀴할라 고속도로로 바뀐다. 가을을 맞은 고속도로 주변 들과 산은 벌써 단풍이 물들고 있어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계절임을 느끼게 한다.  
송이서식처를 가는 길목에는 ‘람보’영화 촬영지와 개인이 운영하는 아름다운 농원과 박물관 등 잠시 차를 세워놓고 가볼 만한 곳도 여러 곳이 있다. 그러나 송이를 따러 떠나는 일행들의 표정은 전투에 나서는 군사들 마냥 비장한 기운마저 감돈다. 
일행을 인솔하고 나선 박병준씨는 “자연산 송이버섯은 한 달 전 ‘밭’을 발견했다고 해도, 같은 장소에서 오늘 한 송이도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 가방 가득 넘치도록 송이를 채취한 곳을 간다 해도, 올해 송이를 채취할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이어 송이버섯의 생태와 유통과정, 종류에 관한 이야기가 구수하게 이어지자 차 안은 벌써 송이를 채취하고 돌아오는 사람들 마냥 흥분으로 가득 찼다. 

◇ 송이 버섯은 갓이 피지 않고 뭉툭해야 상급으로 대접 받는다. 박병준씨의 인솔하에 김해영씨와 다섯명이 떠난 송이여행은 오고 가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투자한 시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었다. 사진은 솔잎 흙 속에서 채취한 송이 버섯과 센추럴 버섯.

◆코퀴할라 하이웨이 지나 구 메릿 가는 도로
177번 출구를 지나 잠시 후 코퀴할라 하이웨이 우측, 메릿으로 가는 입구 간판이 보였다. 코퀴할라 하이웨이가 생기기 전 메릿으로 가던 구 도로인 이 길을 따라 약간 아래로 경사진 길을 내려가자 작은 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 막다른 삼거리에서 차를 세웠다. 왼쪽은 메릿(MERRITT)으로 가는 길, 오른 쪽은 차량 통행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차를 이곳에 주차하고, ‘흡’ 숨을 멈춰 몸 부피를 줄인 다음 바리케이드와 돌 사이 틈새로 들어갔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간 길가 여러 곳에 곰 배설물이 있다. 간혹 이 길에서 곰을 만날 때도 있다는 박병준씨는 곰이 배설해 놓은 오물을 뒤적거려 곰이 다녀간 시간을 확인했다. 이 비포장도로를 따라 20분~30분쯤 걸어가자 큰 개울과 마주쳤다. 이 개울을 우측으로 숲 속으로 진입, 아래로 거슬러 내려가며 송이를 채취할 수 있다고 했다.
이곳은 몇 해전 유병옥 시인이 쇼핑백 가득 송이를 채취한 후, 산을 나오다가 송이를 밟고 미끄러져 급히 잡은 것이 또 송이였다는 시상을 떠올리게 한 곳. 눈 가리개로 안대를 하지 않아도 산속에서 길을 잃을까 염려된다.

◆소나무 밑둥치 근처에 서식
처음 송이채취에 따라나선 사람에겐 ‘이게 송이’라고 가르쳐 줘도 도무지 눈에 보이질 않았다. 소나무 밑둥치 근처 솔잎과 이끼를 머리에 얹은 채 다소곳하게 땅 껍질을 뚫고 봉긋 솟은 송이는 근처만 가도 향이 난다. 일반 버섯처럼 갓이 올라 왔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솔잎과 이끼가 들춰진 곳의 흙을 파내어야만 송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쉽게도 그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땅이 말라 송이가 여기저기 말라 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먹을 만한 송이는 따고, 채취한 자리는 흙으로 살살 덮어주었다. 송이를 따고 흙으로 덮어주면 다시 그 자리에서 1주일이면 새 송이가 올라온다는 인솔자 박병준씨의 사전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피기 전의 향긋한 송이는 5송이 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센추럴’이라는 버섯과 노랑 버섯은 제법 많이 채취해 올 수 있었다.

◆보물 찾기 하는 재미 만끽
이 날은 올해 밴쿠버에 비가 내리지 않은 여름기후로 인해 대량으로 채취하는 것은 실패했다. 하지만 천혜의 자연조건에서만 서식하는 송이를 찾아, 보물 찾기 하듯 이끼와 솔잎을 뒤지며 산줄기를 타는 것도 송이 맛에 버금가는 즐거움. 그러나 며칠 내내 조금씩 쏟아진 비로 어쩌면 지금쯤 송이버섯 집성촌을 이루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송이가 아니라도 운동 삼아 노랑버섯과 센추럴버섯 채취를 하고 싶은 사람은 한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은 곳이다.

◆ 송이 찾는 법
소나무가 있는 근처, 산 아래쪽에서 위쪽을 향해 찬찬히 살펴보면 이끼가 살짝 들춰진 부분이 있다. 송이가 이끼를 들고 일어난 흔적이다. 송이를 발견하면 채취를 할 때 조심해서 자른 다음 반드시 그 자리는 주변의 이끼와 흙으로 덮어주어야 다시 포자가 자랄 수 있다.

◆손질과 보관 법
갓이 피지 않은 송이는 뿌리에 묻은 흙이나 이물질을 헝겊으로 닦아낸다. 이때 껍질이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향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갓이 핀 송이는 갓 안쪽에 흙이 많이 묻어 있으므로 고인 물에 자루 부분을 쥐고 물 속에서 아래위로 흔들어 주면 제거된다. 갓 머리는 쓰다듬듯 조심스럽게 흙을 제거한다. 먹을 때는 칼로 자르지 말고 손으로 찢어 먹는 것이 한결 맛을 더한다. 보관을 하려면 대강 흙을 털어낸 후 랩이나 신문지, 한지 등에 낱개로 잘 싸서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면 최장 두 달 간은 맛과 향을 잘 보존할 수 있다.
 
◆찾아 가는 길
1번 고속도로를 따라 호프방향-> 코퀴할라 하이웨이-> 177번 출구를 지나 우측 옛 MERRITT 도로 방향표지가 보이면 빠진다. -> 작은 다리를 건너면 막다른 삼거리-> 왼쪽으로 MERRITT 가는 표지판이 있고, 오른쪽 바리케이드가 보이면 주차 후 바리케이드를 지나 비포장도로를 걸어 개울이 나올 때까지 직진한다. 개울 건너 우측 산이 송이 서식지로 알려진 곳.
*초행길에 찾아가기 어려운 분은 10월 7일 이후 전화하세요. (778-317-7636) 

이재연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