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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담는 실험 정신 ‘조용필 애창곡’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05 00:00

밴쿠버영화제 용호상 후보 오른 감독 2人

올해 밴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 경쟁부문에 작품을 올린 2명의 한국 감독들은 실험성이 강한 작품들을 가지고 왔다. 두 감독 모두 한국을 잘아는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씨를 통해 밴쿠버 영화제를 찾게 됐다. 4일 발표된 용호상에서‘조용필 애창곡’ 김종국 감독(사진)은 실험성을 인정받아 심사위원 특별언급 대상이 됐지만 아쉽게도 상은 중국 감독들에게 넘어갔다.

 ‘조용필 애창곡’ 김종국 감독

김종국 감독은 자신의 출품작에서 63분의 롱테이크(long take)를 구사했다. 기존 필름방식 영화라면 예산 면에서 큰 무리가 가기 때문에 디지털 촬영으로만 가능한 촬영방식이다. 또 다른 시도는 시간의 진행에 따라 차츰 화면에서 색을 하나씩 벗겨나가, 컬러로 시작해 흑백으로 끝나도록 한 실험이다. 2000년대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김 감독은 고(高)비용의 철옹성에 둘러싸여있는 영화계를 디지털이 해체해 민주화를 일으킬 것이라 보고 디지털 매체의 실험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누구나 다룰 수 있는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예술성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다. 마치 화가가 팔리든 말든 간에 마음과 생각과 사물을 담아 한 점의 그림을 그려놓는 것과 비슷하다. “조용필 애창곡은 3~4년 전에 찍어둔 것을 다시 꺼내보고 마무리해서 올린 작품입니다. 다시 꺼내놓고 보니 플롯은 ‘브로크백 마운틴’하고 닮았고 러닝타임 내내 롱테이크도 한국에서는 많이들 쓰는 기법이 됐네요. 그래도 토니가 좋다고 해서 초청받았습니다.” ‘조용필 애창곡’은 한 시간 촬영에 한 시간 편집, 예산은 전혀 들지 않았기에 흥행 책임은 없는 영화다.

김 감독이 보려는 영화세계에서는 개인이 부각된다. “한국 사회가 집단과 조직의 힘이 강해요.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면 소위 왕따가 되지요. 저는 집단에 밀려난 개인성을 영화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커다란 집단 속에 개인의 위치를 조망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거지요.”

예산 부담없는 디지털 영화감독으로 디지털 실험을 좀 더 해보고 싶다는 김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2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30대 북한의 선전용 인민배우가 탈북, 포르노계의 최고 스타가 되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름대로 최고봉에 오른다는 이야기와 초등학생 나이에 부랑자가 된 아이가 돌아보는 서울의 모습이다.

디지털로 담은 나의 이야기 ‘아스라히’ 김삼력 감독

용호상 후보에 함께 올랐던 ‘아스라히’ 김삼력 감독(사진 위 오른쪽)과 이승태 프로듀서(왼쪽)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스라히’는 젊은 김 감독의 영화 인생이 담긴 영화로, 한국과 일본 독립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보통 이런 영화 찍고 영화계를 떠나기 때문에 영화계 떠날 거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스라히’를 찍으면서 영화에 더 애착을 갖게 됐습니다.”

찍는 과정에서는 애착을 더했지만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는 산고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살아온 10년간의 시간들을 정리해보자 했는데 아픈 기억이 생각나서 머리도 아팠고요. 발상자체가 힘들어서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김 감독과 이 프로듀서의 영화 화두는 희망이다. “우리 인생에 벅찬 희망이나 엄청나게 즐거울 일보다는 소소한 희망이 많잖아요. 실낱 같은 희망, 내일은 기분 좋게 가야지 같은 그런 것. 그런 것이 진짜 희망인데 그런 것을 담고자 합니다”

희망이 화두지만 김 감독은 그런 것을 별로 즐기지는 못했다고 한다.
“사는 것이 괴로워서…… 성격적으로 놀러 가는 것도 싫어하고, (저는) 평범한데 영화한다고 제 또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못했어요. 이번 영화에도 그런 성격이 나왔지요.”

김 감독은 고등학교 후배가 영화를 찍자고 해서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이 빈약해 영화 하기가 ‘불가능한’ 지방에서 영화를 시작한 사람이다.

그는 영상을 중시했다. 이야기 진행(내러티브)을 중시하는 한국영화의 특징에 익숙한 김 감독은 밴쿠버영화제 출품작들을 보고 “이렇게 내러티브 없이 영화 해도 되나”하는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충격은 “수천 컷 중에 한 컷이 훌륭하면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구체화됐다.

이 프로듀서는 한국에 돌아가면 김 감독과 함께 희망을 영상에 담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려움, 좌절은 항상 친구인데 거기서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한번 해보자, 그런 지점을 김 감독하고 의기투합해서 소박한 메시지로 만들어 전할 겁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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