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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보산에 오른 모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01 00:00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 이 말은 독일의 시인 괴테의 말이다. 산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침묵의 교사요, 스승이며, 조화의 극치이다. 산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포용성 있는 어머니의 젖가슴이요, 장엄한 하나님의 품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나무들의 속삭임, 꽃의 웃음소리, 폭포의 우렁참과 침묵 속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철 따라 변화되지만 변함없는 그 정기(精氣). 노루가 배설하고 호랑이가 으르렁대지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관용. 꾸밈없는 소박함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산. 나는 산을 사랑한다.

더욱 마음이 산만하고 일에 지치고 정신이 피곤하며 생의 깊은 고독 속에서 산에 올라 조물주 하나님을 만나는 일은 영력 재충전의 기회요, 말씀을 새롭게 배우는 학습장(學習場)이다.

때때로 자기 분수를 모르고 교만 속에 산을 무시하고 그곳에 오르면 산은 노를 발하여 안개로 길을 막든지 눈사태로 그 생명을 앗아가는 준엄한 심판의 장(場)이 되기도 한다.

성서는 많은 신앙의 사람들이 이 산과 깊은 관계 속에서 살았다. 시조가 살던 에덴동산 노아의 방주가 머문 아라랏산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을 바친 모리아산 모세가 소명을 받은 호렙산 율법을 받은 시내산엘리야가 우상 숭배자들과 대결했던 갈멜산 예수님의 기도터 감람산 그리고 신비스러운 변화를 보여주신 변화산 등 산에 관한 이야기가 신앙의 절정을 이룬다.

오늘은 모세가 그의 생의 마지막에 오른 느보산에 가 보자. 호렙산에서 부름 받고 비스가산 맞은편 느보산에서 생을 마친 모세. 그는 민족의 고난 속에서 40년을 보냈으나 하나님은 그를 눈앞에 보이는 가나안에 들어갈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그의 영혼을 느보산에서 부르셨다. 그때 그의 나이 120세이나 어찌 보면 가나안 인도자의 실패한 모습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를 여기까지 쓰셨고 영원한 가나안 하나님 나라로 직접 부르셨다. 그리고 이 땅에는 그의 묘도 묘비도 숨겨 버리셨다. 성서는 이렇게 전해준다.

“모세가 모압 평지에서 느보산에 올라 여리고 맞은 편 비스가산 꼭대기에 이르매 여호와께서 길르앗 온 땅을 단 까지 보이시고…… 너는 그리로 건너가지 못 하리라 하시며 이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장사되었고 오늘까지 그 묘를 아는 자가 없으니라” (신명기 34:1~6 참조)

인도의 성자 산다싱(Sundar Singh, Sadhu 1889-1929)은 신자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예수를 위하여 죽기는 쉬우나 예수를 위하여 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를 위해 사는 것은 그를 위해 날마다 죽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예수님을 위해 살려면 날마다 죽어야 한다. 이것이 그를 위해 사는 길이다.

1929년 4월 산다싱은 티벳으로 향해 높은 산 속의 험한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후에 그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이나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오늘 주를 위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묘도 없이 묘비도 없이 그를 섬기는 종들이 어디 있는지 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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