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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의료대기시간, 해법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4-08-06 00:00

“공공 의료시스템은 기본적 진료담당, 민간의료기관은 추가 서비스 제공”

심장수술 4개월 기다려야

몸이 아픈데도 치료 받지 못하는 것 만큼 서러운 것이 있을까? 가족 중 하나가 수술이 필요한데도 고통을 참으면서 마냥 기다려야 한다면 지켜보는 사람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울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는 밴쿠버에서는 의료 후진국, 혹은 산간도서 지방에서나 발생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가정의에게 진찰을 받으려고 해도 몇 일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급하게 찾은 병원응급실은 상태가 위독하지 않는 한 ‘응급’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긴 시간을 기다려야 의사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 그나마 쉽게 찾을 수 있는 동네 워크인 클리닉의 경우도 운이 좋으면 30분, 환자가 몰리면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도 환자는 몸이 아픈 상태 그대로 자신의 순서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며, 캐나다를 벗어나지 않는 한 기다림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BC주 보건부에 따르면 2004년 3월까지 BC주의 수술 대기환자는 총 76,355명이며 평균대기시간은 무릎수술 30.3주, 심장수술 16주, 정형외과수술 8.4주, 눈수술 10.6주, 신경외과수술 4.3주, 일반외과수술이 4주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눈이 아프거나 잘 보이지 않는 환자는 3개월반 동안, 무릎관절이 나빠 걸을 수 없는 사람의 경우 무려 7개월반 동안이나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며 불편함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BC주 의료협회인 BCMA(British Columbia Medical Association)에 따르면 의료시스템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BC 자유당 정부가 들어선 2001년 이후 수술 대기시간은 오히려 길어졌다고 한다. BC 자유당 정부가 장기입원환자를 위한 병상을 대폭 늘리겠다는 선거공약은 아직도 실천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줄어든 의료예산과 간호사 및 병원 스텝들의 부족으로 대기시간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넘쳐나는 환자 모자라는 인력

버나비에 거주하는 이민자 곽모씨는 돌이 갓 지난 어린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자 급히 가정의를 찾았다. 그러나 열꽃이 나는 아이를 진찰한 가정의는 병명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나 처방 없이 소아과 전문의에게 가라고 지시했다. 목요일에 가정의를 찾은 곽씨는 4일후인 월요일 오후에 전문의와 약속이 잡혔는데, 열이 펄펄 나는 아이를 처방 없이 데리고 나오며 “이만하면 굉장히 빨리 약속이 잡힌 거에요”라는 데스크 직원의 말에 화가 치밀었다.

BC주에서 의료 서비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이미 BC 주민 대부분의 공통 걱정거리가 됐다. 최근 BCMA에서 입소스 리드(Ipsos-Reid)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BC주 전체 주민의 66% 이상이 현재의 의료 대기시간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라고 답했으며, 55%의 주민이 MRI나 CT등을 이용한 검사대기시간, 52%의 주민은 전문의를 만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하소연 했다.

또한 BCMA의 ‘Specialty Care in BC’ 리포트에서는 BC주에서 가정의에게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 걸리는 평균시간은 응급상황의 경우 3일이고 응급상황이 아닐 경우에는 5~6주가 걸린다고 밝혔다.

한편 병세를 파악하고 정확한 진료를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검진장비 MRI와 CT역시 턱없이 모자라 수많은 환자들이 진단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 MRI 촬영은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코퀴틀람, 포트무디, 포트 코퀴틀람, 버나비 등은 평균 240일, 써리와 랭리는 180일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CMA의 내과박사인 마샬 달씨는 “트라이시티와 주변지역의 경우 추가로 MRI를 구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건관련 인력의 충원도 절실하다”고 전했다.

응급실에서 기다리다 피 멎어


광역 밴쿠버 각 종합병원 응급실은 하루종일 환자들로 꽉 차있다. 응급환자가 아니더라도 몸이 아프면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어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목숨이 위급하지 않는 한 접수처 간호사에게 병세를 설명한 후 치료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증세가 심각한 환자부터 먼저 치료하는 응급실에서는 보통 2~3시간, 심하면 6~8시간은 기다려야 당직의사의 진찰을 받을 수 있다.

버나비에 거주하는 윤모씨는 학생비자로 캐나다에 온지 얼마 안돼 ‘억울한’ 경험을 했다. 다운타운에 살던 윤씨는 칼에 손을 베어 피가 철철 흐르는 채로 택시를 타고 세인트 폴 종합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찾아간 응급실은 만원이었고, 1시간 반 동안 의사를 기다리는 동안 손에서 흐르던 피는 멈추어 버렸다. 피가 멈춘 후 만난 의사는 간단히 소독 한 후 반창고 하나만 붙여줬고, 의료보험카드가 아직 없었던 윤씨는 추후에 210달러 라는 거액을 청구 받고 속이 상해야 했다.

윤씨와 같이 의료보험신청이 수속중 이거나 방문자 신분으로 보험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은 병원 응급실 이용시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 최근에는 무보험자의 의료비용이 더 올라 치료의 경중에 상관없이 한번 방문에 400달러라는 높은 비용이 청구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즉각적인 치료혜택을 기대하며 찾아간 응급실이 제기능을 못한다는 것이다. BC주 북부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BC주 응급실 의사들은 응급실이 항상 수용인원을 넘으며 환자의 대기시간이 크게 우려할 수준이라고 답했다.

의료업계에서는 응급실 상황이 이처럼 나빠진 이유로 긴급환자를 위한 병상의 대대적인 감축과 의사·간호사 등 전문인력의 부족, 늘어나는 환자 및 대체 의료기관의 미비 등을 꼽았다.


의료서비스 개선안은 없는가?


전 BC주 수상이었던 우잘 도산지 보건부 장관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캐나다의 의료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경제상태에 상관없이 맘놓고 진료 받을 수 있는 공공 의료시스템”이라며 “현 BC주 내각과도 큰 문제없이 의료 문제를 논의할 것이며 연방정부는 의료서비스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립한 계획을 일정대로 진행 할 것”이라고 전했다.

BCMA의 회장인 잭 뷰렉 박사는 “연방정부의 추가적인 의료예산 지원은 현재의 공공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게 할 것이지만, 10년 안에 공공 의료시스템은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밝히며, “의료시스템의 개혁은 의료계 뿐 아니라 사회전체가 함께 힘을 합쳐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방 자유당 정부에서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대기시간 단축에 대해 뷰렉 회장은 “수술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술실, 간호사와 병원스텝의 추가고용, 급성환자 침상확보 등이 필요하다”며 이런 일을 위해서는 대규모 추가예산이 투입되야 한다고 전했다.

이웃인 알버타 주의 경우 현재의 공공 의료시스템에 민간 부문을 포함시켜 이원화하고, 의료서비스 이용자에게 일정한 액수의 이용료를 받는 방법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민간 의료부문에는 사설병원, 개인의료보험 등이 포함되며, 공공 의료기관들이 환자가 방문할 때마다 소액의 이용료를 받아 나날이 치솟는 의료비용을 충당하자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이용료 징수는 현재 OECD 중 4분의3 이상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수입이 적은 주민의 경우 여러 국가에서 이용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용료 부담은 필요 없는 병원방문을 줄이고, 의료보험금 수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차후 이용료의 인상 등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 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있다.

공공 의료시스템 지지자 측은 의료시스템이 이원화되어 사설병원이 만들어지면 결국 돈이 있는 사람들은 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사설병원을 이용할 것이고, 공공부문의 의사들도 보수가 높은 민간 의료기관으로 대거 이동해 공공부문의 대기시간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BCMA 측에서는 공공기금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이 기본적인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환자가 추가적인 의료서비스를 받기 원할 경우 개개인에게 비용을 청구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결국 BC주의 의료개혁은 시스템의 효율을 살리면서도, 빈부에 관계없이 모든 주민이 끝까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캐나다 공공 의료시스템의 장점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이용료 부과, 민간의료기관 등의 허용이 공공 의료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보조장치 같이 활용돼야 성공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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