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악재, 수요 증가에 내림세 오래 못 갈 듯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광역 밴쿠버의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약 한 달 만에 2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기름값이 이번 주 내에 추가로 내려갈 수는 있지만, 이 가격 하락세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오전 광역 밴쿠버 지역의 레귤러 휘발유는 리터당 1.99~2.03달러 사이에 판매되면서, 가격이 지난 18일 대비 약 8센트 떨어졌다. 이
지역의 리터당 기름값이 2달러 밑으로 하락한 것은 3월 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광역 밴쿠버 지역의 기름값은 지난 2월 말 이틀 사이에 약 15센트가 급등한 이후 오름세가 지속되더니 지난 3월 중순 2달러 선을 돌파했다. 그리고 9일에는
작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1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정책 유지와 중동의 긴장 고도
등의 여파였다.
게다가 매년 이맘때는 정유소들이 기존의 겨울용 휘발유에서 생산 비용이 더 비싼 여름용 휘발유로 전환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막을 타는 편이고, 4월 1일부터 휘발유의
리터당 탄소세도 기존 14센트에서 17센트로 인상되며 부담이
가중됐다.
그러나 지난주 북미 지역의 배럴당 유가가 86달러에서 81달러로 떨어지면서 다소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아울러, 한동안 문제를 겪었던 버나비 파크랜드 정유소가 최근 정상적으로 가동을 시작했고, 서부지역 정유소들이 봄철 연례 유지 보수와 여름용 휘발유 전환 작업을 마무리한 후 생산을 조금씩 늘린 것 또한, 기름값 깜짝 하락에 기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밴쿠버의 휘발유 가격은 이번 주 내에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OPEC+의
감산 기조가 최소 6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고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 영향에 따른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기름값 하락세가 지속되기는커녕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매년 5~6월은 휘발유에 대한 수요 증가로 기름값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밴쿠버의 휘발유 가격은 초여름까지 리터당
2.3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광역 밴쿠버의 기름값은 최근 내림세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기름값 정보 웹사이트 개스버디에 따르면 23일 기준 밴쿠버의 리터당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1.6달러로, 몬트리올(183.1달러), 토론토(171.0달러), 캘거리(157.3달러) 등
다른 주요 도시를 크게 웃돌고 있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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