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美 대륙 지나는 세기의 ‘개기일식’···골든타임은 ‘단 4분’

이종현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4-02 08:08

4월 8일 미국 전역 가로지르는 개기일식 진행
대도시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에 학교는 휴교령, 비상사태 선포도
천문학계, 태양 코로나 관측 위한 최고의 기회
‘세기의 우주쇼’로 불리는 개기일식을 앞두고 북미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이번 개기일식은 미국의 여러 대도시를 가로지르며 진행되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개기일식의 지속 시간도 길어서 천문학계도 모처럼 찾아온 ‘태양 관측’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개기일식은 지구와 달, 태양이 일직선으로 정렬하면서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개기일식은 보통 18개월에 한 번씩 나타나지만, 이번처럼 대도시를 가로지르면서 나타나는 개기일식은 생각보다 보기 쉽지 않다.

2017년 8월 21일 미국 오레건주에서 개기일식을 촬영한 연속 이미지. 이번 개기일식은 2017년보다 지속 시간이 더 길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NASA/Aubrey Gemignani
2017년 8월 21일 미국 오레건주에서 개기일식을 촬영한 연속 이미지. 이번 개기일식은 2017년보다 지속 시간이 더 길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NASA/Aubrey Gemignani

이번 개기일식은 북미와 뉴질랜드 사이 중간 지점인 태평양에서 시작된다. 현지 시각으로 8일 오전 8시 42분에 멕시코 서해안에서부터 볼 수 있고, 부분 일식으로 시작해 달이 점점 더 많은 태양을 가리게 된다. 완전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건 멕시코 현지 시각 기준으로 오전 9시 38분이다.

태양과 달이 하늘을 가로질러서 이동하는 경로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데, 이번 개기일식은 미국을 서에서 동으로 관통하면서 진행된다. 텍사스주에서 메인 주까지 미국의 13개 주를 지나서 캐나다 온타리오 남부로 넘어가면서 육지에서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은 마무리된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16분에 태양이 평소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미국 도시의 인구만 3100만명에 달한다. 뉴욕을 비롯해 미국을 대표하는 중부와 동부 도시 상당수가 개기일식 경로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 관심이 크다. 미국에서는 수백 개의 학교가 휴교령을 내렸고, 개기일식 관측을 위한 과학 수업을 편성한 학교도 많다.

여러 주정부가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특수 안경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고,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의 현지 당국은 비상사태도 선포했다. 개기일식 당일 10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미국 델타항공은 텍사스와 미시간을 오가는 특별편을 편성했는데, 하늘 위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노선을 짰다.

2024년 4월 8일(현지 시각)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진행된다. 이미지 속 검은 줄이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경로./NASA'S DATA VISUALIZATION STUDIO
2024년 4월 8일(현지 시각)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진행된다. 이미지 속 검은 줄이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경로./NASA'S DATA VISUALIZATION STUDIO

◇태양은 아직도 미지의 존재…4분의 관측 골든타임

개기일식의 지속 시간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이번 개기일식 때는 4분 안팎 정도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마다 지속 시간이 다른 이유는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궤도와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가 완벽하게 원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 천체 사이의 거리가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개기일식의 지속 시간도 달라진다. 조경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개기일식 지속 시간은 보통 2~3분 정도인데 이번에는 4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 시간에 따라 태양을 관측하면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번처럼 긴 개기일식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천문학계는 개기일식을 앞두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기일식은 태양의 바깥층인 코로나를 측정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코로나는 태양의 자기장이 하전 입자에 작용해 복잡한 모양을 형성하는 곳인데, 이 코로나를 이해할 수 있으면 태양풍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태양풍은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우주비행이나 위성, 전력망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코로나의 중요성에 비해 아직까지 코로나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태양의 표면 온도가 섭씨 6000도 정도인데 비해 코로나의 온도는 수백만 도까지 올라간다. 왜 태양 표면보다 코로나가 더 뜨거운 지 과학자들은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태양풍의 속도도 태양 주변보다 지구 주변에서 더 빠른데 태양풍을 가속하는 무언가의 정체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태양 표면의 코로나를 보여주는 이미지. 태양 코로나의 높은 온도와 태양풍의 속도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ESA&NASA
태양 표면의 코로나를 보여주는 이미지. 태양 코로나의 높은 온도와 태양풍의 속도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ESA&NASA

코로나 관측이 어려운 건 태양 원반보다 훨씬 어둡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코로나는 태양 원반보다 백만 배 정도 어둡다고 알려져 있다. 더욱이 평소에는 대기 때문에 빛이 산란하기 때문에 코로나를 명확하게 보는 게 더 어렵다. 하지만 개기일식 기간에는 달이 태양을 가리면서 산란광도 사라져 코로나를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조 책임연구원은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코로나(Coronagraph)를 평소에 보면 산란광 때문에 뿌였게 보이는데, 개기일식 기간에는 달이 태양을 가리면서 산란된 빛이 사라져 아주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까이서 관측 위해 연 날리고, 비행기 띄우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길게 개기일식을 관측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하와이대 천문연구소의 샤디아 하발 교수는 날개 길이만 6.5m에 달하는 거대한 연에 카메라를 달아서 개기일식을 관측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은 최대 1㎞ 고도까지 올라가서 지상에서보다 더 가까이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하발 교수는 지금까지 14번의 개기일식을 관측하며 연구 데이터를 쌓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대기 연구용 비행기인 ‘WB-57′ 두 대를 이번 개기일식 기간에 띄울 계획이다. 시속 740㎞의 속도로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가며 관측하는 게 목표다. 이렇게 하면 개기일식 관측 시간을 6분 정도로 늘릴 수 있다. 연구를 이끄는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아미르 카스피 연구원은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시광선 카메라와 고해상도 중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일식 이미지를 촬영할 것”이라며 “코로나의 어떤 구조가 자체적으로 빛을 방출하고, 어떤 구조가 태양 표면에서 빛을 산란시키는 지 파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NASA는 텍사스 주에서 메인 주까지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35개의 시민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개기일식을 연속 촬영하는 실험도 준비 중이다. 동일한 카메라와 동일한 망원경, 동일한 각도로 개기일식의 경로 전체를 촬영하는 프로젝트다.

한국 연구진도 이번 개기일식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오는 9월 NASA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할 코로나그래프 ‘코덱스’의 실전 대비 훈련을 미국 현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편광카메라와 편광 기능이 없는 카메라를 이용해 코로나를 관측하고 데이터를 얻은 뒤 이를 비교해서 코덱스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 책임연구원은 “코덱스를 실전 배치하기 전에 개기일식 기간을 이용해 필요한 데이터를 쌓는 예행연습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언제쯤 개기일식을 볼 수 있을까. 천문연의 계산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관측할 수 있는 다음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쯤이다. 다만 북한 평양과 강원도 고성을 지나가기 때문에 실제 관측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답변 저장·검토·공유는 안돼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로그인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오픈AI는 1일(현지시각) “오늘부터 가입 절차 없이도 챗GPT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며 “우리는 AI의...
시민들로 붐비던 랍슨 스트리트서 총격 ‘카오스’
라이벌 갱단 표적 총격 추정··· 총격범 2명 도주
주말 이른 저녁 시민들로 붐비던 밴쿠버 다운타운 한복판에서 총격이 발생했다.   총격은 토요일이었던 30일 오후 5시 40분쯤 밴쿠버 랍슨 스트리트와 리차드 스트리트 선상...
100세 시대, 노화 시계 속도 늦추려면
[왕개미연구소]
▲이집트의 국민 음식 몰로키야./조선DB동갑이라도 노화 시계는 30년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인간의 삶을 추적하는 초장기 프로젝트인 ‘더니든(Dunedin) 연구’가 밝혀낸 데이터 분석...
4월 8일 미국 전역 가로지르는 개기일식 진행
대도시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에 학교는 휴교령, 비상사태 선포도
천문학계, 태양 코로나 관측 위한 최고의 기회
‘세기의 우주쇼’로 불리는 개기일식을 앞두고 북미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이번 개기일식은 미국의 여러 대도시를 가로지르며 진행되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4월 2일 신고 마감 기한 며칠 앞두고 급 결정
CRA “신고 의무 인지 못한 납세자 너무 많아”
캐나다 국세청(CRA)이 세금 신고 마감 기한을 불과 며칠 앞두고 ‘수동 신탁’(bare trusts)을 신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CRA는 28일 성명을 통해 2024년 세금보고 시즌에 새로운 신고 요건으로...
[아무튼, 주말]
세계 1위 의류OEM 일군
김웅기 글로벌세아 회장
갤러리 가장 깊숙한 곳에 서예 작품 한 점이 걸려 있었다. 김웅기(73)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은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1910년 3월 26일 사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쓴...
곧 다가오는 4월에는 지역 곳곳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그런데 직장인 A씨는 최근 벚꽃으로 유명한 관광지에 놀러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선뜻 응하지 못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2만불 탕감 위해 금융기관 ‘고금리’ 대출받아
CEBA 상환·고금리 압박에 중소기업 파산 급증
코로나19 사태 초기 당시 운영난에 빠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된 CEBA(긴급 무이자 대출 프로그램)가 이제는 소상공인을 부채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는 모양새다.  ...
이민자 노동 참여율, 캐나다 태생자에 2% 앞서
베이비부머 은퇴로 노동력 위기··· 이민자가 매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로 위기에 빠진 캐나다의 노동시장을 이민자가 이끌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RBC(캐나다 로열은행)가 28일 발표한 노동력 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병과 대기오염, 음주가 치매에 특히 위험하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영국 옥스퍼드대·미국 텍사스대·미국 텍사스 리오그란데밸리대 등 공동 연구팀은 영국 유전자은행(UK...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백형선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가량인 일본에서는 어디서나 나이 들어도 활력 있게 지내려면 씹고 말하고 삼키는 구강 기능을 지켜야 한다는...
1월 GDP 퀘벡 파업 종료로 0.6% 성장
4월 금리 인하 힘들 듯··· “6월엔 가능”
캐나다 경제가 올해 초 예상보다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GDP 지표의 호조로 4월 기준금리 인하론에는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연방 통계청은 캐나다의 1월 실질...
“외식 일주일에 한 번 이상” 1년새 38%→25%
비용 절약 위해 쿠폰 사용하고, 음식 직접 픽업
인플레이션 여파로 캐나다인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외식 수요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토 본사의 외식업 소프트웨어 기업 터치비스트로(TouchBistro)가 26일 발표한...
주로 문자로 링크 클릭 유도··· 개인정보 도용 목적
최근 BC정부의 온라인 납부 사이트인 ‘PayBC’를 사칭한 피싱 사례가 잇따르자 당국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BC주정부는 25일 ‘PayBC’ 웹사이트와 동일한 가짜 웹사이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지 않고 버리는 양파껍질이 면역력 향상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민·관·학 협업을 통해 진행한 ‘양파껍질...
작년 185명에서 232명으로 늘어
코로나19 당시 긴급 재난 지원금(CERB)을 부정 수급한 국세청(CRA) 직원이 최근 추가로 적발됐다. 26일 실비 브랜치 CRA 대변인은 “최신 내부 조사 결과 총 47명의 CRA 직원이 CERB를 통해 월...
BoC “캐나다 경제의 돌파구는 생산성 향상”
기업 경쟁 환경·고숙련 이민자 활용이 중요
인플레이션에 맞서 캐나다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의 캐롤린 로저스 부총재는 26일 핼리팩스에서 진행된 연설 자리에서...
보행·자전거 이용 활성화 위해 2400만弗 투입
보도·자전거도로·횡단보도 등 업그레이드 기대
BC주가 교통혼잡 완화를 목표로 보행·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 25일 댄 콜터(Coulter) 교통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보행·자전거 이용 인프라를 확충하고,...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에서 이강인의 어시스트로 골을 넣은 손흥민이 하이파이프를 하고...
지난해만 케이블 TV 가입자 2.6%가 해지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 지난해 14% 급증
캐나다에서도 케이블 TV 가입자 이탈 현상이 과속화되고 TV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융합연구그룹(The Convergence Research Group)이 25일 발표한 연례 ‘카우치 포테이토...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