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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맛 비빔면, 사이다 라면··· 전 세계 ‘괴식’ 열풍 일으킨 한국의 이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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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4-02-12 07:17


사이다를 부은 라면, 튀긴 고추를 넣은 커피… 과거에는 ‘괴식’으로 불렸을 조합의 음식들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다양하게 조합하는 것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식용이 아닌 ‘녹말 이쑤시개’를 튀겨 먹는게 유행하면서 식약처가 안전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중국의 한 커피숍이 라테에 튀긴 고추와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게 만든 '고추 커피'가 출시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SCMP 갈무리
중국의 한 커피숍이 라테에 튀긴 고추와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게 만든 '고추 커피'가 출시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SCMP 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에서는 아이스크림 비빔밥이나 딸기잼 바른 생선회, 사이다를 부어 비벼먹는 라면 같은 괴식이 하나의 식성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이다. 1분 이내의 짧은 형태의 영상인 ‘숏폼’이 인기를 얻으면서 더 이상 비싸고 맛있는 음식 만으로는 주목을 끌기 어렵게 되자 ‘기괴한 음식’으로 조회수를 끌어 모으는 것이다. 괴식 열풍에 소비자들이 특이한 음식을 찾아 헤매자 기업들도 괴식을 실제 제품화해서 내놓고 있다.

◇전 세계 휩쓰는 ‘괴식’ 열풍

이런 괴식 열풍은 비단 한국 만의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괴식이 하나의 유행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는 콜라에 담근 피자, 누텔라 초콜릿 소스를 뿌린 스크램블 에그 등을 먹는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고, 호주에서는 감자 튀김의 일종인 해쉬브라운 사이에 오레오 아이스크림을 넣어 샌드위치처럼 먹는게 유행하고 있다. 매운 치토스를 으깨 아이스크림과 섞은 메뉴나 돌맹이를 소스에 볶아 먹는 ‘돌 볶음’ 등도 SNS에서 ‘신기한 도전’으로 각광받는다. 기괴한 식성(Bizarre Food Habits)에 도전하는 것이 일종의 게임처럼 변해가는 것이다.

중국 노점상에서 판매 중인 돌 볶음 요리. /소셜미디어 캡처
중국 노점상에서 판매 중인 돌 볶음 요리. /소셜미디어 캡처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메뉴가 해외에서는 괴식으로 논란을 빚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 유명 피자 셰프인 지노 소르빌로가 ‘파인애플 피자’를 신제품으로 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이지만 피자 종주국인 이탈리아나 미국에서는 주요 뉴스로 보도되기까지 했다. 미국 CNN은 지난 3일 파인애플 피자를 둘러싼 논란을 보도하면서 “이 메뉴를 출시한 셰프는 음식에 대한 편견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고 했으나 이탈리아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것 역시 괴식 트렌드에 편승한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 기간 불닭볶음면 먹기가 하나의 챌린지로 유행하면서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운 맛’에 도전하는 챌린지가 퍼져나가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모든 음식을 김치로 돌돌 말아 쌓은 뒤 한판을 다 먹는 콘텐츠가 유행하기도 하고, 딸기·키위 같은 과일만 넣고 한국 김밥처럼 내놓기도 한다.

괴식 유행은 ‘특이하지만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끈다.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값 비싼 명품 등을 과시하는 콘텐츠나 대용량의 음식을 먹어 치우는 먹방 등 ‘특정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더 이상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다로 만드는 컵라면 볶음’ ‘치즈 100장으로 끓이는 라면’ 처럼 통상적인 요리법은 아니지만 누구나 따라해볼 수 있는 괴식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이를 모방한 콘텐츠가 재창출되는 식으로 번져나가는 것이다.

◇돈 되는 괴식?

SNS에 올라온 딸기맛 비빔면 시식 후기. 괴식 상품으로 꼽히지만 SNS 등에 후기를 올리려는 소비자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쿠캣매거진 캡처
SNS에 올라온 딸기맛 비빔면 시식 후기. 괴식 상품으로 꼽히지만 SNS 등에 후기를 올리려는 소비자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쿠캣매거진 캡처

기업들은 이런 괴식 열풍에 편승해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팔도는 이달 봄 한정판으로 딸기 소스를 첨부한 비빔면을 내놓았다. 지난 만우절 때 “이런 맛은 없겠지”라는 생각을 한 소비자들이 실제 제품이 출시된 것처럼 만들었던 ‘가짜 상품’을 실제로 내놓은 것이다. 올해 비빔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200만개만 출시한 딸기 비빔면은 ‘한정판’이라는 소식에 구매처를 찾는 사람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이를 구한 사람들의 시식 후기가 SNS에 앞다투어 올라오고 있다.

농심은 먹태와 청양 마요맛 과자인 ‘먹태깡’ 맛의 컵라면 ‘먹태깡 큰사발’을 내놓았다. 편의점에서 2000원 정도에 팔아 다른 컵라면보다 비싼 축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유명 유튜버가 시식 후기를 올리면서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삼립도 온라인에서 괴식 조합으로 꼽히던 오이 맛 호빵을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GS25가 이달 출시 예정인 세번째 점보 라면 시리즈 '오모리 점보 도시락'. 컵라면 하나가 8인분이다. /GS리테일
GS25가 이달 출시 예정인 세번째 점보 라면 시리즈 '오모리 점보 도시락'. 컵라면 하나가 8인분이다. /GS리테일

맛 뿐 아니라 용량을 거대하게 만들어 충격적인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편의점 GS25는 작년 5월 8인분짜리 컵라면인 ‘점보라면’을 내놓았다. 일반 도시락 라면과 같은 맛이지만 컵라면 하나에 8인분 용량이 담겼다. 작년 말까지 200만개가 팔려 라면 업계 1위 제품인 신라면 컵라면보다 판매량이 많았고, 해외에서도 수출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이달부터는 몽골 편의점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GS25는 이달 중 오모리 김치찌개 맛의 ‘오모리라면’을 8인분짜리로 만든 ‘오모리 점보 도시락’을 세번째 신제품으로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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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를 부은 라면, 튀긴 고추를 넣은 커피… 과거에는 ‘괴식’으로 불렸을 조합의 음식들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다양하게 조합하는 것 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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