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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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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05-08 09:40

이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해마다 봄은 온다. 들판을 수놓는 갖가지 꽃들과 포근히 내리는 봄비도 변함이 없다. 나이 들어 몸에 적신호가 오고부터 봄이 특별해지고 감사하다.
젊을 땐 신경 쓰지 않았던 건강을 지금은 영양제를 챙겨 먹고, 하루 칠천 보 이상 걷는 걸 자구책으로 삼는다. 해빙기로 땅이 질퍽해도 불평하지 않고 피어날 꽃망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자연에 밀착한다. 너그러워지고, 느긋해져야 한다며 십계명을 외우듯 독백한다.
갈수록 장수하는 노인들이 많다. 코미디언 송해나 영국의 엘리자벳 여왕은 구십이 넘도록 살았다. 그러나, 친정 아버지는 44세에 고혈압으로 단명하셨고, 시아버지는 파킨슨병을 9년 앓다가 88세에 돌아가셨다.
평소 건강하던 시아버지가 팔십이 되기 전에 파킨슨병이 왔다. 식사할 때마다 음식을 흘리니 신체의 변화에 무척 당황 해하며 예민해지셨다. 결국 자식들이 돌볼 수 없어 요양 병원에 가셨고 그곳에서 임종하셨다. 새벽 4시면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셨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시고 주말마다 산에 다니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던 분이셨는데 육식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해서일까 고기와 술이 문제였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친정 오빠는 사이클이 취미여서 고가의 자전거를 구입해 서울서 춘천까지 달리곤 했는데 칠십이 되면서 경추 신경 손상으로 자주 넘어져 칠십 중반이 된 지금은 자전거는 커녕 지팡이를 짚고 동네만 걸을 정도다. 훨훨 날아다니던 분이 어찌 이럴 수가! 골골거리며 백 세를 산다는 ‘골골- 백세’가 있다. 이제는 죽기 전까지 건강과 총기를 잃지 않는 게 희망 사항이 됐다. 두 분의 건강 이변에 ‘그것이 알고 싶다.’
두 분의 장점은 새벽 형으로 체형이 날씬하고 식사를 잘하셨다. 단점은 강하고 고집이 세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당신들이 우선이었다. 성질이 급하고 불 같았는데 느긋한 성정이 건강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쟁을 겪고 자수성가했지만, 앞만 보았지, 옆을 보지 않고 자린고비로 일관했다. 생활 수칙은 잘 지켰는데 몸과 마음의 불균형이었을까? 무너진 건강의 원인을 파헤쳐 나의 거울로 삼아야겠다. 두 분은 몸에 좋다는 건 독약만 빼고 다 복용하셨는데 인삼을 오래 복용하여 이명이 왔고, 신경 계통의 질환이 뇌와 다리에 발생했다.

  오빠 부부와 같이 미국 여행을 다녔던 추억이 꿈결처럼 아스라하다. 노후에 남편을 돌보느라 취미 생활을 포기한 올케언니께 미안하다. 이제는 사랑하는 오빠 부부와 진해 군항제 벚꽃 길을 걸을 수 없고, 진달래 축제가 있는 여수 영취산을 오를 수 없다.
생물이 진화하듯 우리도 변화되어야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시아버지와 오빠는 미리 건강을 체크했어야 하고, 화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게 우리들이다. 평생 고착된 기질을 고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다반사다. 죽음을 통해, 병마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지만, 아집이 강할수록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돈과 건강은 행복과 밀접하다. 건강하게 살려면 돈과의 적정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봄이 특별해지기 시작했다면 늙음을 인정함이요, 내려놓을 준비가 되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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