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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한카문학상 으뜸상-평론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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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3-31 15:59

이명희


 "사색의 미학-그 숲의 비밀/신용목" <2>

“어떤 페이지는 가볍게 넘어가고 어떤 페이지는 절망이 필요할 것. 한 단어의 무게를 지고 쓰러지는 운명의.인생이 그렇다. 절망이란 단어는 그 의미가 무겁다. 때론 신의 존재 유무에 따라 그 무게를 달리한다. 신에 의지하여 절망을 가볍게 넘기는 것도 방법일 테고, 혼자 괴로워하는 것도 그만의 방법이다. 인생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고뇌와 절망이 따라온다. 그러나 절망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운명을 포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시 쓰기란 힘들고 지친 사람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작업이다.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나라를 일으키는 정치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시나 정치나 함축의 무게를 가져야 한다. 당장 쓰러질 사람을 구제할 만한 힘. 그것은 글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바꿔주는 것이다. (6)


 “그러나 지금은 밤. 검은 재를 손가락으로 짚으며,‘밤’이나 ‘검은 재’라는 상징어는 아무리 노력해도 쉽지 않음을 표현한 것으로 어둠이 내포되어 있다. 밤은 창작의 시간이며 앓이의 시간이다. 그들의 마음은 속앓이로 새까맣게 타 버려 검은 재가 되었다. 건드리면 푸석 꺼져 버릴 절망이다. 이런 감정은 정의가 무너져버린 사회적 절망감이나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과 같다. 그래서 시인을 언어의 마술사라고 하지 않는가. 낮보다 밤을 선택한 것은 절망이 밤새 쉬어 내일을 위해 희망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7)


 “어둠을 한 장씩 넘긴다. 이 페이지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아. 그 말이 다시 추위에 얼고.어둠을 선택하는 사람은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낮의 작업보다 밤이 창작의 밀도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시인들이 어둠을 밝히는 것은 절망의 사람들을 대신해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삶은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절망이 너무 깊으면 할 말도 잃는다. 누가 그랬나, 시인의 고통은 사치라고. 글을 쓰는 사람의 우울은 사치라고 한다. 시대의 어둠으로 서민들의 마음이 얼어 있다. 그래서 슬픈 서민을 대신한 글쟁이의 슬픔을 사치라고 매도한다. (8


“녹으면, 죽은 예언들이 부스스 흐린 눈을 뜬다.절망이 해빙되길 기다리며, 신용목 시인은 묻혀진 어록들이 새 생명을 갖고 이 시대를 다시 한 번 호령해 주길 바란다. 시인의 시집 [아무 날의 도시]에는 꿈을 언급한 시어가 많다. 시인이 말하는 꿈은 잠자는 백설 공주와 겨울왕국에 갇혀 있는 엘사의 능력과 같다. 두 공주의 힘은 막강하다. 백설공주는 자기를 지키고 도와줄 일곱 난장이가 있다. 엘사는 초능력이 있어 얼음을 녹이고 악마와 괴물을 물리칠 수 있다. 비록 허무맹랑한 애니메이션이지만 눈앞에서 절망을 희망으로 만드는 마술의 힘이 우리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때론, 가능하지 않은 일을 착각하듯 믿어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득이 될 수 있다. 분명, 어두운 사회를 일으켜 세울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 지난날 예언처럼 생명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얼어붙은 왕국에 새 기운을 떨쳐 주리라 믿는 것이다. (9


“문밖에서 거대한 침엽수림으로 솟아오르는 내일. 누가 저 숲을 불 질러주었으면, 허락된 말의 빈 문장으로부터.심지어 요동치지 않는 거대한 침염수림에 누군가 불 질러 주길 바라는 것을 보라. 불이 나는 것은 은유적 시어로 굳어버려 움직이지 않는 사고를 일깨우는 것을 말한다. 책을 읽지 않는 나라, 인터넷, 셀 폰이 해결해 주는 일회용 독서의 나라에 독서의 열풍이 다시 한번 불처럼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산속을 뒤덮은 침엽수처럼 힘이 있는 지도자를 꿈꾸는 내일, 일곱 난장이의 힘보다 초능력자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출현하길 마음을 비우고 ‘精神一到 何事不成’이 되어 바란다. 이쯤 되면 시인과 독자가 일체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 기세다. 이것이 앞에 나서지 않고 후방에서 조종할 수 있는 시인의 능력이고 시의 힘이다. 평정을 진두지휘할 허락된 ‘누가’는 화자의 화두다. (10


“랍비의 두 귀에서 낙엽이 돋아나는 봄으로부터. 우리는 랍비를 기다린다. 이 시대 작가의 마음을 활짝 열어 소재의 물꼬를 트여 줄 랍비다. 낙엽이 초석이 되어 봄처럼 피어나는 창작을 기다린다.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줄 광야의 모세 같은 너그러운 랍비를 기다린다. 새 봄이 다시 열리기를 소망하는 독자들은 랍비의 두 귀에서 돋아나는 ‘낙엽’에 주목해야 한다. 낙엽의 죽음은 거름이 되어 봄을 일으키는 殺身成仁과도 같다. 한 나라를 이끌만한 지도자는 자신을 죽여 남을 살리는 운명을 타고나야 한다. 나라의 지도자는 홀로 우뚝 선 거목이 아닌 낙엽 같은 존재라야 한다. 낙엽 같은 존재라면 나라를 일으켜도 열 두 번은 일으켰을 것이다. 한때는 대통령을 거목에 비유하기도 했으나 거목도 기울면 한방에 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운명이다. 그저 썩어 밑거름이 되는 낙엽의 비유야 말로 가장 랍비다운 호칭이다. 봄은 희망찬 앞날을 상징한다. ‘그 숲의 비밀’에서 겨울의 침염수림을 보았고 긴 사색의 시간 속에 봄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에서 건져 올릴 주제다. 그래서 이 시가 갖는 의미는 상당히 희망적이다. 읽어보면 난해하고 무거운 시구가 속속 보이지만 의외의 단순하고 간략한 메시지로 귀결된다. 시인의 봄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봄은 올 것이다. (11)

 

*체험 속에서 엮은 시집은 평범하지만 소신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 온 모습이 구석구석 보인다. 겪어야 할 시련들을 차고 넘치게 경험했고, 영감이 따라주는 대로 깊이 있게 시를 써내려 갔다. 타이틀 ‘아무 날의 도시’에서 그런 경험을 알 수 있다. [식당 간판에는 배고픔이 걸려 있다 저 암호는 너무 쉬워 신호등이 바뀌자/어스름이 내렸다 거리는 환하게 불을 켰다/빈 내장처럼/환하게 불 켜진 여관에서 잠들었다/뒷문으로 나오는 저녁/중략/불빛의 내벽에서 분비되는 어둠의 위액들 그 속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너를 잊었다 너를 잊고 따뜻한 한 무더기/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한 바닥 씩 누운 배고픈 자들이 아득히 별과 별을/이어 그렸을 별자리들 저 암호는/너무 쉬워 신호등이 바뀌자/거리는 환하게 어둠을 켰다 빈 내장처럼/약국 간판에는 절망이 걸려 있다] 일부 안정적인 직업을 갖은 작가들을 제외하고 작가들은 생활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다. 괴물을 발표한 후 더욱 설 자리를 잃어버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버린 최영미 시인이라던가, 월세방에서 아사한 최고은 작가 등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 그들에게 보호할 수 없는 미안함을 토로한 자기고백서 같은 시다. 신용목 시인은 사각지대에 놓여 빛을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한 고발적 시를 써서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사회가 책임져 걷어낼 수 없는 어둠을 대신 고민한 흔적이 있다. ‘그 숲의 비밀’은 이런 모든 암울함을 깊숙이 감춘 채 랍비에게 간구하는 의미 있는 한 편의 시였다. ‘그 숲의 비밀’은 두 가지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졌다. 작가가 치러야 하는 내적 갈등과 활자를 비유한 정치인의 변신이다. 말은 뱉으면 공중분해 된다. 금서의 예언은 사라진 것 같지만 눈 녹는 봄처럼 재생되어 활동할 수 있다. 시인은 세상앓이를 시앓이로 풀었다. 올바른 세상이 오기를 구구절절 토로했다. 시인들이 사회를 향해 부르짖는 활자 운동은 때론 종잇장에 불과한 것 같지만 썩은 낙엽이 거름이 되어 초록 세상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숲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은유로 도배된 이 시에는 많은 뜻이 숨어있다. 신용목은 수사법의 대가라 불릴 만큼 그의 시에 갖가지 수사법이 점철 되어있다. 직설보다는 가설을 통해서만 그 만의 안전한 독설을 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시인들보다 젊은 시인들이 현실적이다. 그들이 시 쓰기에 안전장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조건 세상과 사회를 바꾸려던 무모함에서 이제는 글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어 사회와 타협하며 글에 힘을 준다. 그의 명예는 하루아침에 얻은 것이 아니고 꾸준히 노력해서 얻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인들 사이에서 그의 평판은 나쁘지 않다.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충실해 온 시인은 분명 성공한 시인임에 틀림없다. 세 번째 시집 [아무 날의 도시]는 난해함이 가득한 시집이다. 이 시집의 대표적인 주제를 찾는다면 부연설명이 없이 신사 답게 외친 ‘평화’다. 그 숲 속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였던 것은 평화를 위한 몸짓이었다. 평화란 광장으로 뛰쳐나가 시위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활자가 살아 움직여 썩은 사회를 바꾸면 되는 것이다.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건 분명 언론이다. 그런데 매체가 비즈니스를 하고 가짜 뉴스를 만드는 게 문제다. 이 시대에 가장 양심적인 부류는 시인이 아닐까 싶다. 돈 많은 경제인과 정치인이 ‘그 숲의 비밀’을 알 수 있을까, 적은 시급으로 공장에서 노동을 하고 누렇게 뜬 얼굴로 밤새 울분을 써 내려가는 삶의 탄원서. 집이 없어 수십 번은 이사를 했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알 수 없는 분노가 시를 쓰게 한다. 그들의 화풀이가 바로 고발 적인 시로 둔갑하는 것이리라.

 

*두 시인의 시 세계는 극명하게 다르지만 그들의 사회를 향한 고발정신은 공통적이다. 작가로서의 떡잎은 사물을 예사로 보지 않는 예리함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견과 원로 두 시인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갖고 있다. 황혼기 여류시인이 그동안의 투쟁적인 삶을 다듬어 소박한 시로 귀착하여 독자를 위로했다면, 젊은 시인은 원형적 분위기와 판타지 속 소설 같은 분위기로 독자와 답을 풀어 간다. 평론으로 이 두 편을 선택한 것은 첫째 성별과 나이가 다른 두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순발력은 어떻게 다른 가, 둘째 그들의 정신력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색깔이 다른 시인들을 선택한 마지막 이유는 현대 문학세계가 어떤 기조나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추세이기에 그들의 시 창작 흐름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두 시인의 세대차는 시에서도 두드러진다. 김승희 시인은 시구의 내용이나 형식이 관조하는 자세로 써 내려가고 전체적으로 부드럽다. 글을 쓰는 사람이 나이 먹어서도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깐깐하고 포악하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불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인들의 모임에는 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등 개성 있는 사람들이 집합되어 있다


젊을 때는 뾰족뾰족한 그들이 나랑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으나 머리가 허옇고 글을 쓴 연수가 있음에도 경쟁하려 들고 실력보다는 감정에 급급하고 내려놓기보다 욕심을 낼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유명 소설가나 시인들이 한방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나. 글쓰기란 무엇인가? 쓰기를 통해 자신을 조명받고 글을 통해 나와 남의 인생에 덕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거 아닌가. 자신을 다스릴 수 없다면 붓을 꺾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승희, 신용목 작가의 인격점수는 통과다. 두 시인은 교만하거나 건방지지 않다. 문학세계도 정치세계처럼 파벌이 있다는 게 슬픈 노릇이다. 자연과 세상을 창조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감성이 있는 작가들은 서로를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두 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선하고 원만하다. 그래서인지 강연, 심사, 시 동아리에서도 인기가 좋다. 그들의 정신력은 나이를 불문하고 강하다. 세상에 시인들은 많다. 인지도 높은 유명한 시인부터 흔적 없이 사라진 시인들까지. 작가의 생명은 연예인들과 달라 창작열정을 홀로 쌓고 홀로 성취해 가는 작업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기술자보다 전문가가 인정받는 나라다. 작가가 전문가, 기술자의 두 가지 자격을 다 갖추었으면 금상첨화다. 정통한 실력과 언어의 기술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은 현재 문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의 시는 많은 동료들과 평론가, 독자들의 먹잇감이다. 두 사람의 시는 평론할 거리가 풍성하다. 그들의 시에는 사고할 거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만학도로 문예창작 공부를 해 보니 절대 공짜가 없다는 걸 알았다. 돈의 비중보다 글 쓰는 시간이 많이 투자되었다. 하루에 전념하는 컴퓨터의 작업 시간과 인고의 시간이 젊을 때보다 많이 소요됐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랑은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 더니 나의 문학사랑은 이런 사랑을 뛰어 넘어 아무도 못 말렸다. 새벽 3시가 되어야 잠을 청하는 연예인-병처럼 작가- 병이 생겼다. 글쓰기 사랑을 통해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학의 핵심 네 가지다. 자기 안에 빠져 상투적. 관념적. 추상적. 정형화된 글을 쓰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평생 자아 도치로 습작을 한다면 제대로 된 시를 쓸 수 없다는 것. 다독과 명상과 체험 속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 시인의 삶을 궁금해하고 시인과 아픔을 같이 나누다 보니 평론쓰기가 나의 옷에 맞는 것 같다. 시 속에 푹 담겨 삶아진다면 그것이 시앓이다. 시인의 발자취를 추적하다 보니 시인의 생김새가 그려진다. 짝사랑하다 들켜버려 냉정 해지려는, 목매지 않게 분별력을 갖으려는, 그렇게 시만 바라보았다. 텍스트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본인만의 끈기와 독창성이다. 그리고 묵묵히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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