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완기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캐나다 이민을 선택해서 도착한 이후, 열 여덟 해 동안을 한 교회의 성가대 테너 파트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오케스트라와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서로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함께받는다는 것은 피천득 선생이 그의 수필 ‘플루트 플레이어’에서얘기한 것처럼 오히려 마음 든든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여러 명의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추어왔지만 2010년부터 10년 세월을 함께 해온 M지휘자는 특별히 나와 케미(?)가 맞는 사람이었다.
대학에서는 컴퓨터를 전공했던 사람이 어느 날 음악과 지휘에 빠져 이태리 유학을 자원하였고, 뒤늦게 늦깎이 지휘자로, 공연기획자로 변신, 남성 합창단을 이끌어 오다가, 드디어 한 교회의 성가대 지휘자로청빙을 받게 된 것이다. 한 우물을 깊게 파 내려가는 모노 톤의 삶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삶을만날 때 흥분하고, 더 선호하고 동경하는 나의 성정에는 그야말로 임자를 만난 셈이었다.
음악 이전에 무엇보다도 그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바쁜 이민 생활 가운데 언제 그렇게 많은분량의 독서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연습 시간 중간 중간에 그가 풀어내는 인문학 강의는 언제나 연습 때마다 기다려지는 나만의 최강 애청 코너인 셈이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이야기며, 사통팔달의 지식들뿐만 아니라, 음악과 관련해서도 기계적 반복 연습이 아니라 대원들을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함으로써, 돌아보면 스스로 깨우친 것들도 많았다. 가령, “ 4분의 3박자 곡과 8분의6박자 곡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지휘자 질문에 초등학교시절의 기억까지 떠올려서 ‘강약약 중강약약’이라고 대답했던기억도 새롭다.
좋은 오케스트라나 성가대인지, 아직은 좀 모자라는 단계의 성가대인지를판가름 할 수 있는방법이 연습 시간 지휘자의 멘트를 보면 대충은 짐작 할 수 가 있게 된다. 지휘자가별 다른 말이 없이 그저 ‘조금만 따뜻하게 표현 할 수 있을까요?’라고멘트 하면 어느새 따뜻함을 덧입혀 노래하는 성가대는 수준급이요, 시시콜콜 음정, 박자, 파트 별로 모든 걸 지시하는 성가대는 불문가지 아직은 좀더 연습이 필요한 성가대일 것이다. 물론M 지휘자도 처음에는 화도 내고 군기도 잡고 세세한 부분까지 다 집어내던 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습 시간과 성가 시간에, 아무 말 없이 그저 눈에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지휘하는 것을 몇차례 보면서 “아, 우리수준도 우리 모르는 사이에 꽤 높아진 모양인가보다.” 스스로 자찬과 위로를 해본다.
M이 오십 후반의 나이에 마에스트로, 콘서트 마스터의 꿈을향해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였다. 한국의 음악대학원을 진학하여 2년간수학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많이 기쁘면서도 많이 섭섭하다. 그러나새로운 도전에 용감하게 한 발을 내딛는 모습에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는 전문 오케스트라의지휘자로 서 있을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이 세상에 똑같은 악보는 수도 없이 많지만 똑같은 음악은 없음을 기억하면서, 그의 팔과 지휘봉끝에서 새로운 생명처럼 태어나는 음계들의 황홀한 환희를 미리 느껴본다.
M, 그의 장도에 무운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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