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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최고의 역작'… 더 아픈 건 '名品 이미지'가 깨진 것

강영수 기자·채민기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10-11 15:50

[갤노트7, 두 달로 끝난 운명]
- 빨리 털고 차기작에 집중
노트7 결함 원인 규명 안됐지만 소비자 불안으로 이미 끝난 것… 더이상의 논란은 손실만 키운다
- 비상 걸린 '세계 1위'
4분기는 스마트폰 최대 성수기… 경쟁 제품 아이폰7 '무혈입성'
전문가 "삼성 최대의 위기상황"

삼성전자의 노트7 판매 중단 결정은 11일 새벽 긴박하게 이뤄졌다. 사우스웨스트 항공기 기내 노트7 폭발 사건에 대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조사가 지연되자, 미국 현지에 있는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한국 시각으로 10일 밤늦게 CPSC를 찾아갔다. "일단 한국과 중국에서 판매를 중단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10일 오후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과 국내 판매 중단에 합의하고 발표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 중단 결정을 보류할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예상과 달리 CPSC는 즉각 수용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즉각 국표원에 연락해 심야 협의를 거쳐 판매 중단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한·미 두 기관은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7시 동시에 보도 자료를 내고 노트7 판매 중단 사실을 알렸다.

◇더 큰 타격 막기 위한 고육지책

삼성은 노트7 폭발 사진과 영상이 온라인과 언론을 통해 속속 공개되고, 지난 주말 소비자 불안이 급속하게 확산하자 판매 중단 검토에 들어갔다. 폭발 사건 10여 건 중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는 최종 결과가 나온 사례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발화 원인을 밝히는 게 중요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원인이 뭐든지 노트7이 계속 발화한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해했다"며 "논란에 종지부를 빨리 찍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매장서 사라진 노트7, 어제부터 노트7 수거 시작.
미국 매장서 사라진 노트7 - 11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판매·교환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휴대전화 매장에 있던 노트7 전시 제품이 없어지고 빈자리로 남아있다(위 사진). 어제부터 노트7 수거 시작 - 이날 서울 광화문의 KT올레스퀘어 1층에 있는 휴대전화 매장에도 노트7 판매 중단을 알리는 공고문이 게재됐다. 삼성전자는 11일부터 통신 3사가 판매 또는 교환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노트7을 수거하기로 했다(아래 사진). /연합뉴스·김연정 객원기자
미국의 4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AT&T·스프린트·T-모바일 등이 9일(현지 시각) 기존 노트7 신제품 교환을 전면 중단한 것도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삼성전자 휴대폰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판매하지 못하면 다른 해외 시장 진출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브랜드 이미지만 훼손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는 "미국 이동통신 4사가 신제품 교환 중단을 선언했을 때 이미 노트7은 끝난 것"이라며 "소비자나 판매상들이 그 스마트폰의 세 번째 버전에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아직 폭발 원인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CPSC가 뒤늦게 '제품 결함'이라고 결론을 내릴 경우, 그 기간 동안 노트7 판매로 인한 손실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힘겹게 노트7을 계속 끌고 가는 것보다 과감히 포기하는 전략을 택했다.

◇"매출 200조 달성 힘들 것"

삼성전자 매출에서 스마트폰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외
삼성전자가 노트7 생산과 판매를 전격 중단함에 따라 막대한 매출 손실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품질의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노트7은 삼성전자에 '회심의 카드'였다. 역대 갤럭시노트 시리즈 중에서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보였고, 공개 당시 '지금까지 나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최고'(월스트리트저널)라는 찬사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일 노트7을 애플 아이폰 신제품보다 한 달 먼저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출시 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역대 노트 시리즈 제품 중에서는 가장 많은 100만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 매출이 2011년 이후 5년 만에 200조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조원 안팎의 매출 손실을 입으면서 연간 매출이 190조원 후반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이날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이 아이폰과 전면전을 펼치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다소 조급해 보였다"면서 "부품 협력업체의 뒷받침이 없는 삼성전자의 무리한 독주(獨走)가 독주(毒酒)를 마신 격"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쇼핑 대목을 앞두고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의 실적 하락보다도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같은 무형의 손실이 더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소비자 신뢰 하락의 여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로서는 리콜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지 못한 것이 뼈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수 기자·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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