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에야 출입통제 풀린 후쿠시마 미나미소마에 가다]
-대지진·쓰나미·원전 3중피해
해안가 파손주택은 손 못대, 잔해물은 오염 우려 커 방치
인적없는 거리에 잡초만…
-마을 오염제거 아직 시작못해
원전 주변 주민 15만여명 아직도 대부분 피난생활… 20㎞ 경계 밖 마을은 '정상'
- 차학봉 특파원
2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오다카(小高)구 해안엔 마치 시간을 2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3·11 대지진 때 쓰나미가 엄습, 주택가를 집어삼킨 모습 그대로 얼어붙은 듯했다. 주말인데도 인부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일부 잔해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바닷가에 쌓여 있는 잔해와 파괴된 주택들은 대부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 지역의 복구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대지진·쓰나미·원전사고의 '3중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10~20㎞ 지역인 오다카구는 방사성물질 오염 때문에 작년 4월에야 출입통제가 풀렸다. 하지만 이 지역 잔해물은 그 후 수거되지 않고 방치 상태로 있다. 방사성물질 오염 가능성 때문에 잔해물 적치장을 설치할 지역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잔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던 구와타 마코토(桑田誠)씨는 "우선 쓰나미 잔해 위주로 처리·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안의 무너진 주택 등은 아직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안에서 산 쪽으로 10여분쯤 자동차를 몰고 가자 오다카구의 중심인 오다카 철도역이 나왔다. 철로는 녹슬어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역사 옆 자전거 보관소에는 철도를 이용하는 통근자들이 세워놓은 100여대의 자전거들이 녹을 뒤집어쓴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철도역 주변은 쓰나미의 피해가 없어 주택과 건물은 비교적 멀쩡했다. 기자가 1년 전에 찾았을 때만 해도 지진으로 무너진 주택들이 방치돼 있었다. 그사이에 무너진 건물들은 대부분 철거돼 겉보기에는 대지진의 상처가 아문 듯 보였다.
- 일본을 강타한 3·11 대지진·쓰나미가 발생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후쿠시마 원전과 인접한 일부 피해 지역은 방사성물질 오염 때문에 아직 잔해 철거 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후쿠시마(福島)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오다카(小高)구에는 3·11 당시 쓰나미에 휩쓸려 온 주택(왼쪽 위), 자동차(오른쪽 위), 보트(아래)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미나미소마 오다카=차학봉 특파원
마을에 대한 본격적인 제염 작업(除染·오염제거작업)도 아직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성 기타야마 다카노부(北山孝信)씨는 "복구 작업의 거점이 될 관공서와 학교 등은 제염 작업을 했지만, 마을 전체에 대한 제염 작업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살던 15만여명 대부분이 오다카구 주민들처럼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오다카구에서 미나미소마시 중심부로 향하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원전에서 20㎞ 경계선을 넘자 편의점이 나왔고 도로변에는 자동차 판매점, 식당, 쇼핑센터가 즐비했다. 미나미소마는 원전사고 직후 상당 기간 방사성물질 오염 우려로 외부와 차단돼 주민들이 식량과 가솔린 부족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2년이 지나면서 대부분 정상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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