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20분 돌아다녀도 인적 못 찾아…”

차학봉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3-04 09:35

[작년 4월에야 출입통제 풀린 후쿠시마 미나미소마에 가다]
-대지진·쓰나미·원전 3중피해
해안가 파손주택은 손 못대, 잔해물은 오염 우려 커 방치
인적없는 거리에 잡초만…
-마을 오염제거 아직 시작못해
원전 주변 주민 15만여명 아직도 대부분 피난생활… 20㎞ 경계 밖 마을은 '정상'

 차학봉 특파원
쓰나미에 휩쓸려 도로에 주저앉은 주택, 논바닥에 나뒹구는 승용차와 컨테이너, 도로에 걸터앉은 보트….

2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오다카(小高)구 해안엔 마치 시간을 2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3·11 대지진 때 쓰나미가 엄습, 주택가를 집어삼킨 모습 그대로 얼어붙은 듯했다. 주말인데도 인부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일부 잔해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바닷가에 쌓여 있는 잔해와 파괴된 주택들은 대부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 지역의 복구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대지진·쓰나미·원전사고의 '3중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10~20㎞ 지역인 오다카구는 방사성물질 오염 때문에 작년 4월에야 출입통제가 풀렸다. 하지만 이 지역 잔해물은 그 후 수거되지 않고 방치 상태로 있다. 방사성물질 오염 가능성 때문에 잔해물 적치장을 설치할 지역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잔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던 구와타 마코토(桑田誠)씨는 "우선 쓰나미 잔해 위주로 처리·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안의 무너진 주택 등은 아직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안에서 산 쪽으로 10여분쯤 자동차를 몰고 가자 오다카구의 중심인 오다카 철도역이 나왔다. 철로는 녹슬어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역사 옆 자전거 보관소에는 철도를 이용하는 통근자들이 세워놓은 100여대의 자전거들이 녹을 뒤집어쓴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철도역 주변은 쓰나미의 피해가 없어 주택과 건물은 비교적 멀쩡했다. 기자가 1년 전에 찾았을 때만 해도 지진으로 무너진 주택들이 방치돼 있었다. 그사이에 무너진 건물들은 대부분 철거돼 겉보기에는 대지진의 상처가 아문 듯 보였다.

 일본을 강타한 3·11 대지진·쓰나미가 발생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후쿠시마 원전과 인접한 일부 피해 지역은 방사성물질 오염 때문에 아직 잔해 철거 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후쿠시마(福島)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오다카(小高)구에는 3·11 당시 쓰나미에 휩쓸려 온 주택(왼쪽 위), 자동차(오른쪽 위), 보트(아래)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미나미소마 오다카=차학봉 특파원
하지만 20여분을 돌아다녀도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차와 작업 차량만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오다카구 주민 1만2000여명은 현재 모두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수도, 가스 등 인프라 시설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고 병원·상점도 없었다. 3·11 이전 이 지역에 있던 50여개 기업도 대부분 외부로 이전했다. 현재 평균적인 방사선 오염 농도는 건강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떨어졌지만, 주택가 주변엔 여전히 오염 농도가 짙은 '핫스팟(hot spot)'이 존재한다.

마을에 대한 본격적인 제염 작업(除染·오염제거작업)도 아직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성 기타야마 다카노부(北山孝信)씨는 "복구 작업의 거점이 될 관공서와 학교 등은 제염 작업을 했지만, 마을 전체에 대한 제염 작업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살던 15만여명 대부분이 오다카구 주민들처럼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오다카구에서 미나미소마시 중심부로 향하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원전에서 20㎞ 경계선을 넘자 편의점이 나왔고 도로변에는 자동차 판매점, 식당, 쇼핑센터가 즐비했다. 미나미소마는 원전사고 직후 상당 기간 방사성물질 오염 우려로 외부와 차단돼 주민들이 식량과 가솔린 부족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2년이 지나면서 대부분 정상을 되찾았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미국 뉴욕의 주상복합 건물, 지난해 금리가 치솟으면서 미국의 집값이 장기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주택공급 부족 등의 이유로 다시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한국만 집값이...
대지진 추모식 불참 中 비난… "우리는 예의 바르게 살겠다""대만은 일본의 매우 중요한 친구다. 우리는 (중국과 달리) 예의 바르게 살겠다."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3·11 대지진 추모식에 불참한 중국을 비난하면서 대만을 친구라고...
[작년 4월에야 출입통제 풀린 후쿠시마 미나미소마에 가다]-대지진·쓰나미·원전 3중피해해안가 파손주택은 손 못대, 잔해물은 오염 우려 커 방치인적없는 거리에 잡초만…-마을 오염제거...
목욕전 20분 정도 체조 필요… '냉·온탕 왔다갔다'는 금물겨울철 목욕이 고령자에게는 목숨을 앗아가는 위험한 일일 수 있다. 도쿄도(東京都) 건강장수의료센터연구소는 고령자 등이 자택 등에서 목욕하다 발병해 사망하는 '입욕 관련사(入浴關聯死)'가 연간...
"朴 당선인에 특사 보내겠다" 일방발표후 4시간만에 취소朴당선인측 "사전협의 없었다"오는 26일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자민당 총재가 21일 "박근혜 대통령...
"200조엔 토목공사 위해 국채 마구 발행땐 국가 부도"국내외 언론 '아베노믹스' 공격… 민주 "독재 정권도 안 할 정책"일본 총선을 앞두고 아베노믹스(abenomics·아베의 경제정책)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