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위장결혼 한다는 젊은남자 널렸더라”

박상기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2-05 11:31

[베트남 출신 브로커 적발… 위장결혼 16명 중 12명이 2030]
예전엔 40대 이상의 실직자·노숙인이 대부분… 작년 위장결혼 15%가 2030
"돈만 주면 가짜결혼 하겠다는 젊은남자들 널렸더라"

 일러스트=박상훈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는 16명의 한국인 남성에게 베트남 여성과의 위장결혼을 알선한 베트남 출신 여성 브로커 김모(39)씨를 검거하고, 위장결혼한 남녀의 신원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김씨가 위장결혼을 알선한 16명의 나이를 확인해 보니 12명이 고시원이나 원룸에 혼자 사는 20대와 30대였다.

위장결혼은 미국처럼 이민자가 많은 나라에선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미국 사회에서 위장결혼을 하는 이들은 주로 히스패닉 등 소수자 또는 경제 형편이 어려운 취약 계층이다. 우리 사회의 20·30대가 사회 취약 계층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장결혼한 20·30대가 서류상으로 2년 이상 혼인 상태를 유지하기로 하고 받은 돈은 약 350만∼400만원. 취업 또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두세 달이면 벌 수 있는 돈이다. 이민특수조사대 관계자는 "사회에 나올 젊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호적을 팔아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도운 것"이라며 "2∼3년 전만 해도 위장결혼하는 사람 대부분이 40대 이상의 인생 막장에 도달한 사람들이었는데 요즘은 20·30대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본지 기자는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이민특수조사대 수사관과 함께 브로커 김씨를 통해 위장결혼한 박모(30)씨의 집을 찾았다. 위장결혼의 증거 확보를 위한 현장 조사였다.

오후 1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한 연립주택 앞.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의 수사관 2명이 문을 두드렸다. 주민등록상 이 연립주택엔 박씨와 그의 부인인 23세의 베트남 여성이 살고 있다. 그러나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온 집주인은 60대 이모(68)씨였다. 박씨에 대해 묻자 이씨는 "그런 사람은 안 사는데, 그 이름은 잘 안다. 몇 달 전부터 그 사람 이름으로 우편물이 계속 날아오더라"고 말했다. 수사관이 박씨 부부의 사진을 내밀었다. 이씨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박씨 부부의 주민등록주소는 허위였던 것이다.

수사관은 "또 허탕 쳤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전엔 위장결혼하는 사람이 나이도 많고 '될 대로 돼라'는 식이어서 그냥 실제 살고 있는 집으로 서류를 만들었다"며 "20·30대는 나름 치밀해서 허위 주소를 신고한다. 젊은 사람들이 위장결혼에 나서면서 수사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중순 20대인 김모(27)씨가 자수하면서 드러났다. 작년 9월 베트남 여성과 위장결혼한 김씨는 지난달 청와대, 국무총리실, 법무부, 검찰에 '내 결혼을 무효로 해달라'는 민원을 넣었다. 뒤늦게 위장결혼한 사실을 후회한 것이다. 그러나 김씨가 결혼을 무효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수해서 죗값을 받고 법원의 혼인 무효 처분을 받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민특수조사대에 따르면 20·30대 위장결혼자는 이전에도 간간이 있었지만, 수치화될 정도로 늘어난 건 작년부터다. 지난해 이민특수조사대가 적발한 위장결혼자 530여명 중 20·30대 피의자 비율은 15% 정도였다.

이번 사건에서 위장결혼을 알선한 브로커 김씨는 베트남에서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 여성이다. 2000년 돈을 벌기 위해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김씨는 2005년 결혼 후 귀화했다. 김씨는 "2009년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남편과 6개월 정도 했다. 사업은 곧 망했지만 그때 위장결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 말부터 위장결혼 알선을 시작한 김씨는 위장결혼이 "너무너무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돈만 주면 위장결혼하겠다는 한국 남성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인터넷 광고를 본 젊은 남성들이 위장결혼에 나서면서 수요가 늘었다.

김씨는 베트남 여성에게 700만∼800만원을 받아 이 중 350만∼400만원을 위장결혼하는 남성에게 건넸고, 100만원은 자신이 챙겼다. 나머지 돈은 서류를 마련하고, 남자가 베트남 현지를 방문해 웨딩 촬영을 하는 등의 부대비용으로 사용했다. 베트남 여성이 현지에서 벌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약 10만원 정도다. 이들이 위장결혼을 대가로 지불하는 800만원은 80개월치 월급인 셈이다. 이민특수조사대 관계자는 "위장결혼은 가장 확실한 한국 입국 방법이기 때문에 거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밴쿠버 상공에선 못 볼듯
▲지난 10일 밤 나타난 '오로라'가 밴쿠버 하늘을 밝히고 있다.  사진= 손상호 기자지난 5월 10일 밤 캐나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물들였던 오로라가 또 한 번 찾아온다. 미...
[아무튼, 주말]
[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
'오늘부터 제가 사장입니다' 펴낸
후르츠산도 개발자 오오야마 고오키
오오야마 고오키가 통과일과 생크림, 빵을 합체해 2018년 개발한 ‘후르츠산도’ 뒤에서 웃고 있다. 손에 든 한자 ‘혁명’은 직접 쓴 붓글씨다. 그는 “외할아버지가 강조한 ‘스스로...
동료 수감자에 맞아 혼수상태 빠졌다가 사망
최대 49명을 살해한 캐나다 최악의 연쇄 살인마 로버트 픽턴(74)이 사망했다.   31일 캐나다 교정당국은 지난 19일 퀘벡 포트 까르띠에 교도소에서 동료 수감자에게 폭행을 당해...
6월부터 4개월 동안··· 유리병 반입은 금지
키칠라노 등 6곳 가능··· 잉글리시 베이는 불가
올여름에도 밴쿠버시의 일부 해변에서 음주가 가능하다.   30일 밴쿠버시의회는 밴쿠버시에 위치한 일부 해변에서 음주를 허용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월 첫째 주 주말부터 기온 크게 오를 듯
“에어컨 제공 확대, 취약 계층 지원 강화”
▲아드리안 딕스 BC 보건부 장관 / BC Government FlickrBC정부가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안전한 여름 나기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캐나다...
공급 증가에 기름값 1.90달러선 깨져
하락세 지속될 듯··· 6월내 1.75달러선 예상
광역 밴쿠버의 기름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1.90달러 선이 깨졌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1일 정오 기준 광역...
캐나다 모기지 부채, 23년 만에 완만한 증가세
주택시장 약세에 따른 일시적 현상··· 반등 예고
캐나다의 모기지 부채가 23년 만에 가장 완만한 증가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모기지주택공사(CMHC)가 30일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모기지 부채 수준은 올해 2월 기준...
1분기 경제 성장률 0.4%··· 예상보다 부진
인플레 완화에 실업률도 증가··· 금리 인하 기대
지난 1분기 캐나다의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추가 기우는 모습이다.   31일 연방 통계청은 지난 1분기 캐나다의...
채소 속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려면, 채소별 특징에 알맞게 조리해야 한다. 익혀 먹으면 영양적 가치가 높아지는 채소에 대해 알아본다.◇당근당근은 익혀 먹을 때 맛도 좋아지지만,...
240개 언어로 지원, 법적 대처에도 도움
즉각 도움 필요한 인종차별 신고는 911로
BC주 인종차별 사건 피해자를 위한 전용 헬프라인이 5월 말부터 정식 운영된다. 30일 니키 샤르마 BC주 법무장관은 BC주에서 인종차별 사건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사람들이 240개 이상의...
암협회 “검진 나이 앞당기면 생존율 크게 높여”
태스크포스 “조기 검진 불필요··· 50세 이상 권장”
유방암 정기검진 권장 연령을 40세로 낮춰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예방 의료 태스크포스(CTFPHC, 이하 태스크포스)는 50세 이상에 권장한다는 기존의 지침을 고수했다....
“시간당 20달러로” vs “이제 동결해야”
6월부터 인상 적용··· 10개주 중 독보적
BC주 최저임금이 오는 6월 인상될 예정인 가운데, 임금 인상률을 놓고 외식 업계와 노동계가 크게 대립하고 있다. 외식 업계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노동계는...
전기차 구매 의향도 2년 연속 하락
10년 내 전기차 100% 목표 ‘먹구름’
10년 내에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점차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인 JD 파워(JD...
우리나라 국민이 나트륨을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보다 1.5배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류는 일부 어린이, 청소년 연령층에서만 과다 섭취하고 있었다....
센트라, 패스파인더, QX4 등 구형 모델
운전 삼가고 닛산에서 수리 받아야
닛산 캐나다 본사 / Getty Images Bank 에어백 폭발 위험이 있는 약 4만8000여 대의 닛산 차량을 대상으로 리콜 및 운전금지 권고가 내려졌다.   29일 닛산 캐나다는 다카타(Takata) 에어백이...
지난주 화이트캡스전에 메시, 수아레스 불출전
300불 넘게 냈는데 노쇼··· 환불 요구 봇물
리오넬 메시/Inter Miami CF Facebook 지난 주말 밴쿠버에서 열린 화이트캡스와 인터마이애미CF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인터넷...
국내 허리·목 디스크 환자는 292만여 명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2년). 척추의 신(神)이라고 하는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도 한때 허리 디스크로 오래 고통 받았다. 논문을...
2+2 외교 국방 고위급 대화 출범 대비
주캐나다대한민국대사관(대사 임웅순)은 지난 27(월) 오후 캐나다 국제문제연구소(Canadian Global Affairs Institute)와 함께 한-캐 국방 협력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한-캐 국방협력...
연체율 1년새 20bp 증가··· 부채도 동반 상승
밀레니얼 세대 빚더미··· Z세대는 카드빚 비상
생활비 증가와 높은 금리의 여파로 캐나다인의 가계대출 연체율과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시카고 본사의 신용평가사 트랜스유니온(TransUnion)이 28일 발표한...
덜 익은 고기 먹고 선모충증 집단감염
선모충 현미경 사진. /CDC 홈페이지미국에서 일가족 8명이 단체로 기생충에 감염되는 사례가 공개됐다. 이들이 나눠 먹은 요리 때문이었는데, 덜 익힌 흑곰 고기가 주재료였던 것으로...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