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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대통령 오바마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1-25 09:13

“…우리는 보이는 것에 우리의 눈을 고정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에 고정할 것입니다. 보이는 것은 순간적인 것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속적인 장막이 파괴된다면, 그때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받는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은 사람의 손으로 지어진 것이 아닌, 천국에 있는 영원한 우리의 집입니다.”
어느 유명한 목사의 설교 내용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바마대통령이 지난 12월 코네티컷 뉴튼 초등학교 총격참사 직후 국민에게 보낸 메시지의 일부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 어린아이들을 내게로 오게 하라, 그들을 막지말라, 왜냐하면 천국이 그들에게 속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그들 모두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그들을 하느님이 보호하시고 축복하시기를 ..” 어느 목사의 축도만큼이나 간절함이 담겨있는 오바마의 메시지다.

“오바마가 역사적으로 특징적인 인물이라는 것은 인종적인 면(흑인)에서였다. 그러나 그의 대통령직 2기에 접어들면서 그의 또다른 특징적인 면은 종교성에서 나타난다. “ CNN 방송의 종교전문 집필자인 존 블레이크는 오바마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종교적 입장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이같이 지적한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종교적 선구자 religious pioneer’로 불렀다. 지난 21일 오바마대통령의 취임식 축도를 인도했던 루이스 레옹 목사는 성공회 소속으로서 동성간 결혼을 인정한다. 성공회는 또 동성애자 주교를 임명했고, 성전환자도 사제로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오바마대통령이 취임기도예배장소인 와싱턴 DC의 내셔널 캐시드럴에서도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확언을 한 것도 미국 기독교계로서는 충격적으로 받아 들여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바마가 그토록 예외적인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내셔널 캐시드럴은 와싱턴 DC 의 국가교회당으로서 미국정치종교의 상징적인 기관이다. 이 교회당에서는 곧 이 교회당 건설이후 최초로 동성결혼식도 행해질 예정이다.
그동안 낙태, 동성연애에 대한 미국인의 관점은 보수 기독교계의 논리가 곧 정설로 인정되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은 이제 오바마대통령의 연이은 ‘예외적’인 선언으로 인해 소수의견으로 밀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지는 낙오된 인식으로 점철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대통령이 2기 대통령직에 취임하면서 보여준 파격적 행보는 재선전에는 볼 수 없던 대담한 것들이다. 누구는 그가 이제 거칠 것 없이 ‘막간다’고 한다.

오바마의 재선 취임사는 게이 퍼레이드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됐다면, 우리가 서로간에 행하는 사랑도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 오바마는 “우리가 그같은 사랑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에 상관없이 모든 가정으로 평등함이 인정돼야” 라고 덧붙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동성애 운동을 미국의 여권신장운동, 흑인민권운동과 동일선상에 올려놓았다.

지난 월요일 오바마대통령의 취임식 직후 웨스트 헐리우드와 샌프란시스코의 게이 메카에서는 축제의 무지개 깃발 행진이 이어졌다. 그들은 외쳤다. “우리는 미국인임이 자랑스럽다!”

오바마대통령의 취임선서를 인도할 목사는 당초 루 지질로 였다. 그는 이른바 공공연한 반동성애 주창자였다. 루 지질로 목사는 오바마대통령의 취임예배 인도를 거절했고 대신 성공회의 루이스 레옹 목사가 선정된 것이다.

전세는 완전히 역전됐다. 이제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교파나 목사, 교회가 ‘사상적 검증’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왔다. 과거 헐리웃 영화가에 공산주의 사조가 침투했다며 미국정부가 사찰과 사상검증, 체포를 자행했던 ‘매카시즘McCArthism’ 이 이제는 종교계에 거꾸로 적용이 되는 풍조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파는 타도와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오바마대통령의 기독교관을 의심하며 그의 동성애 정책을 공격한다. 그러나 오바마는 보수 기독교가 근거하고 있는 ‘믿음의 충실함’ 이슈에서도 전략적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매주 혹은 정규적으로 교회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 일정하게 출석을 정해놓은 교회도 없다. 1년에 몇번 백악관 건너편에 있는 세인트 존스 에피스코팔 처치에 갈 뿐이다. 그러나 매주 일정한 교회를 나가는 것이 그사람의 믿음의 척도라는 주장은 더이상 먹히지가 않는다. 오바마 주변의 자문인들은 오바마가 최근 몇년간 더욱 신앙적이 되었다고 입을 모으기 때문이다. 전국에 퍼져있는 일단의 교역자들 그룹이 그의 영적 생활에 대한 자문그룹으로 형성돼 있다.

그는 수시로 이들 영적 내각 (spiritual cabinet)과 깊은 대화를 갖는다. 오바마의 주변인들은 그가 기도하는 시간도 많아졌다고 동감한다. 그는 자신이 커오면서 겪은 기독교, 그리고 흑인사회에서 기독교가 이루어낸 업적들을 묵상하며 기독교의 모습과 역할을 스스로 그려내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미국인들이 4년마다 대제사장을 선출하고 있다고 비유한다. 그시대의 종교관을 대변하는 대제사장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의 종교관, 그것이 비록 세속적 사회상을 대변하는 가치관이라 해도 교인들은 대제사장의 집례를 따를 수 밖에 없다.

영국의 유명 천재가수 엘튼 존은 최근 그의 게이 파트너와 함께 두번째 아이를 입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첫번째 입양아들이 형제가 없어 외롭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엘튼 존의 선택에 대해 어떤 대응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의 집례를 따르거나 방관할 수 밖에 없다. 게임의 룰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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