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뒷풀이, 속풀이, 화풀이… 또 다른 전쟁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12-28 16:50

이번주  로스엔젤레스 한인 일간지  1면에  천연색 광고로  “축 박근혜 당선”이  떴다.  서강대학교 남가주 동문회가 게재한 것이다.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  이번 선거결과처럼 호오(좋고 나쁨)의 분위기가 극명한 경우는 없다.

"막막하다 앞으로 5년"                                                                                                                         
로스엔젤레스  코리아타운에  문재인지지자들이 다시 모였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모임이란다.  지난 수요일 오후 7시, 올림픽가의 한 찻집  2층에 모인  기호 2번 후보 투표자들은 아직도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이다.   로스엔젤레스 지역  민주당 핵심  지도자들과   유학생들,  그리고  투표권이  있는 미주한인 등   40여명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며  울분을 토했다.   접수대  앞에는 나꼼수와  딴지일보 총수등의  책들이 박스로 쌓여있고  10달러에  판매된다.  

번갈아 마이크를 잡으며 본인들의 심정을 밝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멘붕(멘탈 붕괴)’이다.  문법적으로 영어와 한국어가  붙은   단일 합성어를 만들수 없고,  그 줄임말  ‘멘붕’이라는 것이 가히 불법언어(?)  수준이지만  이를 지적하는 국어학자는  ‘꼴통꼰대’로 찍히기  때문에,  이런 언어들의 범람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어쨋든,  이날  참석자들의 발언은 울컥울컥하는  허탈함과 분개로 가득 찼다.

토론은  음모론으로  시작된다.  “개표과정과 득표율에 무언가 조작이 있습니다.”  통계학 전공이라는 유학생의 말.                                                                   

"개표후  4일간 일체의 신문, 방송을  끊었습니다.   5일째 되던 날 아내가 ‘강남구에서  문재인 43%가 나온 곳이 있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다시 시작해보자”   한 40대 남성의 발언. 

“윤창중(박근혜 수석대변인)이  된 것봐요.  박근혜의 정체를 보여준겁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                                

“나는 민주통합당이 좋아서 찍은 게 아니에요.  새누리당을 싫어했기 때문이에요. ”  박사과정 유학생의 말이다.  

“ 그렇게 된  한국으로 돌아갈까 말까 고민중 입니다.” “우리가 진게 아니야.  그애네들이 이긴거지”  분노에 찬 30대 유학생, 
                                                                                                                
포도주들을 마시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우리 세대는 그옛날  카바이트 섞인 막걸리 마시면서 떠들었는데)  격앙된 분위기 속에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 당시 민주당  캠페인장에   갔을 때 모두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벌써 인선위원회 운운 하면서  잔뜩 들 떠 있었죠.  그러나 반대편 쪽 캠페인장을 다녀보고 나서 저는 질 것이라는 직감이 왔습니다. “   “안철수 켐페인 사람들은 당사에 들어오지도 못하더군요. “  “ 민주당이 이꼴로 가면  5년 후에  또 집니다.  지금 친노, 반노 하면서 싸움질 하는거 봐요.”  “이곳 선진국 물을 먹은 미주한인들 중에서 인물이 나와야 합니다.  한국의 인물로는 부족합니다.”                                 
한 발표자가  이번 선거결과에  몇몇 노동자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울먹이자  장내는 더 침울해졌다.           

“태풍이 몰아칠 때  나가서 고기를 잡으면 안됩니다.  그물을 거두어 수선을 하고 날이 개이기를 기다려야죠.”    이곳  미주한인들에  대한  불만도 터졌다.  “한참 언쟁을  하고나니 상대방들은 미국시민권자들인거에요.  아니 이사람들은 선거권도 없으면서 왜  나서는거지?  어이없고  혼동이 됩니다.”  좌중에서 분노의 외침이 또 나온다.  “보수꼴통들이 많다니까!”

오후 8시55분.  모임  주최측은 한국의  조국교수와  연결을 했다.   묵언안거(말을 접고 뒤로 물러서 있겠다)를  선언한  조국교수는  이곳  LA 문재인지지자들의  요청에  전화로  격려의 말을 전했다. 

환호와 박수 속에  한국   강남좌파의   대표라는  서울대학교  조국교수의  말이 시작됐다.   “술많이 마시지 맙시다.  운동을 하고 건강을 지킵시다. 기회는 옵니다.  깨어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갑시다.”   조국교수는 법대 시절  얼짱으로 날리던 인물이다.  서울대 법대생이고,   잘생겼고,  게다가 진보사상을 겸비했으니,  당시부터 젊은 층에서 인기를 많이 얻었었다.   제2의 안철수까지 가능한 인물이다.   이날  소설가 공지영도 연결을 하기로 했다.  

이날의  분위기는 ‘전쟁’이었다.  모두들  이를 갈고 있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가  이정도인데 한국은 오죽하랴.  바야흐르 세대간 전쟁이  붙고 있다.  남한과 북한,  영남과 호남이  갈라져 수십년을  싸우는 와중에 이젠  세대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지역간 싸움에서  연령간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노골적인 폭력의  분위기가 짙다.    

 필자가   대학시절  전두환치하의  광주사태를 겪고 난 후,  잘 따르던 후배가  술이 거나해지면 좌중앞에서  항상  부르던 노래가 있다. “ 꽃잎처럼 금남로에 떨어진 너의 붉은피,  두부처럼 잘리어진 어여쁜 너의 ….”  광주사태를  묘사한  절절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술꾼들은  비장한 마음이  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더하다.   “한국에서는 요즘  말조심 해야돼요.  따돌림, 몰매의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서울에 취재를 나갔다온 기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의  세대간 갈등은 거의 일촉즉발의 폭력수준이란다.  “문재인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뒤집어진 상황을  받아들이질 못한다.”   인터넷에서는 2030세대들이  506070세대들의 무료지하철이용, 의료지원혜택들을 없애자는 캠페인을 벌인다.  문재인을 지지한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는 삿대질을 하며 격노한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못하는  한국인의 고질병은 고칠 수 없는 유전적 결함인가?   당분간  어떤 모임에서건 정치, 종교 얘기는 삼가야겠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