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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길목에서 - 시즌의 시작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10-04 15:13

로스엔젤레스의 이번 여름은 기록적 더위의 행진이었다.   화씨  100도(섭씨 37.5도)의 세자리 숫자 기온이  거의  두달을  내달렸으니 말이다.  기온이 높더라도 그늘에 들어가면 그나마  더위를 견딜 수 있는 것이 건조한 남가주 날씨의  혜택이었는데,  올해는 습도마저 높은  기분나쁜 끈적더위가 이어졌다.   동네 도서관들은 시원한 에어컨을 찾는 때아닌 고객들로 자리가 동났다.  필자는 에어컨이 씽씽 잘나오는 어머니의  노인아파트에 가서  “효도”를 했다.   좀처럼 가게 되지 않던 어머니에게 , 더위에 밀려서 간 것이다.  

이 무더위로  남가주는 바짝 말라있다.  물과 숲이 줄어들면서,  곰들이 주택가로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들이 많아졌다.  코요테들도 먹을 것을 찾아 동네로 자주 온다. 벼룩, 쥐 같은 해충, 동물들도  예년보다  번창했다. 고양이, 개들을 키우는 집집마다 방역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올해 냉면집, 빙수집,  물가게  그리고 아이스크림,  요구르트가게가 모처럼 매상을 올렸다.   

그  더위가 이번주에 떠났다.   10월의 가을바람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사진사들은  로스엔젤레스 북쪽,  비숍으로 단풍사진을 찍으러 간다고 광고를 내고 있다.

10월말의   할로윈데이에서  11월의  추수감사절로 연결되는 씨즌의 시작과 함께  각 소매점들이 오랜만에  직원모집에 나섰다. 경기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는 청신호로 보인다. 메이시 백화점이 전국적으로 8만명의  파트타임 계절직원(10월-12월 고용)들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월마트, 콜스 등도  쇼핑씨즌을  대비한  고용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대형 소매점 체인들의 이번 계절 직원 모집은  총 62만명(로스엔젤레스 지역은 1만8천명 ) 정도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경기침체이전  2004년에서 2007년에는 연평균 72만명의 계절직원들을 모집했었다.   

전국적인 실업률이  8.1%인 가운데  직업을 찾지 못한 대학생,  졸업생들이  이 계절직  원서지원에 분주한 모습이다.   몇달간만이라도 일할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유수 대학을 나오고도 잡을 구하지 못해  소매점  캐쉬어, 딜리버리로 일하는 한인 젊은이들을 주변에서 흔히 본다.  무슨 일이라고 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써낸  구직원서는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소매점들이 이번 씨즌의 경기를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계절직원이라도 늘이려고 한다는 것은  경기회복의 좋은 징조라고 점친다.  미국내에서  이번  할러데이 씨즌의  매상을   5천8백60억달러로 예상하며  지난해 보다   4.1%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혹자는 미국대통령선거를  앞 둔 반짝 경기부양이라며,  내년에는 다시 우울한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부동산경기가 뜨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현상도 은행들이 차압된 주택들을 풀지 않거나,  선거를 앞두고 차압을  미루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또 우울한 소식은 로스엔젤레스의 개스가격이  갤론당  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월 들어  미국의 다른 지역들은 개스값이 떨어지는 추세이지만, 캘리포니아  정유소들의 잇달은 화재로 인해  이지역만 개스값이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갤론당 4달러 20센트인데  앞으로 몇주안에 갤론당 30센트는 더 오른다는 보도이다.   석유회사들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저 유전에서 사고가 나든, 이라크, 이란의 정세가 불안해지든,  정유소에서 불이 나든,  모든 책임을 소비자의 주머니에 얹히면 그만이다.  석유자원의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석유회사들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래도 미국소비자들은 속수무책이다.

10월이 시작되면서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여러가지 법안에 서명하며 법을 발효시켰다.  침술치료가  보험혜택을  받는  법도 포함됐다. 침술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분야에서 2014년부터  보험혜택이 적용된다.    

제리 브라운주지사가  이번에  서명한 법에는  ‘게이 치료 불법화’  법도 있다.  게이를  스트레이트(정상인)로  바꾸어가는 치료를 금지한  법이다. 게이 단체들은  게이를 스트레이트로 바꾼다는 치료가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며  의료계에서 시술되는 이 치료과정을 폐지하자는 로비를 벌여왔었다.   로스엔젤레스 카운티의 민주당 출신 주하원의원에 의해  발의돼 의회를 통과하고 이번에 브라운주지사가 서명을 했다.  이법의  발효에 대해서 의료계에서는  개인의 치료권과  치료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의 폭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에서는  계절이 바뀌는 첫행사로 제39회 한국의날 축제행사가  이번주 목요일부터  진행됐다.   한국의 농수산물 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장터’에는 275개 부스가 먹거리, 볼거리, 그리고  놀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했다.   토요일에는 한국에서  온  해군 의장 군악대의  퍼레이드가  코리아타운  올림픽가를  장식했고,  장터  무대 곳곳에서는 신나는  싸이의 말춤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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