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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도시들의 파산행렬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7-13 09:15

캘리포니아의  스탁튼이라는 도시에 대해  우울하고 어두운 인상을 (개인적으로 ) 가지고 있다. 미국에 살기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이 도시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 각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1989년 1월 군복을 입은 백인남자가  이 스탁튼의  클리블랜드 초등학교에 들어가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어린이들에게  AK47 기관총으로 쓸어가듯이  총질을 해댔다. 

총 34명의 아이들과 1명의 교사가  총격을 받고  5명이 숨졌다.  모두 6살에서 9살짜리 어린애들이었다.   이 초등학교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 전쟁과 학살을 피해  도망쳐 나온 아시안들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었고  범인은 아시안 증오 백인이었다. 

당시 듀크메지언 주지사는 이들의 장례식에서 자신의 부모도 터키인의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도망쳐 나온 아르메니안이라고 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이 우울한 도시가 지난 주에 파산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파산을 한 최초의 대도시 시정부가 됐다.  

시정부가 파산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우선 시직원들에게 봉급이 제대로 나가지 않고 시정부의 여러 기능이 멈춘다.  시정부 공무원으로서 은퇴한 사람들에게  건강보험료가 지급되지 않을 것이고,   공무원노조들에 대한 각종 혜택도 중단된다. 

스탁튼시의 파산은  부동산시장 몰락, 실업,  다운타운 개발을 위한 과도한  투자,  그리고 공무원 과 노조원들에 대한   각종 럭셔리(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한 의료, 은퇴, 보너스 혜택의 결과였다.  

특히 공무원 노조 은퇴자들에 대해서는  1인당  월평균 1,100달러에 이르는  의료보험료를 평생 보장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부담액이  4억 천7백만달러에 이르렀다.  이들 노조은퇴자들은 이 보험료 지급을 끊지 말라는 소송을 이미 제기했다.  

맘모스 레이크.   로스엔젤레스 북쪽 300마일지점.   스키와  온천장,  등산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관광도시이다.  화려해  보이던 이 맘모스 레이크도 지난  2일  파산을 했다.   개발업자에게 진 빚  4천3백만달러를 갚을 수가 없어서다.   이 부채규모는 맘모스레이크  시정부 연간 예산의  3배이다.

이미  작년 회기에  2백80만달러의 적자를 낸  시정부는  채권자에게 도시의 땅을 다 뺏기기 전에 파산 보호신청을 한 것이다.  채권자에게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50만달러씩 갚겠다는 것이 파산신청의 요지이다.  

맘모스레이크는 지난해  재정적자로  많은 공공서비스와 직원 봉급을 줄였는데 ,  설상가상으로 겨울 눈이 오지 않은 가뭄으로  시재정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스키장 풀타임 직원  70명이 해고됐다.   관광업종이 주류인  7,700명의 주민들은 비즈니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경찰과 소방서는 계속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관광업계에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주,  로스엔젤레스에서 동쪽으로  60마일 떨어진 이웃도시  샌버나디노가  또 파산신청을 했다.  샌버나디노시는 지난  4년간  직원을  20% 해고하고,  봉급을 천만달러를 깍고, 지출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면서 버티어 왔지만  4천5백만달러  재정적자를 메꿀 수가 없었다. 

이번달들어  현금이 거의 바닥이 드러나면서  직원 봉급을 못줄 형편까지 이르면서  손을 든 것이다.  몇년째 계속되는 불황으로  시정부의 수입원인 세일즈 택스,  재산세등이 감소한 반면  공무원 은퇴연금, 노조복지 등의 부담은 계속 늘어나면서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이번주초 시의회는 뱅크럽시를 부르기로 결정했다.  21만명이 사는 도시 시정부의  은행잔고가  15만 달러 밖에 안남았으니 말이다.  

샌버나디노시는 미국내에서  부동산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지역의 하나이다.   2000년대 부동산 붐과 함께  트랙하우스들이  줄줄이 들어서며  부동산 투기가 이어졌지만  현재는 주택값이 반토막 나면서  빈집들이 늘어선 도시가 됐다. 

스탁튼이나 샌버나디노 모두 부동산으로 결정타를 맞은 대도시들이다.  이들 도시들의  2011년 주택차압률은  전국평균의  3배가 넘는다.   캘리포니아 도시들의 이어지는 파산행렬에  후보지는 속출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길목 도시 빅터빌도  현재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재정상태의 정상복귀는 불가능한 것으로 점쳐진다.  

이웃도시들의 연이은 파산소식에  캘리포니아 각 시정부들은 긴장하고 있다.  이들 시정부들은 파산의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고 급격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2008년 파산한 북가주의  도시 발레호는  이같은 도시 파산들의 유형을 보여준 첫 사례이다. 

주민들로 부터 거둔 세금으로 공무원들의 봉급,  은퇴연금, 건강보험료 등으로  흥청댔다.   파산의  결과 많은 소방서들이 문을  닫았고, 도로보수공사는 10%에  머물러있고, 경찰과 소방인력은 반으로 줄었다.  이들 공무원들은 반값 봉급에 두배의  일을 해야 하는 수모(?)를 견디고 있다.  

이들 도시들의 파산행렬의  주원인의 하나는  배보다 배꼽이 큰 공무원  은퇴, 연금혜택에 있다.  샌버나디노시의 경우  3년전  백만달러였던 공무원 은퇴연금 예산이 올해는 두배가 넘어 있었다.  이 은퇴연금 지불금이  시 전체예산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니,  공무원 자기들끼리 주고 받는  돈보따리가 얼마나 컸는지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다. 

어떤 시의 경우 은퇴한 공무원은 재직시 마지막 월급액수로 평생을 지급받는다니,   허리띠를 졸라맨  일반 시민들은 복장을 칠 일이다.

스탠포드대학의  조 네이션 교수는 이같은 공무원, 공무원 노조의  과도한  연금, 복지혜택 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제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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