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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나 코리아에 왔어… 이제 형 옆에서 같이 쉴게요

김진명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4-23 13:27

캐나다판 태극기 휘날리며… 동생 유해 마침내 한국에


 

22일 오후 4시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군(軍) 의장대가 나타났다. 어느 백인 노인의 흑백 영정사진을 안은 의장대원 뒤로 유골함을 든 외국인 여성이 들어섰다. 6·25 참전용사인 캐나다인 아치볼드 허시(Hearsey) 의 유해가 외동딸인 데비(Debbie)씨의 품에 안겨 한국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함께 6·25에 참전했다가 1951년 경기도 연천군 사미천 부근에서 전사해 부산 UN기념공원에 안장된 형 조지프(Joseph)의 곁에 묻히기 위해서였다.


의장대가 늘어선 가운데 공항까지 마중 나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태극기와 캐나다 국기로 유골함을 덮어줬다. 데비씨는 "마음속으로 '아빠, 드디어 한국에 왔어요'라고 했다"며 "이렇게 성대한 기념식을 열어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치볼드는 1953년 캐나다로 귀국한 이후에도 항상 형이 묻힌 한국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데비씨를 낳으면서 생활에 쫓겨 한국에 올 돈을 모을 수 없었다.


6·25전쟁에 캐나다군으로 함께 참전했다 전사한 형(조지프 허시)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던 동생 아치볼드 허시(영정 사진)씨의 유해가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그의 유해는 오는 25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있는 형의 묘소에 함께 묻힌다. 영정 사진 왼쪽은 아치볼드 허시씨의 손자, 그 옆은 딸 데비씨다. 데비씨는“아버지는 항상‘내가 한국을 위해 싸웠던 것은 옳은 일이었다’면서도 60년간 먼저간 형을 그리워 했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데비씨는 "조지프 삼촌과 아버지는 쌍둥이처럼 가까운 사이였다고 들었다"며 "캐나다 현충일인 11월 11일이 돌아오면 아버지가 늘 형 생각에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내가 한국을 위해 싸웠던 것은 옳은 일이었다'고 하시면서도 60년간 조지프 삼촌을 그리워했어요."


6·25 참전용사에게 한국 방문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아치볼드는 이미 폐질환이 심해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딸 데비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2009년 한국에 와서 부산 UN기념공원에 안장된 조지프 삼촌의 묘지를 찾았다. “캐나다로 돌아가서 아버지께 한국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드렸어요.” 데비씨는 “아버지는 높이 솟은 마천루와 깔끔하게 정돈된 UN기념공원 모습에 놀라셨고 ‘나도 여기 묻히고 싶다’고 하셨다”고 했다.


작년 6월 아치볼드가 숨을 거두자 데비씨 가족은 유해를 화장해 반은 한국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데비씨는 “반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합장을 하고, 반은 조지프 삼촌 곁으로 돌려보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2일 아치볼드의 유해는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임시로 안치됐다.


데비씨는 오는 25일 아치볼드씨의 유해를 부산 UN기념공원에 가져가 형 조지프씨 옆에 묻을 예정이다. 데비씨는 “한국인들이 아버지와 삼촌의 희생과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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