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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刑이라던 에이즈' 인류가 이기고 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3-30 09:29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한 지 27년 만에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등록제'가 전면 폐지된다. 이제 에이즈는 당뇨병처럼 현대의학으로 통제 가능한 만성병이므로 에이즈 감염인을 특수관리 대상으로 묶어 불필요한 낙인과 차별을 받게 하거나, 등록 회피로 에이즈가 음성화(陰性化)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인간이 에이즈와의 30년 전쟁에서 기선을 잡은 이후, 국내 에이즈 관리 정책도 일대 전환을 맞은 것이다.

환자 등록제 전면 폐지

보건복지부는 28일 에이즈 환자를 희귀난치성 질환자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의료급여수가 기준(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1990년대까지는 에이즈를 2군 전염병으로 분류해 감염인을 격리 치료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일반 에이즈 감염인의 등록을 폐지한 데 이어 올해 의료급여 수급자인 경우까지도 등록을 폐지해 환자 등록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복지부는 "환자가 병·의원이나 약국에 가면 에이즈 환자라는 정보가 뜨기 때문에 오히려 진료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에이즈 치료에 드는 진료비와 약값은 기존 방식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청구하면 지원받는다.

에이즈는 198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젊은 남성 동성애자 2명을 희귀한 폐렴으로 희생시키면서 처음 등장했다.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는 수시로 독성 형태를 바꾸는 데다 기존 치료제에 전혀 듣지 않았고, 자연 치유 사례가 한 번도 없는, 인류가 접한 가장 영악한 생물체였다. 이 때문에 에이즈는 불치의 천형(天刑)으로 여겨졌다. 국내에서는 에이즈 감염 사실만으로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칵테일 요법이 전환점

그러다 1996년부터 본격 도입된 '칵테일 요법'이 에이즈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았다. 이 치료법은 2~4가지 약제를 동시에 써서 HIV가 몸속에서 활동하는 것을 차단한다. 범인을 제거하지 못하지만,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HIV가 세포핵 내에 잠입하는 것을 막고, 바이러스 수(數)가 증폭되는 것을 막는다. 칵테일 요법이 등장한 이후 에이즈 환자의 사망률은 뚝 떨어졌고, 20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칵테일 요법을 쓰면 HIV가 피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급속히 줄어든다"며 "전염력이 사라지고, 환자도 자기 수명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칵테일 요법으로 치료받는 감염자 100커플을 조사한 외국 연구에서 수년간 통상적인 성생활을 해도 파트너에게 에이즈가 전파된 사례는 없었다고 오 교수는 전했다. 국내 최초 HIV 감염인인 남성 환자 A(56)씨도 현재 건강하게 살고 있으며, 첫 여성 감염인 B씨(61)도 20대 후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들은 감염되지 않았다.

완치제와 백신 개발은 숙제로 남아 있다. 고혈압약을 끊으면 혈압이 다시 오르듯, 칵테일 요법을 중단하면 HIV는 다시 활동한다. 백신은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연세대 의대 감염내과 김준명(대한에이즈학회장) 교수는 "감염 사실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에이즈를 관리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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