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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덮어주는 것..." 고 마태오 신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만나봅시다 /

"사랑은 덮어주는 것..." 고 마태오 신부



"사랑은 덮어주는 것...용서하고 잊어버려야"

회고록 '늙으면 추억으로 산다더니'펴내.. 은퇴 후 몬트리올서 거주



캐나다에 최초로 한인 성당을 짓고 35년간 이민 사목 활동을 하다 지난 98년 은퇴한 고 마태오 신부가 최근 '늙으면 추억으로 산다더니'라는 저서를 발간했다. 현재 몬트리올에 머물고 있는 고 마태오 신부는 "나이가 들면 세상 보는 눈길이 고와지고 욕심도 없어지며 겸손해진다"며 "늙는 것이 결코 슬픈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고 마태오 신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눠봤다.

*신부님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제 건강은 이제 인생의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습니다. 당뇨 때문에 시력과 청력이 떨어진 데다가 얼마 전에 무릎을 삐끗해서 걷기가 좀 힘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매일 2시간 이상 주변을 산책하고 있습니다. 산책하다 만난 다람쥐, 돌, 비둘기 들이 좋은 벗들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신자들을 제가 아예 찾아오지 못하게 했어요. 사람 친구는 없지만 이런 것들이 다 내 친구죠. "

*최근 '늙으면 추억으로 산다더니"라는 책을 내셨는데.
"은퇴하기 전부터 나중에 은퇴하면 책을 두 권 정도 써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건강이 나빠져서 책 읽기도 힘들어지고 타자기로 책을 쓸 엄두는 더더욱 낼 수가 없어 포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자꾸 쓰라고 해서 다시 한번 힘을 내서 쓰게 됐습니다. 이 책은 그 동안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던 제 얘기들을 모자이크 식으로 모아서 만든 것입니다. 노후 시간을 보내면서 그간 내 흔적을 더듬어보고 싶었습니다."

*밴쿠버 한인 성당도 지난 6월 축성식을 갖고 새 본당을 갖게 됐습니다. 밴쿠버 한인 성당이 처음 생길 때도 신부님께서 많은 일을 하셨는데 보람이 크실 것 같습니다.
"물론 보람도 있지만 그 동안 애써주신 신부님들과 신자들, 그분들의 공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씨는 제가 뿌렸지만 그 씨가 다시 씨앗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다 주님의 은총이고 그분들의 공로입니다. 먼 여행을 하기가 힘들어서 가보지는 못했지만 낙성식을 할 때 밴쿠버 성당 신부와 신자들에게 감사의 표적으로 제 마음을 담은 꽃다발을 보냈습니다."

*캐나다에서 이민 사목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처음 한인 성당 신부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한국 사람들을 많이 도와줄 수 있었던 일, 그러다가 연방 정부의 복합 문화성 자문위원에 위촉되어 활동했던 일이 보람 있었습니다. 당시 이민이 불가능했던 한인들도 제가 신부라는 위치 때문에 도움을 줄 수가 있었어요. 또 북미 최초로 몬트리올에 다목적 강당 '한마음'을 설립한 일, 한국인 신부로는 최초로 북한에 가서 두 차례 미사를 집전한 일, 몬트리올에서 개신교와 함께 합동 찬양의 밤 행사를 드렸던 일, 캐나다 국영 방송을 통해 한국 전통 미사 집전 등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설날을 맞아 도포에 갓을 쓰고 한국 국악으로 드렸던 그 미사는 방송된 후 인기도 좋았고 캐나다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방송되어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우리 한민족과 주님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구나 하는 보람이 있습니다."

*요즘은 마음 속에 어떤 소망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건강 때문에 못하고 있지만 사실 은퇴하면 노인 사목을 하고 싶었어요. 늙는 것이 슬픈 일이 아닙니다. 늙으니까 마음 속에 욕심도 없어지고 세상 보는 눈길도 고와지고... 인간의 평범한 진리가 마음 속에서 울려 나옵니다. 머리 속에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쓸 수가 없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또 한가지는 제 고향인 북한에 한번 가고 싶습니다. "

*끝으로 한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서로 각자의 분수를 알고 서로 감싸주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성경에 보면 노아가 옷을 벗고 누워 자는 모습을 보고 한 딸은 아버지를 흉 보고 다른 한 딸은 뒷걸음으로 가서 아버지에게 옷을 덮어주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사랑은 덮어주는 것입니다. 덮어준다는 것은 잘못을 용서하고 잊어주는 것이죠. 부부간의 가정 불화도 입으로는 용서한다고 하고 마음으로는 용서를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교회 얘기를 하자면 이민 교회는 영성화가 되어야 하는데 너무 인간화 된 데서 문제가 생깁니다. 신자들은 신부들을 존경하고 또 신부는 "내가 왜 신부가 되었는가"를 돌아보며 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내 인생을 지탱해 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감사'라는 말입니다. 감사에는 타산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무조건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 세상이 더 평화로울 것이고 뉴욕 테러 같은 사태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조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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