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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맹인 박사 강영우 교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한국 최초 맹인 박사 강영우 교수


"가슴에 품은 꿈이 있다면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장애 극복한 세계 재활의 귀감...부시 대통령 장애 정책 보좌관으로 활동



미 부시 대통령의 장애인 정책 보좌관(차관보급)으로 발탁된 한국인 최초의 맹인 박사 강영우 교수<사진>가 지난 주말 써리 광야교회에서 집회를 가졌다. 중학교 때 축구공에 맞아 시력을 잃은 강 교수는 장애인으로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과 사회적 편견을 도전의 기회로 삼아 장애인으로는 한국 최초로 미국 유학을 갔으며 그곳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 교수를 지내고 있다. 장애를 극복한 세계적인 재활의 귀감이자 두 아들을 훌륭하게 길러 낸 아버지이기도 한 강 교수는 이번 집회에서 자녀 교육의 중요성과 방법을 역설했다. 강 교수는 가슴에 간직한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면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고 말했다.

 

 

 

*신체 장애가 없는 사람도 하기 힘든 일들을 해내셨는데 좌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무엇이었나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제 인생 항로가 두 번 바뀌었습니다. 한번은 중학교 때 사고로 실명을 한 것이고 또 한번은 미국으로 유학을 온 것이었죠.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서 교수직을 얻고 싶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 결국 미국에서 교수가 됐습니다. 모두 제 뜻과는 다른 일들이었지만 돌아보면 복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다 보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달려가던 인생 행로를 예상치 못한 시련과 역경 때문에 바꾸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잃은 것에 너무 집착하면 새로운 세계로 열린 문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이번 집회에서 자녀 교육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는데 어떤 교육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육의 영역은 크게 지력, 심력, 체력으로 나뉩니다. 한국 교육은 너무 지력에만 치중해 있어 심력 교육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심력입니다. 지력이 낮아도 심력이 강화되면 성취자가 될 수 있습니다. 유태인 인구는 전세계 1천 5백만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 3명 중 1명이 유태인이고 20세기 미국 최고의 지성 21명 중 15명이 유태인입니다. 스탠포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유태인들이 이처럼 우수한 것은 지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심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태인들의 강한 심력 교육이 오늘날 유태인들을 위대한 민족으로 만든 것이죠."

*자녀들의 심력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은?

"자녀들에게 인생의 장기적 목적, 원대한 비전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것 중에는 도구가 되는 가치와 목적이 되는 가치가 있습니다. 돈을 벌고 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도구가 되는 가치이지 결코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녀들에게 도구와 목적을 분별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또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주류 가치와 특정 민족이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 가치가 있습니다. 이민 가정에서는 이 두 가치의 상충으로 부모와 자식 간에 벽이 생기고 있어요. 부모는 캐나다에 이민 와 살면서 한국적 가치를 강요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자란 자녀들은 주류 가치를 배우며 살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분별하고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모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아버지는 아버지의 역할, 어머니는 어머니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자녀 교육의 근본입니다. 슈바이처 박사는 부모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본보기라고 말했습니다. 부모가 생활 속에서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억지로 가르치려고 애쓰지 말고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생활을 통해 본을 보이면 자녀들의 심력은 자연스럽게 길러집니다."

*두 아들을 모두 훌륭하게 길러내셨는데 평소 자녀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셨는지?

"아버지인 제가 앞을 보지 못하니 다른 가정과 많이 달랐죠. 아이들이 "아버지는 못해요"라는 부정적인 태도를 갖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제 스스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려고 늘 노력했고 아내 역시 생활 속에서 저에 대한 헌신과 존경으로 본을 보여줬습니다. 큰 아들이 3살 때 "야구를 같이 할 수 있는 눈 뜬 아버지를 갖고 싶다"고 기도하는 것을 보고 아들에게 다른 아버지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죠.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불을 끄고 동화책을 읽어 줬습니다. 하버드대에 입학한 큰 아들은 인생에서 가장 큰 의미있었던 경험에 대해 쓰라는 입학 에세이에 그때 제가 불을 끄고 책을 읽어주었던 얘기를 'Bedtime story in darkness'라는 제목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부시 대통령이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겼으니까 부시 행정부의 철학인 평등과 존귀 정신이 장애인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또 신앙이 마약 중독, 전과자의 재범 등 어려운 사회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런 것들을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서 책으로 엮어내고 싶습니다." <조은상 기자>

<강영우 박사는>

1944년 경기도 양평군에서 태어난 강 박사는 서울맹인학교 고등부를 졸업하고 연세대 문과대학을 전체 차석으로 졸업한 후 한국 장애인 최초의 정규 유학생으로 도미, 미 피츠버그대에서 교육 전공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아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 교육학 교수가 됐다. 현재 UN 세계 장애 위원회 부의장, 루스벨트 재단 고문을 맡고 있으며 2001년 세계 저명 인사 인명 사전에 수록되기도 했다. 강박사의 오늘이 있기까지 헌신적으로 내조해온 부인 석은옥 씨와 사이에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안과 전문의가 된 장남 진석 씨와 듀크대 법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차남 진영 씨를 두고 있다. 저서로는 '어둠을 비추는 한 쌍의 촛불', '아버지와 아들의 꿈',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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