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호흡곤란으로 갑자기 사망한 아기, CT 촬영해보니...

도쿄=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7-15 12:42

해부로 못 찾아낸 증거 발견, 스위스·호주 등도 많이 사용
부검 꺼리는 경우에 효과적… 한국 국과수 내년 도입 계획

이달 중순, 유명 백화점이 밀집한 일본 도쿄 긴자(銀座) 거리. 쇼핑객이 붐비는 이 지역에 죽음을 맞은 시신(屍身)을 찍은 영상이 매일 컴퓨터 모니터를 가득 채우는 곳이 있었다. 'Ai 부검영상(Autopsy imaging) 센터'. 시신을 CT(컴퓨터 단층촬영), 엑스레이 등으로 찍은 영상을 보고 사망원인을 판독하는 곳이다. 일본 전역 20개 병원에서 촬영된 시신 영상이 원격 전송 시스템을 통해 이곳에 모인다.

'의료영상 부검(剖檢)'은 사망원인이 불명확해 그 원인을 밝혀내야 할 필요성이 있으나 유족들이 해부를 통한 부검을 기피하거나, 시신을 훼손하지 않은 채 가장 의심 가는 사망원인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 쓰는 방법이다. CT 등 의료영상이 산 자의 질병 진단에서 죽은 자의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법의학과 영상의학의 만남

지난해 일본에서 생후 8개월 된 아기가 호흡곤란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왔다가 곧 사망했다. 엄마는 아기가 우유를 먹다가 토하면서 갑자기 생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의학팀은 아기 몸에 난 조그만 멍 자국을 보고, 아기 시신을 CT로 찍었다. 그 결과, 두개골과 팔뼈에 미세 골절이 발견됐다.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를 느낀 엄마가 아기를 학대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Ai 영상센터' 야마모토 세이지(山本正二·영상의학과 전문의) 대표는 "미세 골절은 해부를 통한 부검으로 찾아내기 어렵지만, CT로는 쉽게 알아낸다"며 "현재 일본에서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14세 이전 소아 사망에서는 모두 CT를 찍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CT 부검은 의료사고 규명에도 쓰인다. 50대 중반 여성 환자가 왼쪽 신장(腎臟)에 생긴 종양 때문에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았다. 바늘로 찔러서 신장 조직을 일부 떼어내는 검사다. 그러나 환자는 3일 후 새벽 병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조직검사 자리에 과다 출혈이 생겨 발생한 의료사고라고 했다. CT 부검을 한 결과, 조직검사 자리에는 출혈이 적었고, 반면 광범위한 뇌출혈이 발견됐다. 뇌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혈관 기형이 환자에게 있다가 이것이 우연히 터져 죽음에 이른 것이다. 부검 없이도 사망원인을 알아낸 셈이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CT 부검의 '위력'이 속속 밝혀지면서 아예 시신 전용 CT를 운영하는 병원도 생겼다. 스위스·호주 등에서도 CT 부검이 활발하다.

일본에서는 시신을 CT나 엑스레이로 찍어서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부검(剖檢)의료 영상 시스템을 운영한다. 도쿄에 있는 부검 영상센터 야마모토 세이지(영상의학과 전문의) 대표가 시신 영상을 설명하고 있다. 모니터 왼쪽 사진은 시신 엑스레이, 오른쪽 상단은 CT 사진이다. /도쿄=김철중 기자
억울한 죽음 밝히는 보조 수단

부검을 두 번 죽이는 것으로 인식하는 동양 문화 탓에 일본과 한국의 부검률은 4%대로, 서구 나라의 30~40%대보다 낮다. 이 때문에 타살이 자연사로 위장됐거나, 폭력에 의한 죽음이 사고사로 포장된 사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과수는 내년부터 CT 부검을 사망원인 분석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CT 부검 비용은 50만원 정도다. 유족의 요청으로 부검을 하게 되면 유족이 비용을 부담한다.

국과수 양경무 법의관은 "CT는 대량 재해 발생 시 치아나 골격, 몸에 부착된 유류품 분석 등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법의학 지식과 영상의학 기술이 접목돼 새로운 부검 기법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침몰 참사에 교감自殺까지… 소화 안되고 일손 안 잡혀
전 국민이 집단적 패닉(panic·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졌다. 많은 이들이 뉴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고, 여객선 침몰 뉴스를 차마 못 보겠다는 이들도 있다. 이유 없이 소화가 안 되고,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될...
"기침은 이제 팔꿈치 안쪽으로 막으세요!"통상 재채기나 기침이 나오면 많은 이가 손바닥으로 입을 막거나 주먹으로 가린다. 침방울이 주변으로 멀리 튀지 않기 위한 나름의 조치다. 하지만 이 방법이 손을 통해 폐렴 관련 세균과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주요...
자와드 재건 성형 전문가 방한, 올해 오스카 다큐 수상작 주인공
"여성의 얼굴에 염산 테러를 하는 것은 무자비하고 끔찍한 범죄죠. 여성의 피부뿐만 아니라 영혼의 상처까지 치료해줘야 합니다."염산 테러를 당한 여성을 집중적으로 재건 성형해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파키스탄 출신 영국 성형외과 의사 모하메드...
작년 숨진 25만7396명 중 7만1579명이 암으로 사망… 전년보다 0.8%p 줄어
암(癌)은 지난 1983년부터 30년간 줄곧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매년 올라가던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암(癌) 사망률(전체 사망자 중 암으로 죽은 사람의 비율)이 사실상 처음으로 꺾였다. 하지만 암 발생률(인구 10만명당 암 발생자 수)은 여전히...
한국인의 암 발생 패턴이 몇 년 사이에 크게 변하고 있다. 부동의 1위였던 위암이 1위를 내준 데다 환자 수로는 처음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환자 수가 4만4593명으로 전년보다 1.7% 줄어든 것이다. 10대 암 중 진료 환자가 준 것은 위암이 유일하다....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한 지 27년 만에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등록제'가 전면 폐지된다. 이제 에이즈는 당뇨병처럼 현대의학으로 통제 가능한 만성병이므로 에이즈 감염인을 특수관리 대상으로 묶어 불필요한 낙인과 차별을 받게 하거나, 등록...
중동의 두바이에서 간경화 말기 상태로 목숨이 위태로웠던 모하메드 알 마리(58)씨가 한국으로 날아와 극적으로 소생하기까지의 과정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간경화 판정을 받았고 올해 1월에는 복수가 차오르고 정신도 혼미해지는 간성(肝性)...
미리 보관한 난자로 첫 출산 - 차병원, 9년전 난자 해동 성공… 냉동 난자 재사용 최장 기록
지난 2001년, 당시 22살이던 미혼 여성 안씨(현재 나이 33세)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어느 날 찾아온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부터가 불확실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 그에게 결혼은 할 수 있을지,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인간 장기(臟器)와 생물학적인 기능이 유사한 돼지의 장기나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해 질병을 완치하려는 시도는 현대 의학의 숙원이다. 사람 간 장기 기증과 이식에는 수적(數的) 제한이...
무섭게 자라는 한국 대장암 - 고기 즐기는 美·英보다 많아, 지금 추세면 20년 후엔 2배생활 자체가 '대장암 쓰나미' - 음주·흡연·업무 스트레스에 고기 회식 많은데 운동 안해위 내시경은...
해부로 못 찾아낸 증거 발견, 스위스·호주 등도 많이 사용부검 꺼리는 경우에 효과적… 한국 국과수 내년 도입 계획이달 중순, 유명 백화점이 밀집한 일본 도쿄 긴자(銀座) 거리. 쇼핑객이...
훈련병 3명 뇌수막염 감염… "전원에 예방약 투여해야" 병원 진단 무시 사태 키워 지난 4월 하순 논산훈련소에서 군의료진의 오진(誤診)과 늑장 대응으로 노모(19) 훈련병이 사망했을 때 이 훈련소에는 노군을 포함해 뇌수막염 환자가 3명 발생하는 등 전염병 사태가...
국내 의학계 반응"휴대전화 귀에 바싹 대는건 전자레인지에 뇌 데우는 꼴"… 일부 의학자들 견해도 있어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하면 두통이나 귀에 통증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뇌와 귀 안쪽 내이(內耳)의 온도를 높여서...
나트륨 섭취량 세계 최고수준… WHO 권장량의 3배가장 큰 이유는? 직장인들 두끼 이상 외식, 식당은 맛 살리려 소금 과용과다 섭취 왜 나쁜가? 고혈압·심장병 유발하고 뇌졸중·위암 위험...
삼성서울병원 박원순·장윤실 교수팀 개가 태어날 때 체중이 380g이었던 초극소(超極小) 미숙아가 살아나 생후 9개월 만에 퇴원하게 됐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체중의 신생아가 생존한 사례다. 정상 신생아 평균 체중은 3.2㎏ 정도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과도한 업무량·스트레스…지나친 자신감·방심도 한몫의사가 시키는대로 하되 따라하면 안된다는 속설 입증서울대 의대 A모(41) 교수는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았다. 건강 검진에서...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서른 살 때 한국 와서 구강암수술‘코만도’등 36년간 외과수술 전파은퇴후 미국 돌아간 뒤 20억 최신 암치료기 예수 병원에 보내주고 자신은 응급실당직으로...
"심장과 폐 기형에 얼마 못 살고 죽는다는데….낙태권유 뿌리치고 봄에 '공주' 낳아 그 해 겨울에 이별 요즘도 '생일상' 차려"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뱃속의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단지 몇 개월, 길어야 몇 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면 당신은 그 아이를...
강직성 척추염으로 발밑만 보던 김춘광씨의 '기적'10대 후반부터 증세 나타나… '폴더형 휴대폰'처럼 굳어져치료 맡았던 김기택 교수팀, 7개월간 7번 대수술로 펴내… 세계적으로도 유례 드물어 경북 안동 시골 마을에 살던 김춘광(50)씨는 지난 30년간 척추가 앞으로...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