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인도의 눈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2-04 00:00

 

아요디아는 인도 북부의 작은 도시다.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이곳은 진실과 도덕의 화신이면서 신에 필적하는 완벽한 인간 라마왕의 출생지다. 힌두교도들에겐 매우 중요한 성지중 하나. 아요디아의 불행은 그곳에 하필 이슬람 사원이 함께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아요디아의 이슬람 사원은 500년의 고고함을 자랑한다. 인도 역사의 전성기 무굴왕국을 세운 바부르가 건설했다. 하지만 힌두의 성지에 이슬람 사원을 세운 바부르의 고약한 선택은 두고 두고 후손들에게 끔찍한 재앙을 안겨 주었다.

인도에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는 물과 불 사이다. 함께 섞여서 살갑게 사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물며 아요디아 같은 작은 도시에 힌두의 성지와 이슬람의 사원이 공존해 왔으니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곁에 두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도시는 늘 일촉즉발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1992년 12월 힌두교 광신도들이 유서깊은 아요디아 이슬람 사원을 무참히 짓밟았다. 라마왕의 출생지를 이교도들이 더럽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는 피를 부르게 마련. 이들의 우발적 행동은 인도내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간에 잇다른 보복을 낳는 갈등의 단초가 됐다.
1998년 힌두교 민족주의를 앞세운 인도 인민당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인도 인민당은 이슬람교도들을 ‘침입자’로 간주했다. 무슬림과 힌두교도와의 혼인을 금지시켰다. 역사 교과서를 개정하면서 인도를 힌두교 국가로 단정했다.

인도 인민당은 종교의 자유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민족의 영웅 마하트마 간디를 형편없는 인물로 깎아 내렸다. 반면 역사 교과서에 유대인 학살의 장본인 히틀러를 위대한 인물로 평가하는 억지를 부렸다.

인도에는 1억4500만이나 되는 이슬람교도가 있다. 그들이라고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이슬람 탄압에 반발한 과격파들이 2002년 2월 아요디아 인근에서 힌두 극우단체 회원들이 탄 열차에 불을 질러 승객 58명을 숨지게 했다.

흥분한 극우 힌두 정당과 언론들은 공공연히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피의 보복’을 부추겼다. 힌두교도들은 이슬람교도라면 노인과 여성, 어린이를 가릴 것 없이 공격했다. 돌로 쳐죽이거나 산채로 불에 던져 넣는 상상조차 못할 끔찍한 테러를 저질렀다. 놀라운 것은 학살이 주 정부와 경찰의 방관 속에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희생자 수는 무려 2500여명. 그나마 실종자로 분류된 많은 사람들을 제외한 숫자다. 이른바 ‘구자라트 대학살’이다.

무슬림 테러단체들은 2005년 10월 뉴델리의 한 시장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55명을 살해했다. 같은 해 7월엔 뭄바이에서 기차역과 통근 열차에서 연쇄 폭탄테러로 190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지난달 말 2백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뭄바이 테러가 발생했다.

‘인도판 9·11’으로 불리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테러범들은 무려 5천명을 살해하려 작정했다. 고성능 폭탄과 항법 위성장치까지 동원한 이들은 순식간에 인도 최대의 도시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 보복은 마침내 극에 다달았다는 느낌이다. 더 이상 어떤 잔인함이 지하드(성전)의 이름으로 자행될런지.

인도는 16세기 무굴제국 시절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유명한 타지마할을 건축한 샤자한도 무굴의 전성기 왕 중 하나다. 제국의 초기만 해도 이슬람과 힌두의 사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다툼이 생겨나면서 제국의 위세는 급격히 기울어 갔다. 인도의 현실은 분열의 상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인도 사람들은 인도만 아니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 이는 인도인들 스스로의 말이다. 그들이 누구나 해외로의 탈출을 꿈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도가 안고 있는 모순을 알고 나면 사람들은 “어떻게 이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도를 더 깊이 안 사람들은 도무지 그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들었다. 인도가 흘리는 눈물이 왠지 남의 일 같지 않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BC보건행정부 새 규정 적용 발표
BC주정부는 4일 BC주 보건행정부와 의료행정위원회(MSC: Medical Services Commission)가 그간 접수된 민원과 조사내용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공공의료제도 보호법은 그간 보건부와 MSC 관계자들이 병원이나 의사를 대상으로 접수된 민원에 대해 공개하는 것을...
2008년 본국 외환시장은 미 달러 대비 1259원으로 마감함에 따라 외화채무가 많은 항공,정유사들이 최악의 환 손실은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국의 일부 기업들은 통화 옵션거래로 막대한 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도 되고 있다. 본거래는 환율이 일정범위...
“캘거리 제쳐, 가구당 57만5826달러”
밴쿠버가 캘거리를 제치고 순자산(Net worth) 1위 도시로 등극했다. 글로브 앤 메일은 설문조사기관 인바이로닉스(Environics)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 “가계투자 가치 하락과 대출 증가 등으로 인해 캘거리의 순자산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밴쿠버는...
즐거운 모임 자리에서 혼자만 기분 상해 돌아온 적이 있습니까? 자신은 마음이 상해 있는데 누구도 내 기분을 눈치채고 신경쓰기는커녕 오히려 더 즐겁게 떠들고 노는 걸 보며 더 마음상한 적이 있습니까? 친구에게 값비싼 선물을 보내놓고 잘 받았다는 연락이...
새해 성취를 위한 계획 방법
신년을 맞이해 계획을 수립하고 이루는 방법 몇 가지를 찾아봤다.
“산행 시 더욱 각별한 주의 요구”
30일 오후 3시 30분경, 노스 밴쿠버 라이스 레이큰 인근에서 산행 중이던 16세 소녀가 부분적으로 결빙된 강물 위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소녀는 곧 구출됐지만, 머리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지반 붕괴가 이번 사고의...
불경기에도 돈버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경매전문 업체 리치 브라더스(Ritchie Bros.)는 2008년 수익이 지난해보다 12%나 늘어난 3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당사는 “50년만에 최고 호황”이라고 불경기를 잊고 자랑했다. 해당사는...
2009년 기축년 소띠 3인의 새해 소망
2009년, 새해가 밝았다. 달력은 맨 첫 장부터 다시 시작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은...
페르니 눈사태 8명 실종. 시신 8구 수습
BC주 내륙 페르니(Fernie) 지역에서 28일 눈사태가 발생해 스노모빌을 타던 8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경찰이 가장 많이 듣는 음주운전자의 변명
ICBC(BC차량보험공사)는 29일 연말연시 음주운전 단속 결과 적발된 운전자들의 변명 1위는 “마셨지만 멀쩡하다(I can handle my liquor)”는 말로 나타났다. 단속에 나선 경찰들은 주로 남자 운전자들로부터 이 변명을 가장 자주 듣고 있다. 술을 마셨지만 정신만...
1월이 되면 어김없이 독일과 캐나다의 추운 지방에서는 얼음과 눈으로 덮여있는 포도밭에서 단단하게 얼어붙은 포도들을 수확한다. 2주 이상 영하 7~10도 혹은 그 이상에 달할 때에만 수확이 가능한 아이스 와인 건포도에 가까울 정도로 쪼그라든 얼음 같은 포도를...
눈 다음에는 바람 2008.12.29 (월)
메트로 밴쿠버 강풍주의보
캐나다 기상청은 29일 오후 12시31분 메트로 밴쿠버 전역에 강풍주의보를 내렸다. 기상청은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 시속 50km에서 70km에 달하는 서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부터 저녁 사이에는 메트로 밴쿠버와 프레이저 벨리 일대에 시속 70km대 강한 북서풍...
대부분 상점에서 상당수 상품을 연중 최대 할인 가격에 물품을 판매하는 박싱데이(Boxing day)를 맞이해 캐나다 곳곳에서 쇼핑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는 강설경보가 26일에도 내려졌으나 아침 일찍 쇼핑에 나선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권민수...
“바위 등 장애물 조심해야”
위슬러에서 또 다시 스키 관련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24일 오후 2시 50분경, 데이브 머리 다운힐 북부에서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47세 남성 스키어가 목숨을 잃었다.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도중 커다란 바위와 부딪히면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내년 1월까지 혈액 수요 크게 늘어날 듯”
캐나다 혈액원(Canadian Blood Services)이 헌혈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월부터 내년 1월 2일 사이, 각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혈액 재고량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혈액원 관계자가 밝힌 전망은...
겨울 사진 2008.12.26 (금)
눈이 무척 왔습니다. 춥기도 무척 춥습니다. 제가 밴쿠버로 이민을 온 주요한 까닭 중에 하나가 겨울에 춥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마치 날씨에 배반을 당한 느낌입니다. 눈이 오면 -  특히 요즘처럼 많이 오면 사진 찍고 싶은 생각이 당연히 듭니다. 그런데...
“제설작업 관련 예산 증액 필요해”
경전철(스카이트레인) 밀레니엄 라인의 배차간격이 평소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몇몇 이용객들이 강한..
“가장 싼 곳은 포트 코퀴틀람 코스트코”
주유소 기름값이 4년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기름값 정보제공 사이트인 개스버디(Gasbuddy.com)에 따르면, 밴쿠버 소재 주유소들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이미 80센트 이하로 내려갔다. 참고로 메트로 밴쿠버에서 기름값이...
결정적 순간 2008.12.23 (화)
사진 역사를 통털어 가장 유명한 사진가는 누구일까요? 참으로 멍청한 질문이고, 물론 답이 있을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몇몇 후보를 들 수는 있겠습니다. 그 후보 중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오늘 이야기 할 앙리 카티에르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입니다....
2008 대한민국정부 국민포장 수상한 김광수 목사
써리에 위치한 믿음교회는 마치 ‘작은 캐나다’처럼 보인다. 영어 예배가 주축이긴 하지만, 교회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남미 출신의 이민자까지 감싸 안는다. 신자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예배를 드리고, 교회라는 큰 틀 안에서 복합 문화 주의를 경험한다....
 1341  1342  1343  1344  1345  1346  1347  1348  1349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