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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투리 잡힐까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0-02 00:00

故 최진실씨 "나도 사람인데…"

"내 노래를 비판하는 악성 댓글 때문에 가수 생활을 그만둘 뻔했다."(가수 이승철)

"공식석상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혀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면 연예인 생활이 끝날 수도 있는 것 아닌가?"(30대 톱 탤런트 A씨)

악성 댓글, 몰래 촬영한 사진, 근거 없는 정보모음집…. 인터넷,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등 각종 첨단 기기와 시스템으로 '무장'한 대중들이 연예인의 삶을 거의 24시간 감시하는 시대다. '숨을 곳 없는' 연예인들은 '질식할 것 같은' 삶을 호소하고 있다.

2일 목숨을 끊은 탤런트 최진실은 평소 '인터넷 광'이었으나 자신에 대한 악성 댓글로 심한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월, 2월 잇따라 목숨을 끊었던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 역시 인터넷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고 심한 우울증을 겪은 경우. 최근엔 '파파라치'처럼 변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연예인 정보 공개도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살까지 부른 인터넷 루머

최근 연예기획사 대표 백 모씨는 '연예가 소식 총정리 X-File'이라는 제목의 파일 하나를 메신저로 받았다. A4 용지 14장에 해당하는 이 파일엔 '배우 A씨는 사람을 잘 패는 걸로 유명하다. 탤런트 B씨는 일본과 강남의 술집에서 4년 동안 일했고 미국 학교 졸업장도 모두 가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내용은 메신저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대중들에게 퍼져나갔다. 메신저로 받은 텍스트를 블로그에 올리고, 이것이 '입소문'으로 이어지면, 모든 루머는 사실이 되어 버린다. 백씨는 "허무맹랑해서 웃음이 나왔지만 소문이 진실로 포장되는 건 순간"이라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 루머'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나 연예기자들의 뒷얘기를 수집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퍼지는 것이 보통. 기업 및 증권가에서 돌고 있는 소위 '찌라시'도 이런 소문을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진실을 자살 직전까지 괴롭혔던 '사채 연루설'도 경찰 조사 결과 증권사 여직원 백모(25)씨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전파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 초엔 영화배우 신하균이 한 유흥업소 직원이 퍼뜨린 '마약 밀매설'에 시달리다 못해 직접 경찰에 자진출두,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기도 했다.

 

◆온 국민이 '파파라치'…연예인은 숨막힌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전화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 연예인과 마주치는 사람은 누구나 거침없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연예인들의 사생활 공간은 점점 더 좁아지는 추세다. 가수 신정환이 방송에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한 다음날 신씨와 여자친구가 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을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리거나, 아나운서 박지윤이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나 찍은 개인 사진을 미니홈피에서 해킹해 유포시키는 식. 각종 포털이 '연예인 직찍(연예인을 직접 찍었다는 뜻)사진'을 주요한 콘텐츠로 '우대'하는 것도 '전국민의 파파라치화'를 부추긴다.

일부 연예매체의 '몰래 카메라' 보도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9월엔 한 연예매체가 호텔 수영장에서 남자친구와 휴식을 즐기는 가수 이효리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 보도했다. 이에 이효리는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고 항변했다.

◆"댓글 읽기가 두렵다"…치명적인 악성 댓글

2일 '네이버', '다음' 등의 주요 포털업체들은 고(故) 최진실 관련 각종 기사에 댓글을 차단한다고 공지했다. 인격권 침해나 명예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악성 댓글이 끼치는 악영향을 포털 사이트 업체들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실제로 악성 댓글에 시달린 연예인들은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겪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현영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댓글을 읽기가 무서워서 컴퓨터 전기 코드를 아예 뽑고 지낸 적도 있다"고 밝혔다.

경인방송(OBS) 토크쇼 '최진실의 진실과 구라'를 연출했던 류진영 PD는 "인터넷 댓글을 주제로 방송에서 토론을 벌일 때 최진실씨가 '네티즌들이 정말 무섭다. 나도 사람인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대중은 연예인에게도 인격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자주 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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