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동아시아 문화의 보편성 속에서 독자적 한국 문화의 정체성 유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8-07 00:00

유홍준 교수의 한류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②

3. 한국 문화의 정체성
한 문화권의 문화적 전파는 흔히 중심부 문화가 주변부 문화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물 흐르듯이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말한다. 이것이 언필칭 문화전파론이다. 그러나 한 문화권의 문화가 전개된 실상을 보면 일방적 내지 의도적 전파라는 면보다는 주변부 문화의 적극적 수용이라는 면이 더 강하다. 독일의 르네상스에서 알브레히트 뒤러가 보여준 노력 없이 그것이 가능했겠는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한류 역시 하나의 문화 전파인데 문화공급국인 우리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라 문화수신국의 적극적 수용에서 일어난 현상인 것과 같다.

세계 문화사에서 종교적 전파를 제외하고는 중심부에서 주변부에 선물을 주듯 전해준 예는 거의 없다. 그러니까 한국의 문화가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국인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궤도를 같이했다는 사실은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갱신을 통하여 중심부에서 일어난 새로운 문명에 낙오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중국의 문명에 낙오하지 않으려고 애쓴 것은 정말로 피눈물 나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신라시대 도당(渡唐) 유학생들은 보통 20년, 30년을 이역만리 이국 땅에서 인생을 바쳤다. 혜초 같은 이는 끝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고국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시 <신라땅 고국을 바라보며(망신라)>를 남겼다.

고려시대 문익점은 고국의 의류 혁명을 위하여 목화씨를 밀반출해 왔다. 도둑질을 해서라도 문명을 일으키려고 했던 그 뜨거운 조국애를 볼 수 있지 않은가. 중국에 가는 사신들은 그들에게 지적으로 떨어지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들보다 풍부한 문사철(文史哲)의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열성적으로, 때로는 극성을 보이면서까지 그들의 문명을 배우고자 했다. 그래서 송나라 소동파 같은 이는 “고려 사람들은 영리하여 쉽게 배워 가니 함부로 가르쳐주지 말라”는 중국인 스스로의 경계를 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어느 것 하나 문명국으로부터 이것을 사용하면 좋을 터이니 너희도 가져가 써보라고 내려준 문화의 전파는 없었다. 그것은 물질 문화에서는 더욱더 그러하였다. 그 하나의 예가 도자기이다.

도자기, 그 중에서도 자기의 발명은 위대한 탄생이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밥그릇, 반찬접시 등 식용기에서 아직까지 자기보다 더 위생적이고, 사용하기 좋고, 보기 좋은 용기는 발명되지 않았다. 자기를 최초로 발명한 것은 중국이었다. 고월자(古越磁)라는 초기 청자가 만들어진 것은 대개 4세기 무렵이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이보다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10세기로 들어서면 완벽한 비색(秘色)청자를 만들어내고 12세기 송나라 휘종황제 때는 그 절정에 달한다.

중국에서 고월자(古越磁)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토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비색청자를 생산하는 것을 보고 고려인들은 열심히 노력하여 11세기에는 높은 수준의 고려청자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12세기 인종, 의종 때는 송나라가 자랑하는 여요(汝窯)와 맞먹는 최상의 청자를 생산하게 되었다. 이를 비색(秘色)청자라 불렀다. 나아가 고려인들은 청자의 약점인 문양의 문제를 상감 기법으로 해결하여 상감청자의 길을 열었다. 그것이 우리가 자랑하는 상감청자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청자에서 그 문양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고려인들의 상감기법을 수용하지도 않고 청백자의 길로 들어가 버렸다.

고려 이외의 어느 나라도 중국의 청자를 본받아 자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중국과 우리나라 이외의 나라에서 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을 보면 베트남이 안남사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15세기, 일본은 조선 도공들이 아리타(有田)에서 백자를 만든 17세기이며, 유럽의 자기는 17세기 말 독일의 작센 공화국에서 마이센 백자를 만들면서 자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니까 10세기에서 15세기까지 500년 간 세계 자기의 역사는 중국과 우리나라만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에 고려마저 청자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세계도자사는 매우 밋밋했을 뻔 했다.

한국 문화의 정체성은 이와 같이 동아시아 문화의 보편성 속에서 독자적인 성격의 특질을 보여 주고 있는데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당당한 지분율을 갖고 있는 문화적 주주 국가인 것이다. 그 지분율이 얼마나 되는가, 그것을 액면가(양)로 계산할 것인가 아니면 실거래가(질)로 산출할 것인가는 별도의 문제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일본 등이 중국 문화를 수용하면서 그들만의 문화로 발전시킨 것은 동아시아 문화권의 내용을 살찌게 한 것이었다. 똑같은 중세 시대의 불상 조각이라도 중국의 불상, 한국 불상, 일본 불상, 베트남 불상의 모습이 다르다. 그 다양성이 바로 문화권의 풍부한 내용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웃기고 자빠졌네 2008.09.19 (금)
김미화는 웃기는 여자다. 일자 눈썹을 진하게 붙인 그녀는 남편에게 함부로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댔다. 그 모습에 남자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여자들은 통쾌하게 손뼉을 쳤다. 남자들은 웃겨서 웃었다. 여자들은 속 시원해서 웃었다.  그녀의 극중 남편...
원화는 올해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미화 1달러와 캐나다 1달러에 936원하던 원화는 9월 17일 각각 1121원, 1053원으로 마감하였다.  원화는 미달러에 대해 연초부터 약 19% 하락하였고, 캐나다달러에 대해 약 14% 하락하였다. ...
  지역 주민 41명의 생활 불편을 해소해준다는 명목으로 무려 366억원이 투입되는 다리가 건설 중에 있다. 주민들을 내세운 것은 공사비 조달을 위한 명분이었을 뿐 실제로는 '전시 행정'이 빚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문제의 다리는 강원도...
올해 안에 결정… 연 36만달러 예산으로 운영
노스로드 사업진흥구역(Business Improvement Area: 이하 BIA) 결성을 위한 모임이 17일 오후 6시부터 코퀴틀람 베스트 웨스턴인에서 노스로드사업자협회(North Road Business Association: 이하 BA) 주최로 열렸다. 앤 칼슨(Carlsen) BA회장은 2003년 BA결성 이후 현재까지 활동을...
주목되는 5대 접전지역 2
제 40대 캐나다 연방하원의원선거가 10월 14일 실시된다. 선거를 앞두고 ‘선택 2008! 총선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1년 9개월 만에 다시 실시되는 총선은 최초의 한국계 의원 탄생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주요 정당의 집권 가능성도 함께 가늠할 수 있는...
빈대와 벼룩, 피부질환과 전염 시킬 수 있어
지난 3년간 메트로 밴쿠버에 600% 이상 번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빈대(bedbug)와 벼룩(flea)이 질병을 옮길 수 있다며 만약 빈대나 벼룩에 물리면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청소와 구충작업을 벌이라는 경고가 밴쿠버 코스탈 보건청(VCH)에서 나왔다. 빈대와 벼룩은 모두...
내년 1월1일부터 고혈압약 등 일부분 허용
BC약사협회(BCPA)는 18일 자체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약사는 의사의 승인 없이도 일부 처방전을 갱신할 권한을 갖게 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받은 의약품을 다 복용하거나 사용한 후에는 또 다시 의사를...
밴쿠버, 노숙자 2010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전망 메트로 밴쿠버 지역의 노숙자 인구가 크게 늘어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올림픽준비위원 회 등 관계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17일, 주요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노숙자 인구는 2660명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늙고 싶다” 두 번째 이야기
은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 손상대씨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노인들이 은퇴 후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 그의 눈엔 안타깝게 비춰진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인생의 전환점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고민 1순위 성적, 2순위 학비
캐나다 대학생들의 1순위 고민은 성적이다. 10명중 8명은 성적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입소스리드사가 2005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험을 앞둔 대학생들의 긴장감은 극대화 된다. 10명중 3명(29%)은 시험을 앞두고 신경과민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콜링우드 스쿨 카운셀러 홀리 스코필드씨
정신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성숙해지면서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청소년기는 수많은 고민과 문제들로 가득하다. 그리하여 1900년대의 저명한 아동심리학자 스탠리 홀은 청소년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렀다. 이러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작업환경 개선 요구하던 멕시코 노동자 강제 추방”
작업 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멕시코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난 9월 5일 자국으로 강제 추방된...
뇌혈관 계통 이상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66) 국방위원장을 진료하기 위해 지난달 방북 했던 중국 의사 5명이 최근 중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그러나 뇌(腦) 전문의로 알려진 프랑스 의사 등 일부 유럽 의료진은 계속 평양에 체류 중인 것으로...
각 교육청들은 학업, 예술, 창의적 능력 개발이나 또는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 우수 학생들에게 Alternative(대체), Special(특별), Gifted(재능)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과정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들로 모든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French...
  밴쿠버의 여름은 밝은 햇살과 맑은 공기 그리고 거의 비가 자주 내리지 않아서, 비교적 짧지만 많은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인상을 남긴다고 합니다. 그러나 9월말이 되고 10월로 접어들면 UBC를 중심으로 도시 곳곳에서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부슬부슬 비가...
한인 대학교 4학년생들의 고민들
캐나다 대학생들, 특히 4학년들의 생활은 그간 쌓인 경험으로 짜임새를 갖췄지만 동시에 사회진출과 관련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본보 인턴기자들이 모아 본 대학교 4학년들의 생활과 고민을 소개해 본다.   공통 고민1 “학업과 성적, 그리고 기대” 학기...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2루타를 때리고 팀이 7연승을 달리는 데 힘을 보탰다. 이승엽은 17일 가나카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계속된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방문 경기에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1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추석 피로를 풀러 찜질방에 간 것이 화근이었다. 여모(38·서울 서초동)씨는 연휴 마지막 날 동서들과 집근처 찜질방으로 가 뜨거운 불가마 앞에 앉아 20여 분간 얘기꽃을 피웠다. 이튿날 여씨는 눈이 따갑고 눈물이 흘러 안과를 찾았고, 의사는 '각막 화상'으로...
냉장고를 열어보니 지난 추석 차례 지내고 남은 음식 재료들이 아직도 쌓여있다. 쇠고기, 달걀, 당면, 토란, 대구살, 파, 황태(북어), 당근, 양파 등등. '이 재료들로 한끼 때울 수 없을까?' 똑같은 질문을 서울 시내 유명 레스토랑 요리사들에게 던졌다. 요리사들은...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미신, 생명 잃을 수도 있어
버나비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과 불화로 인해 이혼수속을 하면서 우울증을 호소...
 1361  1362  1363  1364  1365  1366  1367  1368  1369  1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