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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영어영재들 "경쟁보다 축제를 즐겼어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6-12 00:00

'내셔널 스펠링 비' 미국 본선대회 현장 취재

'영어 올림픽'으로 불리는 '내셔널 스펠링 비(National Spelling Bee·영어철자말하기 대회)'는 영어를 매개로 한 흥겨운 축제였다. 세계 최대의 교육행사답게 영어를 쓰는 나라들의 관심은 펄펄 끓었다. 한국은 '토익 만점' 기록을 자랑하는 경기 고양 한내초등학교 5학년 서지원(12)양이 윤선생영어교실 후원으로 처음 출전했다.

지난달 29일, 30일 양일간 미국 워싱턴 D.C.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내셔널 스펠링 비' 본선대회의 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올해로 81회째인 이 대회는 그 연륜만큼이나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참가하는 매머드 교육행사로 유명하다. 올해는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한국을 포함해 총 12개국의 학생 대표 288명이 참여했다. 전 세계 280여 개 교육관련 업체가 후원했다고 한다.

▲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가자 중 한 명이 출제자가 낸 문제에 답하고 있다. 동영상 chosun.com


세계 12개국이 참여한 영어 축제

내셔널 스펠링 비는 여느 영어 말하기 대회와는 다르다. 각 지역 또는 나라 대표들이 영어철자에 자존심을 걸고 승부를 펼친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맞붙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동양인을 비롯, 흑인, 백인이 어우러져 영어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를 반영했다.

서지원양과 함께 올해 처음으로 출전한 가나의 쿠바봄(14)양은 "세계적인 대회에 아프리카 지역 대표로 출전하게 돼 영광"이라며 "나라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올림픽 전야제를 연상시키는 식전행사도 눈에 띄었다. 본선 대회에 앞서 열리는 환영 만찬, 바비큐 파티, 워싱턴 관광 등을 통해 참가자들끼리 우정을 쌓는 기회를 제공했다. 서로 사인과 연락처를 주고 받는 것이 대회의 오랜 전통이라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출전한다는 미국 오하이오주(州) 대표 스캇 라미에(14)군은 "외국인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친해지기 위해 대회 일주일 전에 대회장에 왔다"고 했다.

틀리고 맞는 것이 명확한 비교적 '공정한' 대회라는 점도 특징이다. 대회는 참가자들이 출제자의 발음을 듣고 단어의 철자를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매 라운드마다 정답자만 다음 단계로 진출할 수 있다. 예컨대, 문제가 'national'이라고 해보자. 출제자가 '내셔널'이라고 발음하면 참가자는 'n.a.t.i.o.n.a.l.'이라고 철자를 말해야 한다. 10년간 심사위원을 지냈던 에드 로우씨는 "결과가 명확하기 때문에 참가자들로부터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는다"며 "지난 81년간 이의를 신청한 경우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 우승자 사미엘 미스라군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인도계 학생끼리 결승전 벌여

영어 철자를 묻는 대회인 만큼 어휘력만 높다면 누구나 우승을 노릴 수가 있다. 최근 들어 영어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영어권 국가들의 참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외국계 참가자의 선전이 돋보였다. 미국 국적이긴 하지만 최종 결선에 오른 10명 중 인도계 학생이 3명, 중국계 학생이 2명이나 됐다. 게다가 결승전에서는 인도계 미국인 학생 2명이 겨뤘을 정도다.

우승은 '포상하다'라는 뜻의 'guerdon'을 맞힌 사미엘 미스라(13)군이 차지했다. 세 번 출전한 끝에 우승을 거머쥔 미스라군은 3년 전 같은 대회에 출전한 누나와 함께 대회 준비를 했다. 그는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식보다는 대회를 즐기고 싶었다"며 " 최선만 다하자는 각오로 임했더니 영광이 나에게 돌아왔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내셔널 스펠링 비에 대한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최종 결선은 ABC와 ESPN 방송 채널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생중계됐다. 대회 관계자는 "매년 900만 명 이상이 시청한다"고 했다. 마치 인기 있는 스포츠처럼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고 대회에 열광한다. 미스라군이 '챔피언'으로 확정되는 순간, 대회장을 찾은 전세계 200여 명의 기자들로부터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에게는 3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졌다.

사실 본선에 진출하기도 쉽지 않다. 대개 참가자들은 수 차례에 걸쳐 치러지는 예선을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주(州) 참가자인 한국계 정소영(14)양은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 대표가 됐다"며 "교민 신문에 소개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정양은 90명을 선발하는 1차 본선에는 올랐지만 2차 본선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참가자 학부모 중 한 명인 크리스티나 밀리안 (45)씨는 "아이가 대표로 뽑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

단계 올라갈수록 어려워져

81년이나 지속된 대회인 만큼 눈길을 끄는 일들이 많았다. 형제 모두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물론 부모에 이어 자녀가 출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5년 전 대회에 참가한 좋은 경험 때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는 중국계 린 규이(20·플로리다 대)씨는 "12년 전 친언니가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며 "나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대회"라고 말했다.

영어를 잘하는 진짜 실력파들이 모인 만큼 문제 수준도 상당히 높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출제되는 단어가 까다로워진다. 'farcical(익살맞은)', 'argentous(은의)', 'pathogenicity(병원성)' 등등. 영어를 꽤나 잘하는 전문가들조차도 맞히기 어려운 단어들이 나온다.

그래서 대회가 열리는 동안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을 흔히 볼 수 있다. 대회장인 호텔에서는 밤늦게까지 영어 공부를 하느라 불을 밝힌 학생들로 인해 객실 전체가 밝을 정도였다. 대회 관계자는 "영어를 매개로 전세계 학생들이 하나되는 축제로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종임 기자 bangji@chosun.com


"세계적 영어대회… 참가만으로도 기뻐요"
한국대표 서지원양
 
"이렇게 세계적인 영어대회에 참가하게 돼 너무 기뻤어요"

올해 처음으로 '내셔널 스펠링 비' 한국 대표로 참가한 서지원(12·고양 일산 한내초 5학년·사진)양에 대한 현지 반응은 단연 뜨거웠다. 대회 내내 관계자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았고 AP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기도 했다.

서양은 지난 2월 윤선생영어교실 주최로 열린 국내 결선에서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을 차지해 미국행(行) 티켓을 거머쥐었다. 해외연수는 물론 여행도 가본 적 없는 순수 국내파 영어 영재로 홈스터디를 통해 6살부터 영어 실력을 쌓았다. 비행기도 이번에 처음 탔다. 윤선생영어교실 파닉스 프로그램을 하며 영어 발음을 익혔고 평소 다양한 영어원서를 읽으며 어휘력을 길렀다. 지난 1월 토익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미국 본선에서 선전했으나 안타깝게도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서양은 "대회에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며 "철저히 준비해서 내년에 또 한 번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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