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떡볶기, 떡뽁기…… 어쨌든 떡볶이. 세상이 변하여 소고기에 갖은 야채 참기름 넣어 맑게 만든 궁중떡볶이니 갖은 멋을 부린 떡볶이가 활개를 친다 해도, 진정한 떡볶이는 오직 빨간 고추장 잔뜩 두르고 온몸으로 불타는 너! 어릴 때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그 떡볶이 맛을 따를 자가 누구뇨.
■ 철판 냄비에 갖은 야채로 만든 떡볶이
“떡 볶이, 떡볶이, 떡뽁기”
학창시절, 맞춤법 통일안이 나오기 전까지 학교 앞 분식집 마다 다르게 붙어 도대체 헷갈리게 만들던 떡볶이. 하지만 맞춤 법 틀려도 그 맛은 레서피로 만든 것처럼 똑같이 맛있기만 하던 떡볶이. 아이 어른 통틀어 ‘담배 끊고 술 끊었다’는 말은 들어 보았어도 ‘떡볶이 끊었다’는 말은 여태껏 들어 본 적이 없다. 고로 그 매콤하고 쫄깃한 맛이 술보다 담배보다 독한 중독성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
게다가 큰 철판 위에 양배추, 파, 깻잎, 당근…… 야채 가득 얹어 매운 고추장 얹어 떡을 익혀 만드는 신당동 떡볶이가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떡볶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마복림 할머니가 ‘메누리도 몰러’ 하더니 텔레비전에 나와 광고까지 ‘빵빵’하게 했던 걸로 미루어, 전국민의 간식이 된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그러게 학창시절 수업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 출출한 오후, 분식집들은 왜 하필 길가에 훤히 보이도록 철판을 설치해서 가난한 우리 주머니를 홀랑 털게 만들었을까.
■ 이름만 듣고 달려가는 ‘신당동 떡볶이’
신당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이 떡볶이 골목은 중부소방서 뒷골목,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고 캐나다 밴쿠버 ‘신당동 떡볶이’ 집은 코퀴틀람 노스로드 선상에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름만 듣고도 군침 도는 ‘신당동 떡볶이’ 생각나던 사람들은, 그 맛을 제쳐두고라도 이름만으로도 반가워 싫다는 아이들 손목을 끌고 한 달음에 달려가보고 싶었을 듯. 덕분에 5월1일 문을 연 이 집, 문턱이 5cm쯤 닳았다는 소문이 바람결에 들려온다.
■ 매운 맛은 별도로 주문 할 것
요즘도 신당동 떡볶이 골목 어느 집에는 목소리 ‘쫙’깔고 손님들의 신청 음악 틀어주는 뮤직박스와, 음악이 나오는 막간을 이용해서 도끼 빗으로 긴 머리 쓱쓱 빗어 넘기는 DJ가 있다. 예전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업주들이 연출하는 이런 이벤트조차 그리운 날이 있을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
밴쿠버 ‘신당동 떡볶이’집에도 뮤직박스와 그 DJ가 있을까? 가보면 ....... 없다. 그러나 그 골목에서 먹던 그 맛처럼 맵지는 않지만, 그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맛있는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다.
이 집은 이민 후 알게 모르게 순한 맛으로 변한 우리 교민들을 위해 ‘순한 맛’을 내 놓는 편. 만약 한국에서처럼 입 주변을 빨갛게 고춧물 들이면서 ‘알싸’한 매운 맛에 눈물 찔끔 흘려보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매운 맛으로 주세요’ 한마디를 꼭 해야 한다.
◇ 신당동 떡볶이 집의 백미는 떡볶이와 쫀쫀한 밥알이 절로 입맛 돋게 하는 가정식 김밥, 양푼비빔밥, 쫄면이다. 떡볶이를 먹고 난 다음 양념으로 볶는 철판 볶음밥도 일미. 작고 아담한 실내를 노란색으로 칠해 아이들의 취향에 맞춘 경쾌한 분위기가 아담하고 예쁘다. |
■ 다시다 조차 사용 안 해
양푼 비빔밥, 김밥, 쫄면, 볶음밥, 라면…… 분식집에서 즐겨 먹던 메뉴가 즐비하다. 물론 주 메뉴는 신당동 떡볶이. 메뉴판에서 ‘신당동 떡볶이’를 시켰다.
전골 냄비 가득 야채와 떡볶이가 절반쯤 익은 상태로 나왔다. 양배추와 당근, 쑥갓, 갖은 야채에 빨갛게 간이 밴 떡볶이 떡 속에 납작한 오뎅도 보이고 큼직한 계란이 두 개! 시키는 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푸짐하게 나온 떡볶이가 맛깔스러워 보인다.
‘절대 MSG를 쓰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주인은 써리에서 일식당을 하고 있고, 밴쿠버 동물원내에서 음식점을 한 경력이 꽤 길다. 그래서 고객들을 생각해서 일체의 조미료를 쓰지 않아, 조미료 맛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처음에 다소 ‘싱거운’듯 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문을 열고 나서 처음에는 다시다를 사용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이 집에서 ‘조미료를 넣어 달라’고 주문하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아이들과 학생들이 좋아하는 ‘떡볶이’에 조미료를 넣을 수 없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떡볶이를 다 먹고 나면 남은 양념에 밥을 시켜 볶아 먹는 철판볶음밥 코스도 있다.
■ 양품 꽁보리밥 맛있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떡볶이를 주식으로 한끼 먹기엔 억울하다. 그런 사람들에겐 양푼비빔밥이 또 기다리고 있다. 상추와 양배추, 양상추, 깻잎, 오이…… 갖은 야채를 넣어 참기름 듬뿍 넣고 비벼 먹는 양푼비빔밥은 고소하고 산뜻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 톨도 남기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이 집 주방장의 자랑이다.
이 양푼비빔밥의 백미는 역시 꽁보리밥에 야채를 넣고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 먹는 것. 하지만 까칠한 보리쌀이 싫은 사람은 쌀밥만 주문할 수도 있다. 양푼 안에 들어가는 밥은 세가지.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100% 보리쌀만으로 지은 꽁보리밥, 보리와 쌀밥을 반반씩 섞어 만든 절반의 보리밥, 혹은 쌀밥이다.
■ 쫄면
이 집의 또 하나 별미는 ‘쫄면’. 냉면을 뽑으려다 실수로 만들게 되었다는 이 쫄면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 주문하면 바로 삶아 낸 다음 면 아래 얼음조각을 깔아 시원한 맛에 두 그릇을 해치우고도 배부른 줄 모르고 앉아 있다가 점점 배가 불러 ‘죽을 뻔 했다’고 할 만큼, 맛깔스럽고 깔끔하다. 이밖에도 고추장 돼지 불고기와 추억의 양은냄비 라면, 어묵꼬치도 있다.
■ ‘신당동 떡볶이’ 상세정보
문의: 778-217-0525
주소: 581 Clarke Rd., Coquitlam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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