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입맛잃은 할머니를 위해 어머니가 만들던 반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3-28 00:00

배옥숙씨(코퀴틀람)의 김 장아찌와 생대구 깻잎 찜

“진짜 맛있는 음식은 광주지라~ 전주는 딱 1% 맛이 모질라재…”
어따, 전주 사람들 들으면 돌 맞을 소리를 이렇게 눈 깜짝 하지 않고 무시로 하고 다녔으면서도 여태 ‘태클’ 한번 걸리지 않고 무사할까.

요리라면 누구한테도 빠지지 않는 광주 아줌마 배옥숙씨. 어릴 때부터 요모조모 살림꾼이던 친정엄마 밑에서 보고 배우며 자란 음식 솜씨가 짐이 되어 평~생 징글징글하게 요리와 인연을 끊지 못하며 살고 있단다.

전라도 전주음식이 맛이 있긴 있나 보다. 광주 토박이 맛에 자부심 그득한 그녀가 대적할 만한 지역으로 꼽은 곳이 전주. 광주를 강조하려고 든 그 예가 오히려 전주를 추켜세운 격이 되고 말았다.

▲일 잘 하는 사람 일 복 많고, 요리 잘 하는 사람 주방을 떠나지 못하는 법. 어릴 때부터 친정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손 맛으로 결국 음식점 주인이 된 배옥숙씨. 아이들을 위해 가게를 접고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백인백색의 사람들 입맛을 다 맞추기가 어렵지만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행복하단다. 엄마의 부족한 손길에도 예쁘게 잘 자라준 두 아들만 보면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다.

 “전주 비빔밥도 원래 광주서 전주로 간겨……”
큭! 이런 억지가. 아무리 음식 정보 ‘꽝’인 사람이라 해도 우리나라 음식 맛의 진수라하면 그래도 전주가 광주보다 1% 낫다는 정설에 반기를 들 사람 몇이나 있을까. 그녀, 다시 주장의 강도를 확 높여 목소리 볼륨 ‘UP~’.
“그려…… 외국 생활하는 이민자들의 고향 사랑하는 그 마음 누가 이해하지 못할까…….”
마음 한편으로 이랬다가 또 한편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녀가 일관성까지 유지하며 이런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펼치는 건, 아무래도 고향, 또 그곳에서 함께 살던 친정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게다.

한국서부터 밴쿠버 이민 후에도 음식점을 열어 요리에서 손을 떼지 못하다가 밤낮 가게에 매달려 일만하던 어느 날, “남의 나라까지 와서 ‘애 새끼’들 몽땅 고생시키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눈 질끈 감고 가게를 접었다. 자식 잘 키우자고 온 이민인데 정작 엄마 손길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 처분하고, 혼자 고생할 각오로 난생처음 남의 집 주방살이를 시작했다.

“하!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 맛이 어째 광주여?”
광주냐 전주냐 태클 걸어 전주의 명성을 되찾아주고 싶지만, 전주 사람조차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일에 괜한 정의감 불태웠다가 취재원 한 사람 놓칠 순 없는 일. 아부에 아첨을 더해 촬영이 몹시 순조로웠다는….

다수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 약이 된다면, 전주나 광주나 전라도는 전라도. ‘전주비빔밥’이 ‘광주비빔밥’으로 돌변한다 한들 어떠하리. 칭찬은 역시 명약이다.
‘음식은 무조건 광주가 최고’라는 뻔뻔한 거짓말이 금세 약효를 발휘, 주방 안을 서성거리며 “할 게 없네…… 할 게 없네……”하던 그녀, 당장 마음에 쏙 드는 두 가지 메뉴를 내 놓았다.
‘김 장아찌’와 ‘생대구 깻잎 찜’.

▲배옥숙씨가 만든 생대구 깻잎 찜과 김 장아찌.

 그러나 깻잎 재료가 문제다. 음식점이야 삶아서 저장해 둔 깻잎 줄기가 있다지만 가정집에서 이런 이른 봄철에 깻잎 구하기가 어디 쉬울까. 쑥갓이나 미나리를 넣어도 괜찮다는 대안을 내 놓고 요리를 시작했다.

김 장아찌는 그녀의 친정 어머니가 생김이 입에 붙어 불편하실 할머니의 반찬으로 자주 내 놓았던 추억의 반찬. 생대구깻잎 찜은 ‘메뉴는 많은데 도대체 먹을 게 없다’는 가게 손님들 꼼짝 못하게 할 요량으로 최근 맛을 개발하고 있는 그녀만의 야심작. 아직 그 베일을 벗지 않은 따끈따끈한 레서피다.

그녀도 안다. 음식점 음식,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 그래서 소위 ‘다시다’ 한 톨 안 쓴 음식, 음식점 티 나지 않는 맛이 없을까 늘 고심한다.

한인식당에서 ‘배 언니’로 통하는 그녀의 원래 특기는 감자탕. 밴쿠버에서 그나마 아구찜을 먹을 만한 한송식당의 아구찜, 추어탕도 그녀의 손끝에서 나온다.
냉동대구와 생대구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걸 아는 그녀. 살아 있는 대구 가격이 만만치 않아 눈치를 보는데 씀씀이 넉넉한 주인아저씨 ‘마음껏 쓰라’고 허락해 주자 칼 끝에 신바람소리가 들릴 지경이다.

“맛있다고 음식값 비싼 것도 아니고 맛없다고 음식값 깎아주는 것도 아니니까 어느 집에서든 맛있는 음식 잘 골라서 먹는 사람이 현명하다”는 그녀가 작정하고 만든 생대구 깻잎 찜. 솔직히 야심작이라지만 만들기가 너무 쉬워 레서피로 설명하고 말 것도 없다. 김 장아찌도 그렇고 생대구 깻잎 찜도 그렇다. 보통 장아찌 할 때와 비슷한 과정의 김 장아찌는 바삭하게 구워진 김에 어지간히 물린 사람들이 김을 좀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 반찬. 주부들이 레서피 없어서 굶을 까만, 냉동고 구석에 박혀 있는 김이 있다면 김장아찌를 만들면 좋을 듯.

식당 일이 궂은 일이긴 해도 반갑고 좋은 사람들끼리 둘러 앉아, 그녀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정겹게 이야기 하는 걸 보면 절로 배가 부르다는 그녀. 2002년 밴쿠버로 이민 오던 날부터 음식점을 운영하며 멋진 휴가 한번 다녀온 적 없지만, 반듯하게 자란 두 아들만 보면 흙으로 지은 집에서 샘물로 허기진 배를 채워도 가슴벅차 오르는 기쁜 삶을 살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김 장아찌

재료 김 20장, 깨소금, 대추 3개, 잣 약간 / 간장소스 물 3컵(200ml 기준), 간장 1.5컵, 물엿 또는 꿀 2/5컵, 설탕 100ml(식성에 따라 가감)

■ 만드는 방법

① 김 1장을 6조각으로 자르고, 대추는 씨를 뺀 다음 말아서 예쁘게 썰어둔다.
② 냄비에 간장소스 재료를 붓고 거품이 나도록 바글바글 끓인다
③ 끓인 간장소스의 거품을 걷어낸 다음 식힌다.
④ 식힌 간장에 김을 5장씩 넣어 대추와 잣, 깨를 솔솔 뿌려가며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는 듯 재운다.
③ 간장소스를 김이 살짝 잠길 만큼 남은 간장소스를 옆으로 살살 붓는다.

생대구 깻잎 찜

■ 재료 생대구 1마리, 멸치 다시마 육수 4컵(200ml 기준), 양파, 무, 대파, 감자, 깻잎 줄기(쑥갓이나 미나리), 고춧가루 1TS, 빨간 피망 두 조각, 간장 1/5컵

양념소스(고춧가루 2TS, 간장 60g, 설탕 30g, 다진 마늘, 생강, 매운 고추 2개, 참기름, 깨소금 ) *양념소스는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 만드는 방법

① 생대구는 깨끗이 손질해 토막 쳐 놓고, 대파, 양파는 채 썰기, 무는 큼직하고 납작하게 썬다.
② 냄비에 무와 몇 조각의 양파만 올려 육수 2컵을 부은 다음 간장 30g을 붓고 뚜껑을 덮어 끓인다.
③ 2의 재료가 끓기 시작하면 고춧가루를 풀어 뚜껑을 덮고 센 불에서 무가 무를 때까지 약 20분 가량 푹 끓인다.
④ 3의 재료에 감자, 대구, 양파, 대파를 올린 다음 나머지 육수를 붓는다.
⑤ 미리 만들어 둔 양념소스를 끼얹어 뚜껑을 덮고 바글바글 끓인다.

Cooking Point

① 김 장아찌는 파래 김을 사용하면 풀어져 버립니다.
② 김 장아찌는 살살 다뤄야 모양이 예쁘게 유지됩니다.
③ 김 사이 사이에 대추를 많이 넣으면 대추가 우러나 영양과 맛에서 만점이죠.
④ 대구 조림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 두세요.
⑤ 생대구 조림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육수를 꼭 만들어 사용하세요.
⑥ 육수와 간장, 고춧가루만으로 무를 먼저 푹 익힌 후 생선을 올려 끓이면 무와 생선이 모두 맛있어요.
⑦ 청양고추나 할로피노 2~3개를 넣어 매콤하게 만드세요.

■ Cooking Tips

① 생대구는 ‘T&T’마켓에 가면 살아있는 싱싱한 생선을 살 수 있어요.
② 깻잎 대신 쑥갓이나 미나리로 대체해도 돼요.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밴쿠버 국제아동페스티벌, 12일부터 시작
5월 밴쿠버 어린이들의 축제인 밴쿠버 국제아동페스티벌(VICF)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순서들이 한인들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 주 12일부터 19일까지 밴쿠버 배니어공원(Vanier Park)에서 펼쳐질 VICF는 31년째 이어져온 밴쿠버에서 가장 큰 어린이 행사로,...
알뜰 쇼핑 정보 'UNITED FUNITURE WARE HOUSE'
노스로드 한인타운에서 코퀴틀람 센터 방향으로 로히드 선상 ‘아키아’
고지연씨의 일본식 건강상차림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UBC 아시아 도서관, 오픈 하우스 행사 열려 한국어 장서 2만7000여권…일반인도 이용 가능
◇ 지난 4월 26일 열린 오픈 하우스 행사에 참여한 한인들이 UBC 아시아 도서관 한국어 사서헬렌 김씨의 안내로 도서관을 돌아보며 이용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UBC ‘아시아 도서관 오픈 하우스’ 행사가 26일 UBC내 아시아 센터(Asian Centre)에서 열렸다....
우수 인력 유치위해… 11월까지 입법안 마련
정부는 30일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고 외국 고급 인력을...
주정부, 7월 탄소세 도입·세율 인하 병행
BC주정부는 올해 7월 1일부터 도입하는 탄소세(Carbon Tax) 세수를 활용해 다른 세금 부담을 낮추겠다고 28일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주정부는 지난 2월 19일 2008/09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탄소세 도입을 처음으로 예고했다. 캐롤 테일러 재무부 장관은 당시...
연방경찰, 5월 내내 차량단속 캠페인 실시
연방경찰(RCMP)은 BC주내 각 지역에서 ‘위험한 도로 이용자’ 단속 캠페인을 5월 1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다. 단속 대상에는 과속을 하거나 양보를 하지 않는 경우, 차량안전거리 유지 실패(tailgating), 감속 후 정차표시 통과(rolling through stop sign), 위험한 차선변경,...
대한항공, 프레디 어워드 수상
대한항공의 상용고객 우대 제도인 스카이패스(skypass)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항공·호텔 전문지 ‘인사이드 플라이어(Inside Flyer)’가 주관하는 ‘프레디 어워드(Freddie Awards)’에서 2개 부문 1,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BC주 5개 학교 가을부터 명칭 달라질 예정 “유니버티시 칼리지 명칭, 더 이상 사용 안해”
BC주정부는 BC주내 칼리지들을 대학교로 승격시키는 내용을 담은 대학법(University Act) 개정안을 29일 머레이 코엘 BC고등교육부장관 명의로 상정했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라 다음 학기부터 프레이저 밸리 대학교(UFV), 콴틀란 종합기술대학교(KPU), 밴쿠버 아일랜드...
지난 노무현 정부시절 부동산시장의 여론과 노무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놓고 기나긴 시간을 두고 갈등을 겪었던바 있었다. 그 중심에는 정부의 시장에 대한 단기적 대책이 언제나 그러하듯 부동산가격을 잡지는 못하고 뒷북만 치는 꼴로 나타나면서 과연 정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막상 몸을 움직여서 운동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몸매가 예쁜 사람을 만나던가
올림픽 최종예선 첫 경기 우루과이에 10대0 승리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여자 하키 대표팀이 26일 BC주 빅토리아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 첫 경기를 대승으로 장식했다. 세계 랭킹 9위 한국은 우루과이(27위)를 맞아 전·후반 각각 5골씩 넣으며 10대0으로 이겼다. 전반 9분 이선옥(경주시청)이...
내국인, 국내 ‘외국교육기관’ 입학 문 넓어져
[한국]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 학교(전국 40여 곳)를 졸업하면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대학 등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공식 학력으로 인정받게 된다. 한국인 자녀가 외국인 학교에 입학 할 수 있는 자격도 완화된다. 기획재정부는...
흑자 규모 20억7000만달러…주민 1인당 481달러
C주정부의 재정상태가 ‘빈곤’에서 ‘부유’한 상태로...
식품가공·기계·전자는 ‘뜨는 별’ 목재가공·펄프·제지는 ‘지는 별’
제조업이 BC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 11%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BC주 통계청이 ‘메이드 인 BC’ 보고서를 통해 소개했다. BC주 제조업규모는 2006년 기준 연간 164억달러 가량이다. 사실 BC주는 제조업체의 변방이다. 캐나다 제조업...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김재열 선교사
“선교사로서 현장에서 죽지 못하고 살아 돌아온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지요.” 북한에서 85일간 억류됐다 풀려난 김재열 목사는 구금생활을 “하나님이 주신 긴 휴가”라고 했다. 북한 나진선봉지역에서 의료복음사역을 하던 김재열 목사의 감금소식은 지난...
셀프 세차장 ‘DEWDNEY TRUNK’ 대표 곽준환씨
자동차는 대중교통수단이 많지 않고 이동구간 거리가 긴 편인 밴쿠버에서는 생활 필수품을 지나 또 하나의 작은 가족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 이곳에서 겨울철 차량 세
알 파치노 주연 스릴러 ‘88 Minutes’
지난 주 개봉되어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른 ‘88분(88 Minutes)’와 이번 주말 개봉한 ‘디셉션(Deception)’은 둘 다 범죄 스릴러라는 공통 장르에 속해있다. 알 파치노 주연의 ‘88분’은 저명한 범죄 심리학자가 살해 협박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김도화씨(버나비 마운틴)의 봄향기 가득한‘쑥 송편’&‘감자치즈구이’
파릇한 쑥을 다듬어 멥쌀 반죽한...
'베란다 정원'은 까다로워… 간편한 '용기 정원' 꾸미기
꽃 피는 이맘때면 사람들은 꿈꾼다. "자투리땅 한 평만 있으면 꽃나무 한번 실컷 심어볼 텐데." 그래서 한때 '베란다 정원'이 유행했다.
 1381  1382  1383  1384  1385  1386  1387  1388  1389  1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