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목의 기사를 2년 전에도 썼다. 21일 밴쿠버 오피움(Orpheum) 극장에서 열린 조수미 공연, 가슴은 응원이라도 나온 것 같았지만 ‘파이팅 조수미’라고 외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성 지휘자 타니아 밀러(Tania Miller)가 이끈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으로 이날 무대를 열었다. 조수미는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꿈속에 살고 싶어라’(Ah! Je veux vivre)로 인사했다.
2000명 관객의 얕은 심호흡과 기침소리조차 멈추게 만든 것은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중 ‘그리운 그 이름’(Caro nome).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극찬이 아깝지 않은 듯 객석에서는 ‘와’하는 탄성이 신음처럼 터졌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이어진 2부, 조수미는 세계 최고의 리릭(Lyric) 콜로라투라(Coloratura)의 진면모를 보여줬다. 마이어베어의 ‘북극성’ 중 ‘매일 아침 그가 연주했던 노래’(C’est bien l’air que chaque matin)는 2대의 플루트와 호흡을 맞췄다. 1919년 창단된 밴쿠버 심포니의 단원들도 영광스럽다는 표정이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제 1막 전주곡, ‘이상해, 언제나 자유롭게’(E Strano! and Sempre libere)로 피날레를 장식하자 모두가 일어나 환호했다. “브라보! 브라보”, “앙코르!” 소리는 박수와 함께 끝없이 이어졌다.
조수미는 3곡의 앙코르로 답했다. 특히,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최영섭 곡)은 객석을 가득 메운 한인동포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앞자리에 앉은 서양여성 관객은 뒤돌아 서서 “무슨 곡인지” 물어온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 이고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간다.
오피움 극장을 나서자 1월의 늦은 밤길도 전혀 춥지 않았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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