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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사람 마음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1-08 00:00

康節 邵先生(강절 소선생)이 曰(왈), 天聽(천청)이 寂無音(적무음)이라, 蒼蒼何處尋(창창하처심)고, 非高亦非遠(비고역비원)이라, 都只在人心(도지재인심)이니라.

(직역) 강절 소선생이 말하길, 하늘의 들음이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푸르고 푸른데 어느 곳에서 찾을꼬. 높지도 않고 멀지도 않으니 모두가 다만 사람의 마음에 있다.

강절(康節)은 북송의 대학자 소옹(邵雍)의 시호이다. 소강절이라고도 하는데 그는 평생 벼슬에 나아가지 않은 청렴한 학자로서 주돈이 장횡거와 함께 송유학의 태두로서 역학에 밝았다. 이 구절은 5언 4행시, 즉 오언절구(五言絶句)로 된 문장으로서 그의 주역사상이 어떠한 것인지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공자가 쓴 주역의 해설서인 계사전(繫辭傳)의 첫 구절은 '하늘은 높고 땅은 가까우니 건과 곤이 정해진다'(天尊地卑 乾坤定矣)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을 '하늘은 존귀하고 땅은 비천하니 건과 곤이 정해진다'로 풀이하면 정말 곤란하다. 물리적 하늘이란 끝이 없다. 비행기 아니라 우주선을 타고 아무리 올라간다 한들 머리 위에는 하늘이 있다. 그 반면에 땅이란 낮고 가깝다. 아무리 우주과학이 발달해도 인류문화는 땅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비행기나 우주 공간을 비행한다 해도 딛고 있는 곳이 땅이다. 하늘은 너무나 높고 먼 끝이 없는 무량무변의 공간이요, 땅 즉 지구는 인류문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너무도 가까운 것이라는 말을 단 네 글자에 압축시킨 것이 '천존지비'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호로서 표시한 것이 건과 곤인 것이다. 그리고 이 법칙은 요지부동한 확정된 법칙이라는 것이 '건곤정의'라는 말이다.

그런데 하늘 높이 저 멀리 저 어딘가에 조물주, 하느님, 하나님, 옥황상제 등이 거주하는 천국이 있고 거기서 절대자가 우주만물을 창조하고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관한다는 문자주의적 해석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세상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예수님도 "천국은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는 못하리니 천국은 바로 너희 안에 있다"(눅 17:20,21)라고 분명히 지적하고 있으니 11세기를 살았던 소강절이 읊은 이 구절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백퍼센트 일치하고 있는 것은 여간 흥미롭지 않다.

예수님이 말한 "천국이 네 안에 있다"(The Kingdom of God is within you)와 소강절이 말한 "모든 것이 사람의 마음에 있다(都只在人心)는 말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의 마음에 하늘이 들어 와 있다는 말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사는 하루 하루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이 변화를 얻어(회개) 새롭게 태어나는(중생) 것이 곧 천국에 사는 것이요 득도의 길이요 성인의 길이요 열반에 드는 길인 것이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재우도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이 곧 하느님이라고(人乃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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