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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커뮤니티 발전에 필요한 우리들의 준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1-26 00:00

곽호성 / 남미이주공사 밴쿠버 지사장

 

캐나다 밴쿠버 지역의 한인 타운 중에 코퀴틀람이 한인 중심 상권이 된 것은 그리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민자가 급격히 늘어난 90년대 중반부터 코퀴틀람이 한인들의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배경에는 캐나다 이민사업을 주도한 국내 이주공사들의 역할이 있다. 그 당시 개최된 이민 설명회에는 하루 평균 2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었고, 어느 땐가는 약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하여 연설자 단상 옆까지 자리를 잡고 앉아 마치 대통령 선거유세를 듣는 듯한 진풍경을 이룬 적이 많았다. 그때 필자 또한 코퀴틀람을 한인들이 살기에 좋은 지역으로 권유했었다. 그 이유는 이민을 신청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의 좁고 복잡한 아파트식 생활공간에 싫증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나다 이민의 정착지로 나무가 많고 전원적이면서 시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선호했기에, 그 당시 코퀴틀람이 가장 적당한 곳으로 판단되었었다. 그런 이유로 이주자들이 가장 많이 정착하는 지역이 되면서 한인의 상권이 하나 둘씩 늘어갔고, 그 후로 이민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살게 되었으며, 과거 킹스웨이 스트리트 지역에 있었던 한인 사업장들도 이전을 해오면서 코퀴틀람은 현재 밴쿠버에서 가장 큰 한인 중심 타운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각 나라마다 도시의 형성 과정은 각각의 지리, 기후,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이유와 조건에 따라 형성되어지고 점차 그 도시의 지리적 영역이 확대되고 발전되어진다. 그런 타운의 형성 과정에서 작은 소매점들이 점차적으로 중 대형 도매점으로 바뀌게 되고, 그 소매점들은 다시 새로운 제 3의 지역으로 둥지를 찾게 된다.  다시 말해서 밀집된 지역 내에서 상권이 확대될 경우, 어느 시기가 지나게 되면 제 2의 새로운 커뮤니티와 상권이 조성되고, 다시 제 3의 새로운 지역으로 확대된다.  한인들도 오랫동안 장사해온 터줏대감인 캐나다 상권의 사업들을 매입하여 한인 상권으로 이어가고 있듯이, 마찬가지로 그 버나비와 코퀴틀람의 한인 상권들도 향후에는 상권의 규모, 진행속도, 사업의 종류에 의해 타민족들의 상권으로 자리를 넘겨주게 되거나 혹은 그 구역의 행정 시가 상권을 다른 목적으로 지역을 개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혹 제1의 커뮤니티 상권이 자칫 관리 소홀이나 노령화로 인해 너무 일찍 타 민족들에게 자리를 뺏기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한다.

어느 지역이든 인구가 많아지고 복잡화되면서 교통사고, 도난사고, 안전 사고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사전에 예방을 하지 못하는 것은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이 되며, 그런 안전 불감증은 결과적으로 큰 사건의 주범이 된다. 현금 거래가 많은 한인 밀집 상가는 도둑들에게 더 없이 좋은 타깃이 된다. 어느 상점이 도난 당했다는 소식을 자주 듣지만 우리는 그저 남의 사정으로만 무관심하게 넘긴다. 이는 벌써 우리가 당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얘기가 아닐까.  "상점이 모두 간밤에 털렸어요. 그리고 나도 털렸는데 벽을 뚫고, 천장으로 들어오고 그러니 당신도 언젠가 한번은 털릴 터이니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충고라기보다는 누구나 코퀴틀람에서는 한번씩 겪어야 하는 별일 아닌듯한 일로 들렸다.  상점에 도둑이 들어서 옷걸이 하나 남김없이 모두 도난 당했다는 소식은 예나 지금이나 보고 듣지만 도둑을 막기 위해 상점 앞에 시멘트 말뚝을 박아놓는 방법이 과연 효율적인 도난 방지책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스카이 트레인 역이 있는 곳은 쉽게 우범지역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또한 급격하게 교통사고와 도난사고가 끊이지 않게 되는 골치 아픈 할렘가로 전락될 수도 있다. 

한국의 동대문 상가보다도 훨씬 작은 코퀴틀람 한인상가를 우리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여 타민족에게 쉽게 당하고 있는 것은 정말 치욕적이고 분한 일이다. 이 지역에 깃발을 달고 화단에 꽃을 심어 한인 중심 지역이라고 홍보하는 것보다는, 우선 안전하고 쇼핑하기 편리한 지역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며, 그 다음으로 문화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나라의 도시를 가더라도 중국의 차이나타운은 그 도시의 다운타운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이민 역사는 한국에 비교도 안될 정도로 오래되긴 했지만, 중국 정부는 먼저 투자하여 대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이민 온 자국민들을 고용 창출하는 정부 주도형의 이민 정책이었다. 그러나 한인들의 경우 본국 정부의 아무런 도움 없이 민간 개개인 주도하의 이민 정착을 하였으니, 이민으로 성공하기까지 고생과 시련의 세월은 너무나 길었고 실패가 많았다는 것을 우리는 가까운 미주 한인들의 모습에서 쉽게 볼 수가 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어떤 한인의 대표가 되는 협회나 단체에 의뢰해서 부탁하기보다는, 먼저 우리 스스로가 한국 커뮤니티와 상권을 보호하고 육성시키는 일들에 힘을 합쳐야만 우리들의 커뮤니티가 보다 성숙되고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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