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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은 잘 생긴 한 필의 센타우루스로 내게 온다 청마의 야성과 인간의 지성을 한몸에 지녀서당당한 만큼 고독해야 했던 센타우루스  세상의 광장에서 삶과 살 섞어도 눈빛엔 늘 먼 들판 냄새가 출렁이던  반인반마( 半人半馬) 그는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이미지를 업고 온다 남자라는 큰 이름 위에남편 아버지 가장(家長)이라는 짐을 포개어 지고서 지평선 향해 치닫는 청마의 욕망을 꾹꾹 눌러 삭이며묵묵히 질서의 괘도 위로 난 길 걷고...
안봉자
근래에 캐나다에 오셔서 밴쿠버와 같은 대 도시에서 주로 사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야기가 될 줄 모르겠다. 온갖 새소리의 합창과 함께 새벽 기도회 인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나지막한 산으로 연결된 뒷마당에 각종 꽃과 채소들이 심어진 시골 교회들을 주로 섬긴다. 한 십여 년 전에 캐나다에 유학 와서 이제까지 시골 교회들만 섬긴 가까운 친구 목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약간은 흥미로워 여기에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친구가 처음...
김재학
어슴푸레 돌아드는 길목붉은 등불 하나 문패인 양 내 걸었다새벽 안갯속에서 그 길은다시 살아나고파도처럼 출렁거리며 내게로 달려온다아침에 가장 먼저 피는 꽃으로 길목을 단장하고그 봄의 찬란했던 기억벅찬 가슴으로 눌러 가둔다그래, 아직은 남은 어둠꽃샘 칼바람에 파고가 높을지라도출발을 알리는 기적손을 뻗으면 닿을 듯, 닿을 듯아, 닿을 듯......차마 소중한 사람아너를 위하여 다시는 아프지 않을푸른 별 밭 보금자리돌아오라, 너의...
백철현
이 두 동작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 많은 차이가 있다.우선 사용하는 도구가 다르다. 쑥캐기는 칼과 바구니가, 풀 베기는 낫과 망태가 필요하다.또 동작도 확연히 표가 난다.전자는 엉덩이를 땅에 거의 붙이면서 한 곳에 오래 머물고, 후자는 엉덩이를 치켜들고 앞으로 혹은 옆으로 잿빠르게 움직인다. 그런 탓에 쑥캐기는 주로 여자가 담당하고 풀베기는 남자 몫으로 여긴다. 좀 오래된 기억 하나. 고향을 떠나 해외에 살면 희안하게 이런게 먼저...
손박래
우리 가족의 고향은  평북 의주이다.  해방 후 사업을 잘 하셨던 아버님께서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게 된 이유로 서울로  오게 되셨다. 그래서 형은 신의주에서 나는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우리 가족을 서울로 오게한 분은 아버님의 여동생이였다.  즉 우리 고모 두분이 이미 서울에 계셔서 아버님을 오도록 하였다. 이렇게 두 분의 고모님 덕으로 우리 가족은 서울로 올 수 있었다.  당시 큰 고모님은  남편과  올망 똘망한 남자...
김유훈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이 세상 모든 자식들을 위해                 길을 만들고                  스스로 길이 되고저                       너희들 발 밑에 낮게,  아주 낮게 엎드린다                 요람에서 너희들 건져 올려...
김영주
가슴 속에 지핀 숯불 안고바다 끝에 시선을 던지는묵언의 미덕 겸손한 몸짓은 이제 그만 그대의느닷없고 서투른 결별 속에보일 수 없는 시린 가슴애달픔에 목 메일 때 노오란 흔적에머리를 묻은 동박새깊은 한숨을 더한다 어두운 밤바다 별들은 꽃으로 내려앉아파도 소리 잠재우고먼 곳 목어의 울음소리  물결 속으로 잦아들어모래톱에 묻힌 기억들 허공으로 흩어질 때 툭툭잔설 위로 몸을 날려어느 순한 여인의 머리에윤기를 더하는내...
조정
나는 이번 고국여행을 준비하면서 한 편의 수필을 구상했다.  지난 50년간의 한국의 발전상을 소개하면서 “달려라,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고국의 화려한 발전상을 찬양하고자 마음속으로 취재에 나섰다.그런데 떠나기 하루 전 북한에서 500발의 포탄을 서해바다에 퍼부었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NLL(Northern Limit Line)을 넘어온 100발의 3배로 300발을 쏘아 보냈다.  안보(安保)에 관한 큰 관심을 가지고 4월 2일(한국시간) 서울에 도착했다....
미가 허 억
새벽 미명 새벽 기도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에는 밤새 움 추려있던 꽃잎이 기도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엔 햇살을 받아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 주는 모습에 내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해 집니다.매일 아침 나를 향해 웃어 주는 꽃잎을 보며 나를 돌아 보게 됩니다“거울은 절대 먼저 웃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에 공감 합니다걸려 있는 거울 속의 나를 보면 내가 먼저 웃어 줄 때 거울 속의 나도 웃고 있습니다.또 하나의 다른 거울은 움직이는 거울...
수필가 박명숙
이 봄 ,자목련 백목련 꽃들의 그 허드러졌던 찬가는 다 어디로 갔는가?간 밤 ,저 거칠고 드센 비바람에 휩쓸려 그 아릿답던 꽃떨기들 차디찬 물결 속 어디로 다 매몰 되어 갔는가?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미리 이 문자 띄워 보내요.  엄마 사랑 해요."이게 제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마지막 편지 얘요. 누가 이 못 다 핀 꽃떨기들 , 저 차디찬 물 속으로 내 몰았나요?하늘도 땅도 바다도 온통 슬픔과 통한으로 가득 차 넘칩니다.오~ ...
늘물 남윤성
산바람은나의 숨박꼭질 친구.나를 건드리고도망가서 찾으려면,다시 한번 나를 건드리고도망가는나의 숨박꼭질 친구,산바람.나한테 서운한가? 그것만은 아냐.아빠머리도 찰랑나뭇잎도 찰랑.삐쳐서 올라가면가지 말라고,다시 내머리를흔들고 가는,나의 숨박꼭질 친구산바람.
이봉란
저녁나절 친구와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시간 여유가 있어 정자역 지하철 입구 옆에 있는 구두 수선집에서 구두를 닦기로 했다. 발을 내밀어 닦는 것이 아니라 구두를 벗어달라고 한다. 도로 옆에 반은 집이요, 반은 비닐로 천막을 쳤다. 안쪽 바닥은 다 닳은 구두밑창을 떼어내 깔아놓은 것이 두툼하게 보였다.“오늘은 많이 추워졌네요.” 밑도 끝도 없이 말 한 마디를 던진다. 구두를 닦는 사람은 나를 볼 여지도 없이 구두만 내려다보고 말했다....
한힘 심현섭
비탈길 시오리 수줍은 제비꽃삐비 속살내음 정겨운 논둑길위봄볕 넘나드는 제비 춤사위낯선하늘 그리움 이고 살다보면여름날의 소소한 일상과  결실맺은 인연들과시린 시간들 사이에서 우린 만나고위로받고 이별합니다 당신의 사진속엔정겨운 많은 얘기들과내아이들의 숨결이 있고받은것들 돌려드리지 못해 회억하는 내가 서 있습니다 다시 계절이 지쳐 꽃이피고내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바람이 휘감고 지나가면한번도 보여주지...
강지영
전화벨이 울려 받으면 대뜸 “축하합니다(Congratulations!)” 또는 “중요한 메시지(very important message)입니다” 라고 하면 처음에는 뭐라고 하는지 들어 보았지만, 이젠 바로 수화기를 놓아 버린다. 또 전화를 받을 때 “헬로우?” 라고 하면 전화기에서는 숨도 안 쉬고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이젠 한국어로 “여보세요?” 라고 하면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조용해진다. 그래도 혹시나 중요한 전화 일까봐 다시 ‘헬로우’ 라고 하면 어느 정도...
박헤정
할매 피부가 아직도 팽팽하던 50대 초반이었을 테지. 어느 날 한가로이 작은 약국 한 귀퉁이에 잡스런 물건들과 함께 진열대에 걸터앉아 있던 나를 그날 아직도 피부가 팽팽했던 지금의 할매가 나를 사갔다. 그 날 이후로 아줌마, 아니 이젠 할매가 된 이 여인의 화장실 거울 아래 늘 같은 장소에 놓인 작은 주머니 안에서 나는 살고 있다. 할매는 길거나 짧거나 여행을 갈 때면 반드시 이 작은 주머니를 챙겼다. 주머니 안에는 나 외에도 끝이 날카로운...
김춘희
 작지만 강한 인상의 여인이 온천에 들어 왔다. 주변을 살피는 여인의 첫 인상이 거리낌이 없었다. 여인네가 흔히 갖는 특유의 망설임도 없이 맘에 드는 자리에 가 철썩 앉았다. 나와눈이 마주치자 어느 남자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그 남자가 애벌 씻기를 안하고 탕에 들어오는 것이 못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나에겐 참으로 대담한 첫 인사였다. 나는 그녀가 흥미로워졌다. 우리 일행은 캘리포니아...
김난호
어머나,봄이 뛰어노네요며칠 전만 해도 아장아장 걷더니분홍신 신고 온 동네를 돌고 있어요놀이터에서 꼬맹이들이랑 미끄럼도 타고엄마들 품에도 살짝 안겨보고장바구니에도 폴짝 들어앉고어머머,오토바이 탄 미스터 김 목에서도 나풀거리네요곧 말문도 트여 재잘거리겠죠봄은 요맘때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미운 네 살, 말썽꾸러기 되면어서 여름이 되기를 기다릴 테니까요
임현숙
안녕하세요,주의원 신재경입니다.비씨주 정부의 예측에 의하면 향후 십 년간 창출될 80퍼센트 이상의 일자리들은 고등 교육 및 트레이닝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하며, 지금 현재 전세계에서 온 9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이렇게 교육 기관들의 수요가 어느때보다 더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몇 년에 걸친 고등 교육 기관들에 대한 예삭 삭감에 의하여 버나비의 가장 중요한 교육 기관 중 하나이자 전...
버나비-로히드 주의원 신재경
 밴쿠버에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머리카락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퇴직까지 하게 되었다. 내 생애 황혼의 종착역이 되어버린 밴쿠버, 그누가 수만 리 이국땅  캐나다에서  살아가게 만들었을까? 가끔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계절은 쉼 없이 변화한다. 겨우내 물안개 서린 비를 내리던 겨울이 아쉬움을 남기고 물러간다. 이제는 봄의 생동감이 봄 손님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바야흐로 초록의...
장성순
어느 날 외로운 들꽃이 되어홀로 넓고도 넓은 들판에 서 보았는가어느 것 하나두렵지 않고 서럽지 않은 것 있던가 그 들판을 지나이제 외롭지 않아도 좋을그대 와서 내 곁에 섰노니천년을 향기롭게 아끼며 살아야 하리라  따스한 숨소리 곁에 있어문득 잠든 그대 얼굴 보노니내 천년을 함께 업고 누운 그대여이 한 세상 마지막을 불태우려 우린 만났는가 그대 볼에 뜨거운 눈물 섞어 부비노니 우리 서로 이 세상 작은 허물들일랑 덮어주고...
강숙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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