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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호텔” Via Rail 침대차 (Via Rail Sleeper Cabin)

안봉자 시인 lilas1144@yahoo.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0-09 16:21

안봉자 시인의 <빨강머리 앤> 테마 여행기(2)
이번에 'OK Tour P.E.I. 6박 7일' 관광단에 합류하기 위해 토론토에 갈 때 Via Rail Canada를 택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비록 비용은 비행기로 왕복하는 것보다 훨씬 비쌌지만, Via Rail로 한 대륙 육로 횡단은 나에게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똑같은 장거리 여행이라도 목적지까지 비행기로 가는 것과 기차로 가는 것은 사뭇 달랐다. 물론 기차도 기차 나름이어서, 모국의 KTX나 일본의 총알기차 (Bullet Train), 유럽의 테제베 (TGV)처럼 목적지에 한시라도 일찍 도착하는 데에 목적을 두는 초고속 기차들은 좀 다르겠지만, Via Rail은 마치 세상의 시간을 혼자 다 가진 듯, 짐짓 늑장을 부리며, 때로는 뒷걸음질도 쳐가며, 4천5백여 킬로미터의 캐나다 대륙을 느긋하게 횡단하는 여유로움을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 여행은 영어로 Travel이라 하고, 다소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지나치는 산천초목 하나하나를 눈으로, 혹은 피부로 보고 느끼며, 그 와중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기차 여행은 Journey라고 한다. '인생행로'를 'Life Travel'이라 하지 않고 'Life Journey'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전망차에서 필자, 유리 돔으로 된 전망차는 밝고 한적해서 많은 사람이 전망 목적 외에도 독서 및 Laptop작업실로 사용한다. >


Via Rail Canada는 캐나다 전역을 연결하는 캐나다의 국영 열차이며 1978년에 개통되었다. 이번에 우리가 탄 밴쿠버와 토론토 사이를 오가는 Via Rail은 19대의 차량에 2대의 기관 차량이 붙어서 총 21차량이었다.

밴쿠버에서 일주일에 화, 금, 일, 세 번 출발하며, Economy (일반석)과 Sleeper Plus (침대석)이 있고, Sleeper Plus는 또 Sleeper Berth (침대칸)과 Sleeper Cabin (침대차)로 나뉘는데 그 값들의 차이가 컸다. 참고로, 우리가 선택한 2인용 Sleeper Cabin은 한 사람에 2041달러 (시니어 편도 요금)이었다.  

Via rail은 승무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기차의 쾌적감, 그리고 환상적인 창밖 풍경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졌고 사랑받는 열차다. 출발지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바뀌며 전개되는 창밖 풍경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장관이다. 기차 안에서 만나는 타국인들이 입을 모아 칭찬과 감탄을 아끼지 않을 때, 나는 캐나다의 한 국민으로서 어깨가 으쓱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차는 Vancouver Main 스트릿트와 Terminal 애비뉴에 위치한 패시픽 센트럴 스테이션(Pacific Central Station)에서 저녁 8시 30분에 출발하며 출발 시각 2시간 전까지 역에 도착해야 한다.

최근에 새로 말끔히 단장한 듯 웅장한 밴쿠버 역 청사는 더욱 귀풍스러웠고 넓은 대합실은 깨끗하며 쾌적했다.

역 에 도착하면 미리 컴퓨터로 받아둔 티켓을 프론트 데스크에서 확인한 뒤 정식 티켓으로 재발급받고 짐을 부친 다음 대합실에서 승차시간을 기다리는데, 침대석 승객들은 기다리는 동안 별도로 마련된 다과실이나 테라스에서 커피, 차, 과자 등을 먹고 마실 수 있는 특별 서비스를 받는다. 프론트 데스크에서 부친 짐들은 승객의 침대차 방에까지 승무원들이 갖다 놓는다.

“달리는 특급 호텔”이라는 별명을 가진 Via Rail Sleeper Cabin은 호텔 방처럼 완전 전용이다. 아주 조그만 방 안에 전용 화장실이 있고 식수가 나오는 조그만 싱크대와 작은 3면 거울이 붙어 있다. 조립식 침대는 필요에 따라 안락의자로 쓰다가 아래층과 위층 벙크 베드로 쉽게 바꿀 수가 있으며, 아침저녁으로 담당 승무원 아가씨가 와서 바꿔주고 갔다.


<▲Sleeper Cabin 벽에 설치된 조그만 싱크대: 식수가 나오는 수도와 3면 거울이 부착되었음. 싱크대의 뚜껑을 닫으면 아쉬운 대로 테이불로도 쓸수 있다.  >


실내가 조금 더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침대는 체구가 큰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체구 작은 사람에게는 그만하면 편안하다. 벽에 큰 창문이 있어서 원하는 사람은 온종일 자기 케빈에 눕거나 앉아서 스쳐가는 바깥 풍경을 호젓이 즐길 수도 있다.

같은 차량의 승객들이 공유하는 개인 샤워장은 깨끗하며, 타월이 제공되고 머리 말리는 기계도 갖춰졌다. 음식은 티켓값에 모두 포함되어서 하루 세끼 깨끗한 식당차에서 일류 요리사들이 만든 다채로운 메뉴의 음식을 먹으며, 식당 서비스와 분위기가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 못지 않고, 특히, 시시각각 바뀌는 창밖 경치를 바라보며 식사하는 기분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침대석 승객들에게만 허용되는 넓은 휴게실 차량에는 간단한 음료수와 간식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 여러 사람이 환담하기에 제격이다. 첫날 저녁엔 이곳에서 와인에 오뜨블 (서양 전채)이 곁들인 웰컴 리셉션이 있었다. 휴게실 차량 바로 옆 계단을 오르면 기차 지붕 위에 3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유리 돔 (Glass Dome) 전망실이 있는데 시야가 탁 트이고 밝아서 퍽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랩탑으로 일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바깥풍경을 감상한다. 나도 낮에는 주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책도 읽다가, 글도 쓰다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창밖 풍경에 넋 놓고 앉아도 있다가, 이따금 창틀에 기대어 나른한 오수에도 드는 풍요로움을 누렸다. 가정주부가 하루 세 끼 식사 걱정 안 하고 일류 요리사들이 만들어주는 멋진 음식을 먹으며 온종일 하고 싶은 짓만 할 수 있다는 것, ㅡ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Via Rail 식당차, 양쪽 창가에 배치된 테이블에서 창밖 경치를 내다보며 식사할 수 있어 좋다. >


기차가 Jasper에 점점 가까워지자 멀리 왼쪽 하늘 가까이에 군림해 있던 랍슨 (Mt. Robson) 산정이 만년설을 하얗게 뒤집어쓴 채 서서히 다가왔다가 스르르 한옆으로 비켜 앉고, 곧이어 오직 神의 손으로나 빚을 수 있는 록키의 비경이 오른쪽에서 이마 맞닿을 듯 다가와서 묵언의 세월이 층층이 박힌 거대한 바위 커튼들을 펼쳐놓았다. 그 장관은 가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늘가엔 하얀 뭉게구름 몇 송이 양 떼처럼 한가로이 어슬렁거리고, 기차길 아래 푸른 계곡 사이로 굽이굽이  몸 뒤척이며 흘러가는 에메랄드 빛 Fraser 강의 거역 없는 몸짓이 무념무상 평화로웠다. 록키의 랍슨 산정 근처에 수원(水源)이 있다는 Fraser 강은 저렇게 장장 1,375km를 흘러내리다가 밴쿠버 근처 New Westminster에서 North Arm과 South Arm의 두 갈래로 나뉘어 조지아 해협에 드는데, 그중 큰 South Arm 줄기가 리치몬드 스티브스튼(Steveston)의 내가 사는 콘도 옆 강어귀에서 바다와 만난다.

문득,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싣달타'(Siddhartha)에서 늙은 뱃사공 바수데바(Vasudeva)가 주인공 싣달타에게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강물은 듣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목소리와 의미 깊은 메시지를 들려준다.” (The River has many voices and significant messages to divulge to any who might listen.)  
내가 만약에 지금 저 아래 Fraser 강둑에 앉아서 마음의 귀 열어놓고 강물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강물은 무슨 말을 들려줄까? 이 여행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우리 콘도 옆 강물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차창 가까이 스쳐가는 록키 산맥, 산맥 중턱에 걸려  잠시 쉬었다 가는 구름의 표정이 무겁다.    >
    
       

<▲전망차에서 내려다본 기차 지붕, 건너편 다른 전망차의 Glass Dome이 마주 보인다. >


<▲철로 아래 굽이굽이 계곡을 돌아 조지아 해협을 향해 흐르는 Fraser 강물, 멀리에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랍슨 (Mt. Robson) 산정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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