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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질, 이런 것 아닐까요?”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6-28 14:25

[유망주] 에릭 햄버 세컨더리 전교회장 그레이스 이

밴쿠버 웨스트에 위치한  에릭 햄버(Eric Hamber) 학교 앞.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되자 단정한 모습의 그레이스(Grace Yi∙18세·사진)양이 나타났다. 그레이스는 1962년 설립한 이 학교에서 지난 1년간 약 1500여명의 학생들을 이끌었던 전교 학생회장이다. 한인 학생이 이 학교의 학생회장을 역임한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학교 카페테리어에서 이뤄졌다. 학교가 방학을 시작하는 날이라 교내는 한산했지만 간간히 마주친 친구들과 선생님은 올해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레이스와의  헤어짐을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학교의 자랑스러운 동문이라며 엄지를 치켜든 선생님도 만났다. 그레이스는 올해 9월 UBC 이과대(Science)  입학을 앞두고 있다.


<▲ 에릭 헴버 고등학교 입구에 있는 대형 액자에는 역대 전교 학생회장 명단이 적혀있다. 2010-2011년도 전교회장인 그레이스양은 사진도 함께 걸려있다. 사진=한혜성 기자>

그레이스는  최근 아이오와주 P.E.O. 시스터후드 재단(여학생에게 교육기회 제공을 위해 설립된 세계 25만명 여성이 가입해 있는 단체)이 수여하는 스타(STAR) 장학금을 받았다. 북미 전역의 2500여명  신청자 중 3시간 인터뷰를 포함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정된 밴쿠버 유일의 수혜자다. 재단은 그레이스가  학창시절 내내 보여준 봉사활동과 리더십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여성스럽고 조근조근한 말투의 얌전한 여학생이 재단이 감탄할만큼 뛰어난 리더십을 보엿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레이스는 웃으면서 “어린 시절 조용한 성격을 극복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활동에 일부러 매진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7학년 때 처음 학생회장을 했는데  두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보니 조직을 이끌며 남을 돕는 일이 적성이 잘 맞았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리더십 활동은 계속 이어갔다. 거의 매년마다 학생회 임원으로 학교일에 적극  참여한 결과, 12학년이 되자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자연스럽게 학교회장으로 뽑혔다. 11학년 때는 밴쿠버 교육청 학생회 임원도 겸했다. 학업과 겸하기 벅찰 만큼 모임과 회의가 많았지만 그래도 즐거웠단다.

“변화를 만들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게 정말 뿌듯해요. 학생회장이 된 후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일이 몇 가지 있어요. 우선 광역 밴쿠버 푸드 뱅크에 기증할 캔음식∙생필품 9000여개와 4500달러를 모은 것이에요. 기획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까지 쉽지않은 도전이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과를 거둬 모두들 기뻐했지요. 학교강당의 그랜드 피아노 교체 기금 1만9000달러를 마련한 것도 저희 학생회가 해낸 큰일 중에 하나이고 얼마 전부터는 강당의 기존 의자를 바꾸는데 필요한 18만달러 기금 마련을 시작했어요. 목돈이 필요한 만큼 은퇴한 선생님이나 졸업생에게 도움을 청하기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죠”

그레이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리더의 중요한 자질을 물었더니  “많은 사람들을 이끌며 회의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팀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로 참여를 유도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팀원간 원활한 소통을 주도하는 것도 리더의 할 일인 것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철저한 시간관리로 학교공부도 A
그레이스는 올해도 전과목에서 A를 받았다. 챌린지 프로그램과 써머스쿨을 활용해서 지난 여름  12학년 과목을 거의 끝내놓은 덕에 많은 시간을 봉사활동을 위해 활용할 수 있었고, 12학년 때에는 영문학∙수학∙화학 A.P(Advanced Placement) 과목을 수강해 대학교 1학년 학점을 미리 받았다.  초등학교 때 잠시 학습지를 한 것 외에는 학교 공부에 관한 사교육 없이 좋은 점수를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제가 특별히 뛰어난 건 없지만 하나님께서 저에게 집중력을 주신 것 같아요. 한가지에 집중을 하면 주변에서 누가 떠들어도 모를 정도에요. (웃음) 완벽주의적인 성격이다보니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배운건 꼭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복습을 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친분을 쌓아 학교 생활이 즐거웠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함께 인터뷰에 동석한 어머니 이희정(글로리 유학 컨설팅 대표)씨도 “그레이스는 어렸을 적부터 밖에서 노는 것보다 책읽고 공부하는 걸 훨씬 좋아했다”고 동의하며  “무엇보다 아침 7시 전에 기상해 하루의 시간을 알뜰히 쪼개쓰는 습관이 현재 하고있는 많은 활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책과 가까이 지내온 습관은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을 터. 하지만 몇시간이고 책만 읽는  초등학생 딸이 걱정된 이씨는 책에서 벗어나도록 다양한 취미활동을 시켰다.  수영, 재즈댄스, 노래수업, 바이올린부터 심지어 마술까지 배우게 했다고.

그레이스의 일과에서 학생회 일 외에 봉사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로터리 클럽 등 여러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온 아버지, 이철진(건축업)씨를 보고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접하게 된 것. 학교 드래곤 보트 팀 매니저를 비롯해 세인트존 앰뷸런스 유스 카뎃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여 지금은 하사(Sergeant)로 승진한 상태다. 방과 후에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했다. 올 여름에는 커낙스 플레이스 아동 호스피스 봉사자로 뽑혀 친구가 필요한 어린 아이들에게 따뜻한 힘이 되어줄 예정이다.

가끔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을 터. 이 얌전한 학생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까?

“책을 읽어요(웃음). 장르는 특별히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에요. 다른 나라의 문화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하고 영국 역사를 여성의 관점에서 쓴 필리파 그레고리(Gregory)의 작품에 특히 빠져있어요”

대학 생활도 알차게 할래요
엄마는 “자랑스럽게 자라준 딸이 정말 고맙다”고 웃었다. 그레이스도 “제 인생의 멘토는 베스트 프렌드이기도 한 엄마”라며 “엄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꼬마’가 아닌 여자로서 대해주셨어요. ‘겉과 속이 모두 아름다운 여성이 되어라’고 항상 말씀하셨죠”라고 덧붙였다.  

그레이스는 9월부터 시작할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있다. 대학교에선 이과대 학생회와 국제 키와니스(Kiwanis∙캐나다 사업가들의 봉사단체) 클럽에 가입해 활동하고 싶다고 한다. 학업에도 열심히 매진해 학부 때는 미생물학이나 면역학을 공부한 뒤, 어렸을 적부터 꿈꾸던 의대에 입학할 꿈이 있다.  

“기억은 안나지만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제가 4살쯤 텔레비전에서 의사가 수술하는 장면을 골똘히 보고있어 기겁하셨다고 해요. (웃음) 평소에 과학 수업을 특히 좋아했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관심이 있다보니 제 꿈은 항상 의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꼭 꿈을 이루고 싶어요”

글∙사진=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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