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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꺾지만, 사기는 꺾지 맙시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7-01 09:57

최근 기자는 한 지인과 만나서 대화하다가 유사한 경험을 놓고 공감을 나눴다.

한인 이민자 사이에서 첫 대면에 이민거주 연수, 체류 신분, 가족 구성을 서로 얘기 나누게 되는데 여기서 한 가지라도 ‘빠지는 것’이 있으면 즉각 조언을 제공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신분, 학력, 나이 등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견줄 때 기준처럼 이민사회 특유의 사람을 견주어 보는 기준이 있는 셈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 한인 독자는 무슨 이야기인가 알겠지만, 이해를 돕자면 이민 10년차는 1년차보다 우위에, 시민권∙영주권자는 유학생이나 방문자보다 우위에 선 입장으로 충고해 주는 특유의 행동양식이다.

어느 지역에 오래 살면 생활상식과 요령이 늘게 된다. 터전 잡고 살면서 터득하게 되는 현지화의 요령이 있기 마련이다. 요령 없는 사람에게 경험을 통해 터득한 요령을 전하는 일은 이웃사랑이자 사람이 그리운 이민사회에서 애정어린 표현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오가는 따뜻한 말이 사람 사는데 온기를 더해주기도 한다.

기사로 일반화할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기자수첩이라는 의견개진 형식 안에서 밝히지만, 기자의 경험으로는 충고에 부정적인 내용이 담기는 빈도가 긍정적인 경우보다 좀 더 잦다.

충고 중에는 시기가 지나 정보의 효용을 상실했거나, 아예 참이 아닌 것도 있다.

어느 경우에는 자신의 경험이나 머리 속에 떠오른 이치를 침소봉대해, 가능한 일을 불가한 일로, 불가한 일을 가능한 일로 말하기도 한다. 불법을 합법으로 만드는 것 만큼 합법을 불법으로 비방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부차적으로 이런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체통을 걸고 소모성 논쟁이 벌일 때도 있다.

밴쿠버에 온지 얼마 안된 시점에 지인은 자녀를 모 대학에 편입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가 초면의 아주머니에게 ‘거기가 어디라고 갈 생각을 하느냐. 당신 아이보다 훨씬 오래 캐나다에 산 우리 애도 못 가는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그 말에 지인 자녀와 지인은 가슴이 철렁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현재 지인의 자녀는 캐나다에서 손꼽는 좋은 대학에 편입해 잘 다니고 있다.

이웃의 실족을 우려해 발길을 챌 돌 뿌리가 있다고 알려주거나 돌을 치우려는 행동은 바르다. 그러나 충고가 이웃의 발을 챌 요소가 되거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면 방식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고민을 하고 내놓는 충고가 말하는 사람의 품격도 더해준다. 화자가 배운 사람으로 마음을 갈고 닦았음은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어휘가 있을 때 느껴진다.

이웃 사랑의 발로라도 유행가 가사 마냥 ‘사랑보다 깊은 상처만 준’ 조언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민 사회가 꺾을 사기는 부당한 자의 사기(詐欺)이지 내 이웃의 사기(士氣)가 아닐 것이다. 또 지식에서 사기(邪氣)는 빼고 지혜롭게 나누면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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