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허퉁할 때 들여다보는 비밀의 뜨락이 있다
몸집 가녀린 진달래가 머리숱 돋은 반송을 두르고
실팍한 일본단풍 뒤 키만 껑충한 설악산 단풍나무 새
강아지풀 같은 입술 내민 양버들까지
다들 고꾸라질 듯 앞으로 몸을 내밀고 있다
볕이 그리운 게다
서녘볕이나마 온몸에 받고 싶은 게다
고곡 방문길 노시인의 속주머니에 묻어와
노수필가의 정성으로 틔운 고향 진달래
병든 소설가의 퇴원길에 안겨온 희미한 분홍색 튤립
제각기 다른 품, 다른 발길에 묻어왔지만
소복눈에 짓이겨 뚝뚝 팔다리를 분지르면서도
몸을 낮추어 살아간다
처절하게 살아낸다
그 중에 으뜸은 노시조시인 그늘에서 거둬온 더덕뿌리
겨울 혹한 동안 흔적없이 스러졌다
다늦은 봄에 새 잎을 내고
여름이 기울어서야 덩굴손 하늘로 벋다가
어느결에 희미한 종꽃 세 송이 달고
쌉쓸한 향내로 영토를 점령해 버리는 더덕은
눈밭에 피어난 에델바이스를 닮았다
뭉그러지지 않은 결기로 버티며
아웅다웅 제 삶을 검질기게 살아가는 삼남매를 닮았다
서럽고 애닯은 사연을 품고 옹기종기 모여
시린 품 다독이는 뜨락이 있어
오늘도
시인은 싱싱한 초록 노래를 읊고
소설가는 걸걸한 삶의 이야기를 지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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