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솔방울의 추억

이은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2-04 09:35

이은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카톨릭을 국교로 하는 캐나다의 가장 큰 국경일은 당연히 크리스마스이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에 따른 다양한 종교가 공존해 크리스마스보다
만민의 신과 같은 어머니를 기리는 마더스데이가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국민들이 기리는
날이기는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국경일이라 크리스마스 트리 등 많은 조명,
장식과 선물, 음식, 종교적 문화가 발전되어 온 글로벌 축일이다.
솔방울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에 큰 몫을 한다. 흰색, 은색, 금색, 빨간색으로 색까지
칠해져 화려하게 장식하는 귀한 재료이다.
6.25 전쟁이 끝나고 온 나라가 폐허 속에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칠 때 우리네 살림에도 아주
귀한 구황 식물이며 땔감이었다. 그 시절 국민학교에 다닌 우리에게는 학교 난로용 주
연료였다.
조악하기 짝이 없는 무쇠 난로가 뻘개지도록 무명 옷에 양말이나 장갑도 변변치 않던 시절
정말로 몸을 덥혀주는 요긴한 재료였다. 불도 잘 붙고 화력이 좋았다. 보관과 운반은 물론
채취하기가 쉽고 가벼워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큰 부담이 안 되었다.
주말이면 동네 산에 올라 가 솔방울을 주워서 각자 할당량을 제출해야 했다. 동네 친구들이
함께 야산에 올라가면 금방 할당량을 서둘러 줍고는 병정놀이용 목검이나 지팡이, 썰매 등을
만들 재료를 마련하며 노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침이면 논 끝의 산자락으로 물을 먹으러 내려오는 여우를 지켜보며 두려워하던 시절이라,
여럿이 몰려 다녀야 했기에 칡 뿌리 캐기, 도토리 줍기...등 많은 재밋거리도 덤으로 즐겼다.
솔방울을 학교에 가지고 가면, 난로불을 피워 그 위에 도시락을 쌓아 올리면 반찬 냄새가
후각을 진동 시켰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도시락을 까먹는 스릴과 맛은 어렵던 시절의
애틋한 추억이다.
학교가 끝나면 노랗게 떨어진 솔잎과 솔방울을 청솔가지와 함께 한 지게 해서 할아버님
사랑방 군불을 피워 드려야 했다.
도시 아이들은 캠프파이어 할 때도 지나치는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을 수 있는 특전이
매일 효도란 명분으로 힘들여 수고하는데 대한 포상이었다.
그 시절 산과 들로 몰려 다니며 얻은 경험들로 자라면서 도시생활도 남들보다 원만히
힘들이지 않고 긍적적이고 신명 나게 할 수 있었지 싶다.
봄이면 할머님은 송화가루를 받아다가 다식을 만들고, 우리는 새순이 돋은 가지의 껍질을
벗겨 뛰노느라 오는 갈증과 허기를 달랬다.
추석 명절에는 며칠씩 손님 대접을 하려면 많은 솔잎을 따다가 송편과 함께 익히면 맛과
향도 좋고 잘 쉬지도 않는다고 했다. 사촌들과 할머님의 지시에 따라 튼실한 솔잎을
광주리에 가득 따러 다녔다.
뿌리에는 봉명이란 귀한 약재가 자랐고, 소나무 그늘에서만 산삼이 자란다. 어린 솔방울과
솔잎은 치통, 심장병, 야맹증 등에 약효도 좋다고 한다.

전기와 석유가 없던 시절에는 관솔을 잘라다가 불을 켜서 그을음이 많기는 해도 귀한 깨나,
피마자 기름 등잔을 대신 했다.
수 백 개의 솔 씨를 바람에 날려 새 솔을 태어나게 하고 남은 솔방울은 땔감으로 재가
되기까지 세상에
도움을 주는 귀한 것이다. 소나무 열매
아마도 우리 나라의 개천 철학인 천지인과 홍익 사상의 표본으로서 솔이 한국의 대표적인
나무로 여겨진 듯하다.
또 한 해의 끝자락에서 솔 방울만큼이나 세상에 보탬이 되었나 되돌아보게 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마스크 인생 2023.12.18 (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COVID-19) 팬데믹이 2020년 1월 30일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는 3년 4개월 만인 지난 2023년 5월 5일에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하였다. 이제 COVID-19은 독감과 같은 엔데믹(풍토병)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COVID-19은 변이를 일으키며 감염을 일으키고 있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계속 개발, 접종하고 있다.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되었다. 팬데믹 초기에 약국이나...
김현옥
가을의 그림자 2023.12.18 (월)
가을은 차츰 가을다워저 가고 있다세월을 견디어 나가기 위해자연은 버리며 산다가을 바람이 일면남길 것과 버릴 것으로가을 비가 내리면가질 것과 보낼 것으로가을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아름다운 가을의 멋과소중했던 가을의 추억까지도아낌없이 떠나보내며가을의 그림자는 점점 익어 만 가는데난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줄 뻔히 알면서늘 청춘인 줄 착각하고늘 건강한 줄 오해하고늘 당연한 줄 생각하며허전하다며, 부족하다며, 비어 있다며뭔가...
나영표
길을 가는 사람들 2023.12.11 (월)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가는무한의 시간이어라잠시 다녀가는 생명들이오가던 길모퉁이에서 낙엽처럼 모였어라반갑게 즐겁게웃음을 나누고 꿈을 나누고 그 마음 우울할 때는슬픔과 회포를 나누고어느 날그 인연 다 하는 갈림길에 다다르면조용히 손 흔들며추억 한두 개 가슴에 보듬고 가는 길 친구 주고받은 우정에 감사하며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약속하지 못하는 내일의 어느 길목에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며우리에겐 좀 더 가야 할 각자의...
안봉자
아버지의 뒷모습 2023.12.11 (월)
 딸아이를 만나러 시애틀에 갔다. 거의 일 년 만이다. 마중 나온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내 품 안으로 파고든다. 어색하게 끌어안으며 살가운 냄새를 맡는다. 새로 이사한 집을 둘러본다. 이 많은 짐을 혼자 싸고 풀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하다. 홀로 살아도 갖추어야 할 것은 한 가족이 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직도 어린애 같이 느껴지는 딸아이가 또 다른 나라에서 직장 다니며, 잘 적응하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
민정희
벌거숭이 산 2023.12.04 (월)
캐나다 로키에는 세 자매 봉이 다정하게 솟아있습니다. 요정이 살 것 같은 아름다운 산입니다. 세 자매 봉에는 일 년 내내 하얀 눈이 덮여 하늘에 닿을 듯했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세 자매 봉 꼭대기에는 더 이상 눈이 없습니다. 이제 세 자매 봉은 덩그러니 벌거벗은 바위산이 되어버렸습니다.“아이 추워! 언니들!”막내는 포근하던 눈옷이 벗겨지자 추웠습니다. 두꺼운 눈옷을 입고 있을 때는 춥지 않았습니다. 눈 속은 참 따뜻하고...
이정순
솔방울의 추억 2023.12.04 (월)
카톨릭을 국교로 하는 캐나다의 가장 큰 국경일은 당연히 크리스마스이다.다민족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에 따른 다양한 종교가 공존해 크리스마스보다만민의 신과 같은 어머니를 기리는 마더스데이가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국민들이 기리는날이기는 하다.한 해를 마무리하며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국경일이라 크리스마스 트리 등 많은 조명,장식과 선물, 음식, 종교적 문화가 발전되어 온 글로벌 축일이다.솔방울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이은세
자화상 2023.12.04 (월)
1 비춰보면스스로만 늘 추해 보이는모습이 있었다흰 여백으로 가득 찬언덕 위생명과 목숨이라는 두 인간이겹치듯 어른거렸고시작도 끝도 없는 기호들이표면에 기재되었다가물가물 아지랑이로피어나고 있었다 2 허기진 배물 채우듯냄새도 색깔도 없었다스스로에 대한 경고나결심 따위는 팽개치고오로지 자신에게만한없이 너그러워 보이는 그곳늘노릿한 바나나 향이 배어 있어서두통약을 찾다가결국 엉뚱한 소화제를 찾기도...
하태린
숨죽이고 2023.11.27 (월)
비는 내리고까맣게 어두움이 몰려왔을 때에도 나는불을 캐지 않으리창구멍 어디에도 머리카락 한 올을 보이지 않으리숨소리도 죽이고나는 꼭꼭 숨으리 그가 애타게 나를 찾고 찾아도그래도 나는 미동도 않으리 어느 날 그가 말하면몰랐다고 말하리정말 몰랐다고 말하리 당신도 애타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리더 탈 것 없어 하얗게 재가 되게 그냥 두리눈 헐기며 앙탈도 하리 세월의 옷자락이 너풀거릴 때그때에야 말하리한없이...
강숙려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