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23-06-23 15:13

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오래전에, 자동차에 경보 장치를 부착하기 위하여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 자동차를 맡기고 기다릴 때였다. 테크니션이 새로 고용된 사람이었나 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동도 안 되어, 여러 번 시도하여 오래 기다려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숙련된 기술자가 맡아서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요구하고도 싶었다.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고, 과연 저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할 것인가 하여 조바심도 생겼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어 결국 경보 장치가 제대로 작동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참고 믿으며 기다린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도 취직되어 일을 배워 가면서 경험을 쌓으며 숙련공이 되는 것인데, 그 과정에 미숙하고 부족한 면들을 이해하며 누군가는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부탁하였는데, 담당자가 경험이 없어서 다른 경험자에게 계속 전화를 걸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볼 때는, 과연 이 사람이 능력이 있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믿음이 가지 않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경험이 많은 다른 사람이 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참고 믿으며 기다리고 보면, 일이 제대로 처리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였다. 만약 기다리지 않고, 조바심으로 다른 경험 있는 사람으로 바꾸어 달라고 했었다면, 담당자는 상당히 당황스럽고 기분이 상하고 사기가 꺾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 사람도 주위의 경험자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문제를 해결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우리가 이해하고 참고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참고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으로 행동하여 일어났을 일은 상상만 해도 부끄럽고 화끈거린다.


 한국 사람들은 마음이 급하여 외국에서 흔히 “빨리빨리”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25년 전 쯤 이탈리아를 여행한 일이 있다. 관광 그룹에서 우리 부부만 동양인이었다. 꽃을 파는 소년들이 우리 부부가 한국 사람인지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를 보더니 “빨리빨리”라고 말하여 놀란 적이 있다. 많은 한국 사람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부탁하고 요구한 것들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심지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도 마음이 급하여 새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방문 중에 노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줄 서 있는 우리 앞으로 새치기하며 들어서며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던 사람들도 보았다.

이곳 캐나다에 이민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려고 간 적이 있다. 무엇인가 영사기가 잘못되었는지 오랫동안 영화가 상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살 때의 사람들 정서라면, 빨리 상영하라며 요구하고 큰 소리로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느 사람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관객들이 조용히 좌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음에 감동한 적이 있었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릴 때도 조급하게 다른 사람들을 밀치고 먼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타려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 대부분 서로 양보하며 점잖게 타는 모습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사람이 많아지면 그다음 엘리베이터를 타면 되는 식으로 기다리고 조급해 하지 않는다. 여러 업무를 보기 위하여 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살아가면서,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서로에게 말로나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있다. 내 편에서는 의사를 표현할 길이 없는데, 상대편에서 마음껏 자기 생각을 자유로이 표현할 때 더욱 상처 받게 되기도 한다. 때로 상대방이 오해하여 하는 잘못된 말과 행동은 우리의 마음에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분노를 참고 상처 받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성경에 ‘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크게 명철하여도 마음이 조급한 자는 어리석음을 나타내느리라 (잠언 14장 29절)’라고 말씀하고 있다. 상대방이 올바로 진실을 알고 이해하도록 오래 참음으로 기다려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장 4절-5절)’라고 말씀하고 있다. 오래 참음은 성령의 열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갈라디아서 5장22절). 사랑의 마음으로 오래 참음으로 이웃을 이해하며 긍휼히 여기며 살아 가도록 힘써야 하리라.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마스크 인생 2023.12.18 (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COVID-19) 팬데믹이 2020년 1월 30일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는 3년 4개월 만인 지난 2023년 5월 5일에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하였다. 이제 COVID-19은 독감과 같은 엔데믹(풍토병)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COVID-19은 변이를 일으키며 감염을 일으키고 있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계속 개발, 접종하고 있다.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되었다. 팬데믹 초기에 약국이나...
김현옥
오래 참음 2023.06.23 (금)
 오래전에, 자동차에 경보 장치를 부착하기 위하여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 자동차를 맡기고 기다릴 때였다. 테크니션이 새로 고용된 사람이었나 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동도 안 되어, 여러 번 시도하여 오래 기다려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숙련된 기술자가 맡아서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요구하고도 싶었다.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고, 과연 저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할 것인가 하여 조바심도 생겼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어 결국 경보...
김현옥
  최근 대학 동창 카톡방에 손주들을 돌보는 할머니들의 어려움과 애로 경험담들이 올려져서 동감하기도 하며 웃음이 나기도 한 일이 있다. 한 동창의 작은 딸네 손자가 너무 버릇없는 말을 해서 분노한 동창은 다시는 딸네 집에 안 간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다른 동창네 손자는 한글을 깨치자마자 자기 방문에 “노인 출입 금지”라는 글을 써 붙였다고도 한다. 이래저래 할머니의 손자 사랑이 아이들과 주파수가 맞지 않아 섭섭증이 생긴다고...
김현옥
한국 방문하고 2019년 10월 중순에 출국할 때 어머니께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요”라고 경쾌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전에도 여러 번 방문하고 어머니와 같이 지내다가 헤어졌지만 언제나 눈물을 흘리곤 하였는데, 다시 곧 만난다며 처음으로 씩씩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캐나다로 귀국하여 2020년 4월 중순에 한국 방문하고자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기다리는데 악몽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것이다. 캐나다 정부에서 해외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김현옥
천사의 손길 2021.11.24 (수)
오래전에 TV에서 ‘Touched by an Angel’이라는 드라마를 시청한 적이 있다. 이드라마는 1994년 9월부터 2003년 4월까지 CBS 방송국에서 방영된 미국 fantasy dramaTV series이다. 주로 토요일이나 주일에 방영되었는데, 모든 에피소드를 다 시청하지는못하였고, 시간이 가능한 한 애청하였던 드라마였다. 인간 세상에 천사들이 인간의 모습으로살아가면서, 삶의 어려운 일들, 질병, 가족 간의 문제, 주위 사람들, 환경에서의 문제들을해결해 나가는 데 하나님의...
김현옥
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최근에 호프 인근 코퀴할라 하이웨이(Coquihalla Highway)서 차량 20여 대가 연쇄적으로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다는 신문 기사(밴쿠버 조선일보, 2월 11일 자, 2021)를 보았다. 픽업 트럭이 미끄러운 커브 길에서 멈춰 서면서 사고가 시작되어 30여 명이 부상하였다고 한다. 남편이 2007년도에 1년간 캠룹스(Kamloops)에 있는 Thompson Rivers University에서 전자통신과 전임강사로 근무하였을 때에, 코퀴할라 하이웨이를 여러번 오가던...
김현옥
기억되는 인상 2020.08.17 (월)
남편의 건보팀에서 13년 선배 되시는 분께서 생전에 그의 부인을 극진하게 아끼시며 돌보시던분이 있었다. 그 부인께서 무릎이 튼튼하지 못하시어, 식당에서 식사를 끝내고 일어나게 되면 꼭옆으로 오시어 부축하셨다. 자동차 타러 가실 때에도 옆에서 부축하시고 같이 정답게 걸어가셨다.식당에서 식사하실 때에도 그 남편 되시는 분은 남편팀 식탁에 속하여 떨어져 앉아 계셔도 부인을사랑을 가득 담아 바라보시기에, 우리는 “그윽한 눈길”로...
김현옥
지난 2월 말부터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하기 시작되어, 3월 중순부터 지역 봉쇄가 발령되었다. 지역 봉쇄가 된 지 두 달이 되어 가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사회적, 신체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며, 가능한 집안에 거하라고 한다.면역력이 약하고, 특히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들은 감염되기 쉬우니 더욱 사람들 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한다. 집안에 거하며, 밖의...
김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