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최근 대학 동창 카톡방에 손주들을 돌보는 할머니들의 어려움과 애로 경험담들이 올려져서 동감하기도 하며 웃음이 나기도 한 일이 있다. 한 동창의 작은 딸네 손자가 너무 버릇없는 말을 해서 분노한 동창은 다시는 딸네 집에 안 간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다른 동창네 손자는 한글을 깨치자마자 자기 방문에 “노인 출입 금지”라는 글을 써 붙였다고도 한다. 이래저래 할머니의 손자 사랑이 아이들과 주파수가 맞지 않아 섭섭증이 생긴다고 한탄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재롱을 떨어 할머니를 기쁘게 해 주었던 것을 상기하면서 서운한 마음을 스스로 달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동창네 손자는 일곱 살인데 요리에 관심이 커져서 주말에 할머니 집에 올 때마다 유튜브에서 공부한 요리를 한 가지 씩 한다고 한다. 반죽하고 만드는 것만 자기가 하고, 썰고 기름에 튀기는 것과 뒷설거지는 할머니에게 시킨단다. 시식 시켜주는 손자가 귀엽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단다. 캐나다로 딸네 집을 도와주러 방문한 동창은 딸네 집 이사와 쌍둥이 손자들을 돌보는 일로 너무 힘이 들어 탈진 상태가 되었고, 고막이 터져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우리 부부는 손주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옆에서 돌보아 주며 살아왔다. 출퇴근하는 내니가 있었어도 쌍둥이 손녀들을 일주일에 삼일 정도는 온종일 돌보아 주었다. 손자는 집에 아예 들어와서 거주하는 내니가 있게 되어 일주일에 두 번 오후에 만나 돌볼 수 있었다. 동화책 읽어 주고, 장난감 가지고 같이 놀아 주고, 밥 먹여 주며, 동네의 놀이터에서 놀며 돌보아 주었다. 감기에 걸려 프리 스쿨이나 학교에 못 가고 집에 있어야 하는 날 들에는 우리 부부가 손주들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린 아기 때부터 돌보고 같이 지내는 시간을 많이 보내어 정이 많이 들은 손주들이다.
요즈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학교에서 픽업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고 있다.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손주들은 각자 자신의 랩톱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보며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학교에서 숙제도 컴퓨터를 사용하여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큰 손녀는 책을 많이 읽어 도서관 사이트에 읽은 책에 관한 평론을 타이프 치며 올리기도 한다. 한번은 초등학교 4학년인 손자도 열심히 컴퓨터 화면에만 몰두하여,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짐작하고, 귀가한 부모에게 이른 적이 있었다. 손자는 매우 마음이 상하여 숙제하고 있었다며 할머니에게 대단히 화가 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손주들이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손자는 가끔 할아버지와 오목이나 바둑을 두기도 한다. 전에는 손자와 같이 기타 연습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손자의 기타 연주 실력이 할아버지를 훨씬 능가한다. 필자는 차이니즈 체커를 손녀들과 하기도 했는데, 손녀들이 흥미를 잃어서 별로 하지 못하고 있다. 손녀들은 책을 읽는 데에 더 열심이다. 그저 간식으로 과일을 깎아서 주며 할머니의 역할을 하는 처지다. 그래도 Google Chat으로 소통하며 지내니 다행이다. 어린 손주들을 돌볼 때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더 이상 우리의 돌봄이 필요치 않게 되어가니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다.
요즈음에는 손주들과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와 animated 시리즈, Andor 시리즈, 아마존 프라임에서 The Rings of Power 시리즈, 마블 영화사에서 만든 Captain America, Thor, The Avengers, Iron Man, Spider Man, Doctor Strange 등의 영화 시리즈들을 같이 본다. 시청 후 plot, 인물 등에 관하여 소감을 나누고 있다. 최근에 아들네 집에서 음악을 들었는데, 큰 손녀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곡들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알아듣기도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곡들의 노래였다. 우리 노부부와 손주들과의 간격이 커짐을 새삼 느끼고 있는 나날이다. 그동안 손주들에게 사다 주는 기쁨이 있었는데, 이제는 책들, 옷들도 본인들이 선택하여 구입하는 일이 많아졌다. 남편은 손녀들이 읽고 추천해 주는 영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소통의 간격을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머리카락 빠지니 그만 스트레스받으라고 충고해도 듣지 않는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귀여운 손주들은 소녀로, 소년으로 자라고, 우리는 나이 들며 연로해지고 있다. 오랜 세월 쌓인 경험과 지혜로 손주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기를 다짐한다. 자라고 있는 손주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며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손주들이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기도 드린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현옥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