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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커의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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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2-09-12 09:02

김유훈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내가 살아온  지난 70여 년은 과거 어느 시대와 비교가 안 되는 천지 개벽의 삶을 살아온  느낌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 서울은  6.25전쟁 이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농경사회의 풍경이 남아있었다. 종로통 도로변에는 기와집이지만 골목에는 초가집들이 있어 가을에는 초가집 지붕 갈이를 하였으며, 거리에는 소달구지가 배추나 장작을 날랐다. 집집마다 화장실은 푸세식이라 몇 달마다 변이 차면 똥퍼 아저씨가 와서 치워야 했다. 심지어 밤에는 전기가 없어 석유 등잔불을 켜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50년대 국민소득 80불의 대한민국 서울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 하였다. 미제 라디오 일제 트랜지스터가 나오더니 영화관에는 미국의 서부영화와 미남 미녀 배우들이 나오는 시네마 천국의 영화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더불어 라디오에서는 미국의 컨트리 팝송이 나의 청소년 시절 밤을 잊게 하였다. 이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생긴 병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이때가 장작 대신 연탄으로 난방을 하여 곳곳에서 연탄가스 사고를 당하던 60년 대의 우리들 모습이었다.  70년대는 나의 대학 군대 그리고 중동 건설기술자로 바쁘게 살다가  80년 대는 신학과 목회로 교회에서 젊음을 불태웠다. 

  

  대망의 90년대에는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캐나다 유학과 목회로 이민사회로 몸을 던졌으나 상처뿐인 영광을 남긴 채로 조기에 은퇴하고 외국의 허허벌판에서 가족을 돌봐야 했다. 이민의 땅에서 헤메이던 중 내 눈에 확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트럭”이였다. 트럭으로 말하자면 내가 군대시절 춘천 제 2공병 수송부에서 한 운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록 행정병이였지만 고참 때에는 5톤 트럭을 몰고 춘천 시내는 물론 주변 공병대 건설현장으로 운전하며 달렸던 실력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던 때에 그 오래전 나라를 위해 봉사했던 대한민국의 군대 경험이 나와 내 가족을 지켜주었을 뿐 만 아니라 나로 인해 트럭을 하게 된 많은 트럭커의 가족들까지 살려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의  군대 경험은 값으로 비교할 수 없는 인생의 귀한 자산이라 생각한다. 나의 수송부 시절 하루가 멀다고 차량 정비고에서 매맞고 눈물 흘렸던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내 젊음  3년을 바친 대한민국 군대가 나의 장래를 위한 예비 훈련이였다는 사실을…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가 트럭을 시작하고 산전수전 그리고 빙판전까지 겪느라 고생깨나 하며 세월을 보내니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처음 내가 운전할 때는 GPS가 없던 시절이라 지도만 의지하고 달렸다. 그 후 Map Quest가 나올 때는 동쪽과 서쪽의 방향이 구분이 잘 안되어 실수를 많이 하였가 드디어 GPS의 등장으로 지도는 거의 필요 없게 되었으나 해마다 새로 생겨나는 도로을 위해 업그레이드를 해야 실수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운전자들에게 더 큰 문제는 장거리를 달릴 때에 외로움이었다. 나는 외로움을 이기려고 많은 생각을 하며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외로움과 사색으로 태어난 마음의 글을 기억하였다가 나중에 원고로 옮기는 습작을 하였고 그 결과  내가 수필가로 등단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한 그 넓은 대륙을 하염없이 달리다 보면 외로움에 지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하였다. 나는 이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가 처음에는 카세트 테이프로 그 후 MP3로  CD로 음악을 들었으나 이제는 스마트 폰으로 음악은 물론 모든 정보까지 볼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스마트 폰의 초기에는 화면이 거의 나오지 않았으나 3G  4G 그리고 5G를 거치면서 지금은 카나다와 미국 전 지역 대부분에서 실시간 화면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지금의 운전에는 외로움을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학  종교 그리고 역사를 막론하고 몇 시간짜리 강의를 듣노라면 운전이 지루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어쩌면 다 늦은 나이에 대학 강의보다 더 귀중한 강의를 듣는 학생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좀 지루하다 싶으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보며 노래를 들을 수 있어 과거 테이프로 듣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일로 인해 트럭을 운전하는 나에게는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지난 세월 우리의 놀랍도록 변화된 현실을 보고 전 세계는 대한민국은 기적의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성공으로 대한민국을 국민소득3만 불 시대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작은 전화기인 스마트폰이야말로 새롭고 놀라운 세상을 보여주는 정보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이 첨단의 시대를 이끄는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의 삼성이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내가 살아온 지난 70여년의 변화를 이렇게 몸소 체험하며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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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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