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며칠 전 한국의 친지가 보내준 유튜브 기사 두 개가 아주 흥미로웠다. 첫 번째 기사 내용인 즉 요즘 한국에는 “ 쇼 닥터 “ 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속지 말라는 내용이었다.그들은 현직 의사들로 유명 방송국 교양 프로인 건강 상담 코너에 출연해 은근히 자신의 병원을 홍보하거나 특정 건강식품을 어디 어디에 특효라고 홍보한 후 그날 저녁 홈쇼핑 프로에 그 건강식품을 론칭해 대박을 터트린다고 했다. 이건 방송사, 식품회사 그리고 쇼 닥터 등 3자가 합작한 “ 쇼 ( 사기극) “ 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 기사는 국민 90프로 이상이 찬성하고 국회에서도 이 법안 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통과 시키고 말겠다던 “ 수술실 내 CCTV 설치 “ 가 물 건너 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의사 협회와 동 법안 관련 입법의원들은 “ 수술실 입구는 CCTV 의무 설치 “ , 정작 CCTV가 꼭 필요한 “ 수술실 내에는 자율 설치 “ 로 가닥을 잡았단다. 지금까지 한국 병원들의 행태로 볼 때 몇 개의 병원이나 자율로 “ 수술실 내에 “ CCTV를 설치할지 궁금해진다고 했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의사 협회의 막강한 로비력에 존경심이 우러난다. 그들은 말썽 많은 미국 총기협회 ( NRA )의 로비력을 능가할 정도다. 한국에서 의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머리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요 또 로비 자금이 제일 풍성한 그룹이니 그들보다 IQ 가 낮고 돈도 궁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 그리고 관련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활동 보고를 할 때 입구이건 자율이건 “ 하여튼 병원에 CCTV를 설치 하도록 했으니 잘 했다 " 고 자화자찬의 “ 쇼 “ 를 벌일 것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달변에 미사여구 ( 美辭麗句 ), 교언영색 ( 巧言令色 ) 이 그들의 주특기 아니던가.
그런데 여기 “ 쇼 “ 라는 말이 영어의 SHOW 와는 사뭇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게 재미있다. 우리 식 “ 쇼” 는 누가 가식적인 행위나 거짓말을 할 때, 또는 말도 안되는 소릴 할 때 “ 쇼 “ 하지 말라고 하는데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란 하품 소리만 빼고는 모두 거짓말이라는 정치인들. 선거 때, 강 ( 江)도 없는 시골 마을에 이태리 베니스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하자 “ 강도 없는데 무슨 다리” 냐고 주민들이 항의 하자 “ 운하를 파고 그 위에 다리를 놓으면 되지 않느냐?” 고 오히려 한 수 더 뜨더란다. 남편의 상습 구타에도 불구하고 TV에 나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인 양 닭살을 돋게 했던 여성 코미디언. 이런 인기를 먹고사는 정치인 또는 연예인들의 일탈 행위를 모두 통 털어서 우리는 “ 쇼 “ 또는 “ 생쇼한다” 고 했다.
그러나 영어의 “ 쇼 “ ( SHOW ) 는 죄가 없다. 70년대 제임스 스튜어트 와 찰톤 헤스톤이 주연한 “ 지상 최대의 쇼 “ 는 참으로 멋진 영화로 거짓말은 쇼 하고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인간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또 1980년대 우리나라 TV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던 인기 코미디언 곽규석씨 사회의 “ 쇼, 쇼, 쇼” 는 얼마나 재미 있었던가. 이렇게 “ 쇼” 라는 말은 재미 그 자체였다.
그런데 최근 온갖 TV 채널이 등장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시청률에 목을 매게 되고 부터는 황당하고 저질인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다보니 우리 모두는 속절없이 우리 식 “ 쇼” 에 물들어 가는가 보다. 하기야 이런 “ 쇼 “ 가 한국에서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급하면 도망만 다니던, 조조나 손권에 비해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삼국지의 유비가 덕 (徳) 으로 부하 장수들의 마음을 얻고 마침내 제갈량이라는 불세출의 지략가를 얻어 촉나라를 세우게 되는데 그 덕이라는 게 그게 알고보면 바로 쇼맨쉽이 아닐까?
2차 대전 말기, 독일의 수도 베를린 부근에서 격전을 치르던 소련군 부대에서 한 분장사가 소련군 몇몇 ( 사실은 본토에서 데려온 배우였지만 ) 을 분장시키고 있다. 그들은 우리 국군( 소련군) 이 승리하고 있는 장면 (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적과 싸우고 있는 장면 ) 을 연출 중 이었다. 촬영이 시작되자 이 멋진 군인들 ( 저격병 ) 은 백발백중으로 독일군을 쓸어 뜨렸다. 이렇게 제작된 전투 기록 영화는 후방의 소련 국민을 열광시키는데 쓰여졌다.
이런 일이 공산국가인 소련에서만 국한되어 시도되었을까 ? 일본은? 아니 미국은? 일본의 경우, 중일 전쟁중 상해시 공방전에서 중국 군 진지로 폭탄을 안고 들어가 산화한 “ 폭탄 3용사 “ 중 기타가와 일병이 얼마 후 살아서 돌아온다. 이들의 무용담은 이미 신문 방송에 대서 특필되었으며 무공훈장과 함께 고향에서 장례까지 치룬 상태였다. 이 황당한 경우에 부대장은 물론 도쿄 대본영까지 처리를 고심하다 결국 평생 함구 조건으로 즉시 제대시킨 후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로 이주 시켰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군과 미군과의 전투를 담은 “ 유황도의 모래 “ 라는 헐리웃 영화에서 미군이 유황도를 탈환해 산 봉우리에 미 해병대 병사들이 성조기를 꽂는 멋진 장면이 있다. 그 영화를 본 미국인들은 모두 애국심의 포로가 되기 충분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장면은 유황도 전투가 끝난 한참 뒤에 미 국방성 촬영 팀이 배우들을 동원해 그곳에서 그렇게 멋지게 촬영해 미국 전역에 보도한 장면의 재현이었다고 한다. 이런 장면이 삼국지 시대나 2차 대전 때에만 일어났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늘날에도 제4의 권부라는 MASS - MEDIA, 특히 TV를 통해 정부가 여론 조작을 하며 이에 질세라 재벌 기업들, 정치인, 연예인 등등 소위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이런 “쇼”를 벌이며 살고 있다. 옛날에는 TV를 “ 바보 상자 “ 라고 불렀는데 그래도 그 영향력이 막강했는데 요즘에는 유튜브나 SNS 를 통해 모두가 가면을 쓰고 “ 자화자찬 쇼 “ 를 벌리는 세상이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러니 우리 같은 일반 백성들은 매일매일, 변장술에 특히 능한 가면 배우들의 “ 쇼 “ 에 일희일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70 여세에 입적할 때를 아신 서산대사께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하시는 말씀. “ 지난 70 년 간 잘 쓰고 다니던 이 가면 하고도 드디어 작별해야 하는구나. 너, 그동안 수고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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