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쇼“로 시작해서 “쇼“로 끝나는 세상

정관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8-16 16:09

정관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며칠 전 한국의 친지가 보내준 유튜브 기사 두 개가 아주 흥미로웠다. 첫 번째 기사 내용인 즉 요즘 한국에는 “ 쇼 닥터 “ 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속지 말라는 내용이었다.그들은 현직 의사들로 유명 방송국 교양 프로인 건강 상담 코너에 출연해 은근히 자신의 병원을 홍보하거나 특정 건강식품을 어디 어디에 특효라고 홍보한 후 그날 저녁 홈쇼핑 프로에 그 건강식품을 론칭해 대박을 터트린다고 했다. 이건 방송사, 식품회사 그리고 쇼 닥터 등 3자가 합작한 “ 쇼 ( 사기극) “ 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 기사는 국민 90프로 이상이 찬성하고 국회에서도 이 법안 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통과 시키고 말겠다던 “ 수술실 내 CCTV 설치 “ 가 물 건너 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의사 협회와 동 법안 관련 입법의원들은 “ 수술실 입구는 CCTV 의무 설치 “ , 정작 CCTV가 꼭 필요한 “ 수술실 내에는 자율 설치 “ 로 가닥을 잡았단다. 지금까지 한국 병원들의 행태로 볼 때 몇 개의 병원이나 자율로 “ 수술실 내에 “ CCTV를 설치할지 궁금해진다고 했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의사 협회의 막강한 로비력에 존경심이 우러난다. 그들은 말썽 많은 미국 총기협회 ( NRA )의 로비력을 능가할 정도다. 한국에서 의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머리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요 또 로비 자금이 제일 풍성한 그룹이니 그들보다 IQ 가 낮고 돈도 궁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 그리고 관련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활동 보고를 할 때 입구이건 자율이건 “ 하여튼 병원에 CCTV를 설치 하도록 했으니 잘 했다 " 고 자화자찬의 “ 쇼 “ 를 벌일 것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달변에 미사여구 ( 美辭麗句 ), 교언영색 ( 巧言令色 ) 이 그들의 주특기 아니던가.

그런데 여기 “ 쇼 “ 라는 말이 영어의 SHOW 와는 사뭇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게 재미있다. 우리 식 “ 쇼” 는 누가 가식적인 행위나 거짓말을 할 때, 또는 말도 안되는 소릴 할 때 “ 쇼 “ 하지 말라고 하는데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란 하품 소리만 빼고는 모두 거짓말이라는 정치인들. 선거 때, 강 ( 江)도 없는 시골 마을에 이태리 베니스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하자 “ 강도 없는데 무슨 다리” 냐고 주민들이 항의 하자 “ 운하를 파고 그 위에 다리를 놓으면 되지 않느냐?” 고 오히려 한 수 더 뜨더란다. 남편의 상습 구타에도 불구하고 TV에 나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인 양 닭살을 돋게 했던 여성 코미디언. 이런 인기를 먹고사는 정치인 또는 연예인들의 일탈 행위를 모두 통 털어서 우리는 “ 쇼 “ 또는 “ 생쇼한다” 고 했다.

그러나 영어의 “ 쇼 “ ( SHOW ) 는 죄가 없다. 70년대 제임스 스튜어트 와 찰톤 헤스톤이 주연한 “ 지상 최대의 쇼 “ 는 참으로 멋진 영화로 거짓말은 쇼 하고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인간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또 1980년대 우리나라 TV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던 인기 코미디언 곽규석씨 사회의 “ 쇼, 쇼, 쇼” 는 얼마나 재미 있었던가. 이렇게 “ 쇼” 라는 말은 재미 그 자체였다.
그런데 최근 온갖 TV 채널이 등장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시청률에 목을 매게 되고 부터는 황당하고 저질인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다보니 우리 모두는 속절없이 우리 식 “ 쇼” 에 물들어 가는가 보다. 하기야 이런 “ 쇼 “ 가 한국에서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급하면 도망만 다니던, 조조나 손권에 비해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삼국지의 유비가 덕 (徳) 으로 부하 장수들의 마음을 얻고 마침내 제갈량이라는 불세출의 지략가를 얻어 촉나라를 세우게 되는데 그 덕이라는 게 그게 알고보면 바로 쇼맨쉽이 아닐까?

2차 대전 말기, 독일의 수도 베를린 부근에서 격전을 치르던 소련군 부대에서 한 분장사가 소련군 몇몇 ( 사실은 본토에서 데려온 배우였지만 ) 을 분장시키고 있다. 그들은 우리 국군( 소련군) 이 승리하고 있는 장면 (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적과 싸우고 있는 장면 ) 을 연출 중 이었다. 촬영이 시작되자 이 멋진 군인들 ( 저격병 ) 은 백발백중으로 독일군을 쓸어 뜨렸다. 이렇게 제작된 전투 기록 영화는 후방의 소련 국민을 열광시키는데 쓰여졌다.

이런 일이 공산국가인 소련에서만 국한되어 시도되었을까 ? 일본은? 아니 미국은? 일본의 경우, 중일 전쟁중 상해시 공방전에서 중국 군 진지로 폭탄을 안고 들어가 산화한 “ 폭탄 3용사 “ 중 기타가와 일병이 얼마 후 살아서 돌아온다. 이들의 무용담은 이미 신문 방송에 대서 특필되었으며 무공훈장과 함께 고향에서 장례까지 치룬 상태였다. 이 황당한 경우에 부대장은 물론 도쿄 대본영까지 처리를 고심하다 결국 평생 함구 조건으로 즉시 제대시킨 후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로 이주 시켰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군과 미군과의 전투를 담은 “ 유황도의 모래 “ 라는 헐리웃 영화에서 미군이 유황도를 탈환해 산 봉우리에 미 해병대 병사들이 성조기를 꽂는 멋진 장면이 있다. 그 영화를 본 미국인들은 모두 애국심의 포로가 되기 충분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장면은 유황도 전투가 끝난 한참 뒤에 미 국방성 촬영 팀이 배우들을 동원해 그곳에서 그렇게 멋지게 촬영해 미국 전역에 보도한 장면의 재현이었다고 한다. 이런 장면이 삼국지 시대나 2차 대전 때에만 일어났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늘날에도 제4의 권부라는 MASS - MEDIA, 특히 TV를 통해 정부가 여론 조작을 하며 이에 질세라 재벌 기업들, 정치인, 연예인 등등 소위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이런 “쇼”를 벌이며 살고 있다. 옛날에는 TV를 “ 바보 상자 “ 라고 불렀는데 그래도 그 영향력이 막강했는데 요즘에는 유튜브나 SNS 를 통해 모두가 가면을 쓰고 “ 자화자찬 쇼 “ 를 벌리는 세상이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러니 우리 같은 일반 백성들은 매일매일, 변장술에 특히 능한 가면 배우들의 “ 쇼 “ 에 일희일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70 여세에 입적할 때를 아신 서산대사께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하시는 말씀. “ 지난 70 년 간 잘 쓰고 다니던 이 가면 하고도 드디어 작별해야 하는구나. 너, 그동안 수고 많았다. “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벽속에 갇힌 벌레 한 마리, 간헐적으로 숨 멎는다 어둠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 어디로부터 오는어둠의 굴레인가어둠이 소리를 난타한다 난타 된 소리들이 모서리마다 걸린다 실오리같이 갈갈이 찢겨지는소리의 발광체,발광체 속에서 벌레 한 마리 간헐적으로 팔닥인다 숨 멎을 듯 곤두박질치는저만치 고개 숙이고 가는 이 누구인가저 강 언덕을 내려간 한 사람을 지우듯어둠은 나를 지우며 간다물안개 피는 저녁 무렵이다한 사람의 등 뒤에서 그림자...
이영춘
코로나 바이러스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별러 왔던 동생들의 방문길도 열렸다. 혼자 사는 큰동생과 막내 부부가 서로 때를 맞추어 드디어 나를 찾아 주었다. 8월은 분주한 달이었다. 아들 집 아래층(Suite in law)에 사는 나의 조용한 공간이 형제들의 만남으로 꽉 찼다. 거동이 불편한 큰동생의 방문은 어렵사리 준비한 여행이었기에 뜻깊었고, 미국에서 찾아온 막내 부부의 방문은 여의찮은 형편에서 용단을 내린 여행이었기에 감사할 일이었다....
김춘희
별밤의 곡예사 2022.08.29 (월)
누구의 그리움인가?누구를 향한 그리움인가?별 하나 꽁꽁…나 하나 꽁꽁…늙은 분수처럼 잦아든 세월 뒤로꽁꽁 숨어버린나비 가슴꽃 가슴문둥이 같은 그리움은어둠으로나 만나지나영글다 만 가슴 들판을밤바람 에돌다 가면그대는잉크 빛 하늘 속에 외로운 곡예사외줄 끝에 매달려별똥별로 오시는가별 둘 꽁꽁…나 둘 꽁꽁…Acrobat in the Starry Nightwritten by Bong Ja AhnWhose longing is it?Whom is it longing for?One star deep in the sky…One star deep in my heart…Time has gone dry...
안봉자
(하)  이곳에 있는 동안은 온통 소리에 민감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마음과 귀를 열어 온전히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때 붉은 깃털이 너무도 예쁜 붉은 날개 검은 새 (Red- winged blackbird)하루에도 몇 번 씩 방문하여 작은 배를 채우며 먹는 거에 진심인 귀여운 다람쥐 (Squarrel)네 마리가 날아와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한 마리 씩 차례로 먹고 날아가는 질서 정연한 회색 어치 (Canada Jay / Gray Jay /...
김혜진
어제 하루는왠지미안하고안쓰럽고눈물 나고너에 대한 집착이전부인 하루였구나오늘 하루도괜히넘어질라아파할라힘들까여전히 걱정하는 마음떠나지 않는구나또 내일도뜬금없이일은 없는지잘 있는지괜찮은지너의 좋은 하루가 희망이되어버린 일상의 나날들물난리가 났다는 데폭염 경고가 내렸다는 데넌, 괜찮은지하루, 한 시도 스쳐 지나가는 법이 없는부질없는 걱정에 자꾸만 애가 타지만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부모의 간절한 마음사랑의...
나영표
세비야의 노을 2022.08.29 (월)
재작년 계획을 세웠다가 2년여 발이 묶였던 아내의 늦은(?) 환갑 여행을 스페인으로 떠났다. 개인여행이다 보니 두 달여에 걸친 준비와 나름 꼼꼼하고 치밀한 작전계획을 수립하여 여행을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포루투칼을 포함 총 15박 16일의 일정은 그야말로 교통편과의 한 판 전쟁이었다.  소위 ‘분노’여행이라고 그간 발이 묶였던 울분을 한번에 터뜨리느라 유럽의 공항마다, 기차역 마다 엄청난 승객들이 몰려들어서 턱없이 부족한...
霓舟 민완기
부서지는 소리 2022.08.29 (월)
여름밤은 너무 짧았어요토막 난 꿈처럼요 불기 없는 아궁이,반짝이는 별 몇 개 모아가당찮게도 불쏘시개인 양 쌓아 올렸지요매서운 연기에 캑캑, 찔끔가슴만 아렸을 뿐,밤의 고요는 채 안아보기도 전에 저만치 등을 보이고 말았지요        눈가를 적시는 짠 내 함께 그래도 바다에 서면 여백처럼 비껴가는 밤 파도 소리그래요부서지는 은빛 그대 목소리 아름다운 여름밤이었어요비록 동강 난 꿈은 구천을 맴돌지라도
백철현
(상)  밴쿠버에서 4시간 여 코퀴할라 하이웨이( Coquihalla Highway )를 달리면 독특한 사막 지형인 캠룹스( Kamloops )에 도착한다.그 소도시의 Jamieson Creek turnoff (Jameson Creek Forest Service Road)에서 시작되는 흙 먼지가 안개처럼 앞을 뒤덮는 비 포장도로로 한 시간 여 가면 차를 주차할 수 있는 넓다란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 주차한 후, 백 팩을 짊어지고 트레일 코스로 20여 분 내려가서 호수의 언저리 가운데서 배를 타고 또다시 20 여 분 노를 저어야 도착하는 곳...
김혜진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