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바람이 세게 불고 간 날
키 큰 나무의 뿌리가 뽑혔다
물 많은 땅의 나무는
단단한 돌과 흙 사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어느새 키는 훤칠 커 버렸다
모든 것이 풍부한 시대를 살면서
모든 것이 소박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땅으로 자꾸 파고 들어가야만 했던 삶은
견디기 힘든 추억을 남겼지만
땅속 깊이 파고든 까닭에
바람에 뿌리뽑히지 않았다
물을 찾는다면
목욕물을 취하지 말라
깊은 곳에 있는 생수를 먹을지라
뿌리를 밀어 넣어 흙을 파고
가보지 않은 땅을 두드릴지라
실뿌리를 여럿 남긴 나무는
하체를 함부로 하늘로 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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