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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본사 신춘문예 당선 반수연씨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5-01-07 00:00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움직인다”
“서울 조선일보사에서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고 심장이 너무 뛰어서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우황청심환을 먹었어요.”

2005년 조선일보 본사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메모리얼 가든’이라는 작품으로 당선된 반수연씨(사진)는 지난 달 21일 자정 당선 통보 전화를 받던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1998년 이민 와 현재 써리에 살고 있는 반씨는 난생처음 신춘 문예에 응모해 월척을 낚았다. 608편의 응모작품 중 최종심사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당선됐다”는 말은 믿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민 와서 처음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어요. 매일 밤 한국으로 돌아가는 꿈만 꿨고 ‘나’를 잃어버린 정신적 공황 상태가 오더군요.”

운영하던 샌드위치숍은 생활이 안 될 정도로 힘들었고 담석이 생겨 수술까지 받고
나자 몸과 마음의 상태가 바닥까지 치달았다. 사람들이 왜 자살을 하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런 혹독한 일들을 겪으면서 더 이상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유
예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죽기 전에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
음을 다잡아 먹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늘 마음 속에 품고 있던 화두였던 ‘마흔’이
라는 나이가 실제로 되고 보니 ‘마음은 청춘’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의 뜻을 깨닫게 됐다.

이민 올 때 가져왔던 책들을 끄집어 내어 다시 들여다보고 샌드위치숍에서 제일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 글을 썼다. 3년 전부터는 인터넷 창작캠프에서 박영한 선생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습작으로 써낸 작품 위에 온통 빨간 줄이 쳐진 채 돌아오면 내가 이 나이에 왜 이런 고생을 하나 좌절하기도 했다.

반씨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이끌어 준 힘은 고향 통영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김춘수 시인, 김상옥 시조시인 등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경남 통영 출신인 반씨는 만일 고향이 그곳이 아니었다면 한국을 이렇게 그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씨가 ‘김목수’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남편 김태윤씨와 뒤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녀에게 먼 곳에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친구들의 마음도 큰 힘이 됐다.

당선작인 ‘메모리얼 가든’은 캐나다로 이민 가 장례 코디네이터 겸 묘지 세일즈맨을 하는 남자와 묏자리를 사러 온 노인 사이에 일어난 일을 풀어 낸 작품으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최윤씨와 윤후명씨로부터 ‘삶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새길 줄 아는 능숙함’과 ‘차분하고 단련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밴쿠버선 등 이곳 일간지에 난 부고를 즐겨 읽었다는 반씨는 “여기 사람들은 죽음을 맞는 자세도 굉장히 로맨틱하고, 주택가 중심에 공동묘지가 자리잡고 있는 풍경도 한국과는 사뭇 다르더라”고 말했다. 잘 살아보려고 죽음이라는 것에 생각해보던 중에 한 모임에서 장례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작품을 구상했다.

“등단했다고 길이 다 닦여진 것은 아닙니다. 이제 내가 갈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지요.”

처음에는 다른 것 말고 글만 쓰라고 하면 살 것 같더니 지금은 글만 쓰지 말라고 하면 살 것 같다는 반씨는 더 열심히 공부하면서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를 깊이 있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살아보니까 이민 생활은 마이너가 되어 사는 것이더군요. 저처럼 이민 온 후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다면 홍역을 치른다 생각하고 한번 화끈하게, 대신 짧게 앓고 훌훌 털고 일어나세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둔 반씨는 신춘문예가 뭔지도 잘 모르는 아들이 “엄마, ‘신춘문’ 그거 언제 받아?”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은상 기자 eunsang@v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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