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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후배, 선배에게 길을 묻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4-12-31 00:00

“평소의 주위 평판이 결국에는 큰 힘이 됩니다”
을유(乙酉)년 새해 원단(元旦) 기획으로 ‘후배가 묻고 선배가 대답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비단 이 페이지를 통해 만나는 선후배 뿐만 아니라 팍팍한 이민생활을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삶과 그 지혜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편집자)

캐나다 한인 최초의 이승신 노스웨스트준주의원과 토론토 대학교 4학년 박정은씨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후배가 오늘이 있기까지의 비결을 묻자 이승신의원은 “일상 생활 속의 평판(reputation)이 결국에는 큰 힘을 발휘한다"면서 “오늘 하루하루에 충실하라”고 조언하고, "항상 친절하고 모든 사람을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신 의원(41)은 1978년 옐로우나이프(Yellowknife)로 이주한 뒤 오타와 칼튼(Carleton)대학교 정치학과, 1997년 핼리팍스 달하우지(Dalhousie) 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박정은(23)씨는 지난 1995년 밴쿠버로 이민 왔으며 현재 토론토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박정은 : 같은 이민자로서, 대한의 딸로서, 선배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우선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민 오던 당시를 회고하신다면?

이승신 : 부모님의 결정으로 중학교 2학년이던 1978년 5월, 옐로우나이프로 이주했습니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무척 슬펐습니다. 당시 1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먼저 떠올릴 만큼 성숙해 있었습니다. 또 그런 사실에 기뻤습니다. 전혀 캐나다와 옐로우나이프에 대해서 몰랐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밴쿠버에서 다시 북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캐나다는 낯설지만 경이로웠습니다. 하얀 헝겊조각같이 보이던 것이 오월에도 녹지 않고 얼어있는 상태의 호수였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박 : 많은 1.5세와 2세들은 이민이후 언어와 문화적 측면에서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李의원의 경우는 어떠하셨습니까

이 : 문화, 음식, 언어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 어차피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면 즐겁게 맞서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은 힘에 겨울정도로 벅찼습니다. 눈물로 밤을 지새는 날이 많았습니다. 특히 영어를 배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체 400명의 학생 중 동양계라고는 고작 3명뿐이던 학교에서 적응하기란 더욱 그랬습니다. 최악의 상태에서 점차 말문이 터지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하나 둘 이겨 나갔습니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과도 친구처럼 어울리려고 노력했고 결국 모든 것이 좋아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호기심 많고 분석적이어서 항상 왜 라는 의문을 품고 다녔지만 어른들은 속시원히 대답해 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지요. 다행히 사교성이 있어 친구도 많이 사귀었는데 특히 교회활동에 적극 참여했고 자연과도 벗하며 지냈습니다.

박 : 저 또한 언어의 장벽을 넘기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극복할 수 있었던 李의원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습니까?

이 : 거의 매일 울었습니다. 그래도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물었습니다. 물론 지역주민 중 원주민이 많은 특성상 정통영어와는 거리가 먼 경우도 있었지요.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기확신을 스스로 심어갔습니다. 결국 영어식 표현과 한국식 표현의 차이점과 비슷한 점이 어떤 것인지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는 옛날을 생각하며 웃곤 하는데…일단 부딪혀 보았습니다.

박 : 학교 생활을 어떠하셨습니까? 또 어떻게 적응하셨는지요?
이 : 무던히도 열심히 했지요. 중고등학교 때는 특히 수학에 자신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별로 잘하지 못하던 과목이지만 여기 와서는 이미 배웠던 내용이 많아 잘 할 수 있었어요. 캐나다에 와서야 한국서는 몰랐던 새로운 나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었지요. 잘할 수 있을 것인지 날마다 걱정이 앞섰지만 모든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또 제가 생각하고 뜻하는 일만이라도 정말 잘하고 싶었거든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다시 맞닥뜨리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 하는 식이었지요…문제해결의 연속이었다고 봐요. 잘 아시겠지만 비슷한 또래 때에는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갖기도 하고 또 중요하게 여기지요. 대학에서는 공부밖에는 몰랐던 것 같아요. 정치학, 철학,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어요. 진정으로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 훌륭하신 선생님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지요. 사회와 정부를 어떻게 구성하고 꾸려나가야 하는 지를 배우면서 저는 정치에 대해 매료되었습니다. 반면, 회계나 재무 등 수리적 판단이 필요한 과목은 상대적으로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박 :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주신다면?
이 :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더욱 또렷하고 명확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편안하게 생각하십시오. 지금 당장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겠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 자신이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박 : 이 시대를 이끌어 갈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 국민이건 주민이건 혹은 피고용원이던 간에 구성원들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또, 출신지역이나 인종, 경제적 지위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을 이루어 가려는 열망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우리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의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 : 주의원으로서 가정주부로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1인 4역 이상을 소화하려면 상당히 힘들텐데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 하루하루가 투쟁의 연속입니다. 매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녹초가 될 정도로 많은 일을 하지만 단 하루도 만족해 본 날이 없습니다. 그래도 짬을 내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요가도 하고 수예(craft)도 즐겨요. 그 동안 많은 시련이 닥쳤지만 시련은 나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시련이 저를 단련시키고 오늘을 있게 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정도예요.

박 : 주의원으로서 생활과 지역구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이 : 정치인으로서의 주의원은 상당히 보람 있는 일입니다. 재미있는 일도 많구요.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고 변화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지역구의 현안으로는 교육시설, 보건진료 시스템의 확충과 치안확보, 그리고 노약자, 어린이를 포함한 생활 보호자들을 지원하고 돕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박 : 李의원의 오늘이 있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거나 도움을 주신 사람,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또, 오늘이 있기까지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 : 살아오는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과 대학교 교수님들은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또 리더십을 기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끌어 주셨어요. 또 친구와 가족들은 제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결정하든지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또, 무슨 일을 하든 주위를 살피십시오. 세상은 좁습니다. 평소의 평판(reputation)이 결국에는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시작한 일은 끝까지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항상 친절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대하십시오. 좌우명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라(Do your absolute best all the time)’입니다.

박 : 캐나다내 소수민족의 하나인 한국인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며 한인사회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여기고 계십니까?
이 : 소수민족이라고 해서 캐나다에서 이루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으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뜻하는 모든 일을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인의 한 사람이라는 것이 오히려 자랑스러워야 합니다.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 나간다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며 만에 하나 있을 편견이라는 것도 자연히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한인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언론부분에는 벤 진, 이미정, 이숙인, 타니아 김 등이 있고 과학, 음악, 미술, 법조계에도 많은 분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이분들의 성공을 축하하고 격려해야 하며 또 다른 꿈을 이뤄 나가야 합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우리를 하나로 아우르고 묶는 일도 중요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커다란 자산이었다고 생각하며 주의원으로서의 업무 수행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하나의 가치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리 =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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