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하이커들의 성인’ 할보어 룬덴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11 00:00

冒雨攀登崖瀑谷
비를 무릅쓰고 High Falls Creek을 기어오르다.

千刃玉山掛半空 천길 낭떠러지 공중에 걸려있고
錦苔絶壑秘仙踪 비단이끼 깊은 절벽 신선들의 발자취라
奇巖猶猿依繩慄 벼랑바위 원숭이가 줄잡고도 무서운 곳
漲水下雷兩耳聾 벼락소리 폭포수에 두 귀가 멍멍하네
一逕淸蔭穿驟雨 외길 하나 수풀 사이 소나기비 뚫고 가니
一區形勝水雲中 아름다운 산중경치 안개 속에 아련하네
碧岑爽氣滌萬愁 파아란 산 상쾌한 기 온갖 시름 씻어낼 때
心身潛寂涅槃境 몸과 마음 침잠하니 열반경지 누리도다

丁亥陽七月十九日與四人探遊崖瀑谷有懷梅軒得詩
정해년 7월 19일 네 사람과 함께 High Falls Creek을 탐유하며 소회가 있어 매헌은 시를 짓다.

밴쿠버 주변의 수많은 등산 코스 중 가장 황당무계하다고 느껴지는 코스가 있다면 바로 이놈의 '하이 폴즈 크릭'(High Falls Creek)이다. 6년 전인가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햇병아리에 불과한 필자가 모 산우회를 따라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오늘 재수없이 잘못 걸려들었다'라는 생각이 들만치 아슬아슬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1년 9월 어느 날로 기억되는데, 여느 때처럼 멋모르고 선두를 따라 울창한 숲으로 들어선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갑자기 깎아지른 절벽에 쇠사슬 자일이 나타났다. 마치 그 옛날 광주 육군 보병학교 시절 소름끼치는 유격훈련장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내 앞에서 원숭이처럼 자일을 움켜잡고 절벽을 가뿐히 올라가는 여성 대원이 보는 앞이라 남자의 체면상 후퇴도 할 수 없는 노릇, 솔직히 말해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올랐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 후 이곳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장대무비한 폭포의 장관을 지척에서 구경하는 포인트에 이르기 전 쇠사슬 자일을 타야 하는 곳이 한두 개가 아니라 적어도 10여 개에 달하니 황당무계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경치가 빼어나면 자연히 그 밑에 길이 생겨나기 마련이라 해도 이렇게 위험한 200m 수직 높이의 바위절벽을 따라 누가 이런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더란 말인가. 그런데 그 장본인을 인터넷을 통해 만났다. 그리고 산행가이드 책에 기재된 밴쿠버 주변의 유명 산행코스는 거의 전부가 이 노인네 한 사람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루어진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교민들이 선호하는 번슨호 주변의 모든 산행로는 그의 손때가 묻어 있고 그 외 스콰미시 리버 계곡에 위치한 이 하이 폴즈 크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난코스도 할보어 룬덴(Halvor Lunden) 옹의 숨은 노력의 결실이다. 그에겐 이제 '산행로 도사'(master trail builder)라는 존칭이 붙어 다닌다.

팔순 후반에 접어든 그는 1951년 노르웨이에서 이민왔다고 했던가. 밴쿠버에 떨어질 당시 그의 주머니에 있던 돈은 단돈 8달러50센트. 그는 도착한지 4시간 만에 일자리를 찾았고 첫 직장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일했으며 은퇴 시까지 단 하루의 휴가도 신청하지 않을 만치 건강을 타고난 '일벌레'였다.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물어오면 "30년대 경제공황의 쓰라린 기억이 있어 일자리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일해야 지켜진다는 공포감이 아직도 있기 때문"이라고 화답한다고 했다. 등산을 좋아했던 그는 그의 모든 여가시간을 산행로 개척에 할애했다. 도끼와 톱, 로프를 짊어 지고 번슨 레이크 주변의 태산 준령의 모든 산행로를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그가 개척한 것이다. 정부나 시정당국은 이런 산행로에 예산을 할애할 여유가 없다. 주립공원의 산행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산행로는 이 노인네와 같은 독지가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개척됐다고 보면 대차가 없다. 금전적인 보상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대대로 빼어난 자연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넣고, 시간과 노력을 희생할 수 있는 그 고귀한 시민정신의 발로와 희생정신은 '이 시대의 성인'으로 추앙되어 마땅하다.

노력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요, 누가 알아 달라고 해서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 정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실함은 하늘의 길이요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은 사람의 길이다…성실함이란 생각지 않고도 깨닫는 것이며 조용히 도에 들어 맞음이니 이것이 바로 성인 됨이다(誠者天之道也 誠之者人之道也 誠者不思而得從容中道聖人也)”라고 한 중용의 구절은 바로 이런 정성을 가진 사람을 말한 것이지 않을까.

그가 이 하이 폴즈 크릭의 절벽 산행로를 혼자 개척한 것은 등산객들이 아니라 오직 숲 속의 새들이나, 폭포수, 그리고 이곳을 스쳐가는 운무와 비바람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곧 그가 '공이 이루어지면 거기에 매달리지 말라'(功成而不居)는 노자의 가르침을 실천함이요, 맹자가 말한 '여민동락'(與民同樂) 정신을 몸소 발휘함에 다름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그가 이 밴쿠버의 하늘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같은 산행인들에겐 축복이다. 성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시대의 성인이지 않을까. 이날 그가 설치한 쇠사슬 자일을 움켜잡으니 유난히 그의 대한 존경의 염이 계곡 속의 자욱한 운무와 함께 한참 피어 오르고 있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졸업 후 취업 도와주는 캠퍼스 도우미
전공은 이미 정했는데 졸업 후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잘 모른다거나 학교를 다니는 동안 취업을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있다. 바로 커리어 어드바이저(Career Advisor). 특히 자신의 활동범위나 네트워크를...
6명중 4명 은 조직 폭력단 관련인물
써리관할 캐나다연방경찰(RCMP)은 써리 고층아파트 15층에서 발생한 6명 살인사건은 총과 마약, 갱단과 폭력이 모두 관련돼 있는 것으로 초기 수사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망자 6명 중 4명은 갱단 관련자이며 2명은 무고한 피해자라고 23일 발표했다....
1차 부검에서 사인 발견 못해
지난 13일 밴쿠버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폴란드인 이민자 로버트 지칸스키씨(40세)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BC주 검시청은 1차 부검에서 사망 원인을 찾아내지 못해 사망심의(Coroner’s inquest)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망 심의 절차는 검시 후 사인이 파악하지 않을 경우...
분가한 20-30대 10명 중 6명 내집 소유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25세-39세 캐나다인 10명 중 6명이 자기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통계청은 2006년 자료를 토대로 부모로부터 독립한 25세-39세 젊은 층의 내집 소유 여부를 조사했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젊은 층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 상세한 내용은 공개 안 해
써리 이스트 월리 링 로드(E. Whalley Ring Rd.) 9830번지에 위치한 밸모랄(Balmoral) 아파트 1505호에서 19일 사체 6구를 발견해 수사에 착수한 연방경찰(RCMP)은 수사 지원 인력 150명을 투입해 수사를 계속 확대해나가고 있다. 23일 경찰은 사망자들의 사인이나 사망 경위에...
선(善)이란 단순히 ‘착하다’(virtuous)는 뜻만 들어 있는 것이
일식 레스토랑‘세미(She-Mi)’
주말을 맞아 당일코스로 호프, 해리슨으로 나들이 갔다가 돌아오는 길. 한국이라면 필시 근처 어디쯤 맛있는 토종닭도리탕을 파는 식당이 있을 것만 같은 한적한 도로변. 차는 슬금 슬금 막히고 배는 출출한데 저녁 식사시간까지 시내에 닿을까 말까 어중간한...
계곡형 낚시터-캐필라노 리버
대부분의 연어낚시터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더라도 최소 한 시간 이상을 가야 하지만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도
BC하이드로 이연식씨
한국에서처럼‘삼팔선(38세 퇴직)’,‘사오정(45세 정년)’으로 불리는 살벌한 구조조정이 위협하는 나라가 아닌 캐나다에서도
“사망자 모두 성인… 사건 경위 수사 중”
써리 시내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19일 사체 6구가 발견돼 경찰이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써리 관할 연방경찰(RCMP)은 이스트 월리 링 로드(E. Whalley Ring Rd.) 9830번지에 위치한 고층아파트 15층에서 사체 6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체 발견 당시 사인은 가스...
독서 프로그램 등은 다음주부터
밴쿠버 도서관이 88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24일부터 정상 운영을 시작한다. 밴쿠버 도서관 직원 770명을 대표하는 캐나다 공무원노조(CUPE) 391지부 노조원들은 도서관과 노조간에 임시합의안에 대해 18일 투표를 통해 71%가 승인해 77년 만에 발생한 파업을 종료했다....
주정부, 영화산업 진흥 정책 추가 발표
BC주정부는 지역 내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2013년까지 향후 5년간 영화제작관련 세액공제...
올해 2.4% 인상… 평균 4855달러
BC주 내 대학교 등록금이 물가보다 높게 올랐다. BC주 통계청은 2007/08학년도에 대학교에 등록한 학생(풀타임 기준)들이 부담하는 학비가 지난해보다 2.4% 오른 평균 4855달러를 기록했으며 대학원 등록금은 지난해보다 2% 오른 평균 5716달러라고 발표했다. BC주 대학...
매널스 부족 조약 원주민 승인…2010년 발효될 듯
밴쿠버 아일랜드 서부 토피노 인근 5개 매널스(Maa-nulth) 부족이 BC주정부와 토지협상 끝에 2010년부터 자치권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BC주정부는 올해 7월 승인된 트와슨 부족조약에 이어 두 번째로 원주민의 자치권을 허용하는 매널스조약에 대해 우클룰렛 부족 등...
BC주정부, 웰컴BC와 손잡고 추진
BC주정부의 액트나우BC가 웰컴BC와 손잡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의 건강한 생활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월리 오팔 복합문화부 장관은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건강한 커뮤니티를 이루는 필수요건”이라며 “건강한 생활습관...
‘Aldor Acres’ Pumpkin Patch
[펌킨 유-픽(U-Pick)과 동물농장] ◆ Pumpkin Patch 호박이 있어 더욱 풍성한 요즘, 아이들에게 호박은 죽, 떡의 재료가 아니다. 호박 밭에 널려 있는 키 만한 호박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이감으로 실컷 즐기는 것이 최상. ‘펌킨’농장 ‘Aldor Acres’는 바위덩이 만한...
이선영 주부(밴쿠버 웨스트)의 ‘꼬투리 김밥’
무슨 요리를 주문해도 바로 꺼내기만 하면 될...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환경오염문제에 대응하는 캐나다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토론토스타는 사설‘Lack of progress on environment’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BC주정부·한국무역협회, 교역확대 양해각서 교환
한국무역협회 이희범 회장과 콜린 한센 BC주 경제개발부 장관이 한국-BC주 간의 사업 및 투자기회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BC주정부가 상호 교역 확대를 위해 손을 잡았다. 한국무역협회 이희범 회장과 콜린...
수표 확인 시간 이용 사기
집을 찾는 사람뿐만 아니라 집을 임대하려고 내놓은 사람도 사기 피해를 입고 있다. 사기사건 신고센터 ‘폰 버스터스’는 최근 인터넷을 이용한 렌트 피해 사례를 공개하고 주의를 촉구했다. 코퀴틀람에 거주하는 오드리 소바니씨는 인터넷에 아보츠포드 소재...
 1421  1422  1423  1424  1425  1426  1427  1428  1429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