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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십이월 2018.12.19 (수)
십이월,기쁜 성탄이 울려 퍼지고빨강 초록 물결이 눈부신저마다 흥겨운 자리궁핍한 시선 하나자선냄비에 던져지는 동전처럼구르는구나삶의 등짐이 버거워영혼마저 팔 듯한가여운 사람, 사람아부디 힘내시라고난과 생명의 십자가처럼두 얼굴의 연말이 지나새날 동트면이윽고그대 굽은 등 일으켜비상의 홰치는 소리우렁차지 않으리.
임현숙
이순耳順에 들다 2018.08.08 (수)
어엿이 내 나이 이순트로트보다 발라드가 좋고연인들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리는데거울 속 모습은 할머니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이순에 들어서니무심히 버리고 온 것들이 어른거린다하루가 멀다 붙어 다니던 친구장흥 골 어느 카페부부동반 교회 모임형제처럼 오가던 지인들뚱뚱보 우리 언니하물며아끼던 이쁜 그릇들이며내 눈물 받아주던 옛집의 능소화까지추억은 한창 젊고 어여쁘다이순을 넘어서니지난날 부끄러운 기억을 꼬집고미안하다...
임현숙
안개 도로 2018.04.10 (화)
온종일 안개가 마을을 먹고 있다시골집 굴뚝에서 웅성웅성 피어오르던 연기처럼꾸역꾸역 달려와 지붕을 삼키고 키 큰 나무를 베어 먹더니지나는 차까지 꿀꺽한다잿빛 도로가 덜거덕거리며 어깨를 비튼다문득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등에 업은 삶의 무게가 저 길만 할까 싶다달리는 쇳덩어리에 고스란히 밟히다가달빛이 교교한 새벽녘에서야 숨을 돌린다신과의 싸움에서 진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처럼거북등 같은...
임현숙
가을이 그리는 수채화를 보노라면고즈넉한 풍경 한 점이 애틋합니다   가을이 무르익은 어스름 녘가로등 그윽이 눈을 뜨고소슬한 바람 한 자락 갈잎 지는 곳나처럼 외로운 벤치 하나   쓸쓸함이 황홀한 그 자리에 앉으면풍경 저편에 사는 추억이 천리마처럼 달려옵니다   풀빛 유년과 가난이 조롱하던 학창시절 바람에 흔들리고 싶던 청춘 능금빛 사랑과 가을 잎새까지 처연한 슬픔마저도풀잎처럼 꽃처럼 향기롭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임현숙
11월의 우리 2017.11.07 (화)
비어가는 11월햇살이 짧은 그림자를 거두면한 뼘 멀어진 나무와 나무 사이바람이 밀고 당긴다멀어진 만큼 따스함이 그리운 계절바람 든 무속처럼 한여름 정오의 사랑이 지고 있으므로 슬퍼하지는 말자꽃이 져야 씨앗이 영글 듯 우리 사랑도 가슴 깊은 곳에 단단히 여물었다한여름 광기의 사랑이 저물어감으로더욱 간절한 우리마음의 더운 손 부여잡고 가까이이마가 닿을 만큼 가까이심장과 심장이 교차하는 거기한 그루의 나무로 서자.
임현숙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가을인가 봐그토록 뜨겁던 바람이 그믐달의 싸늘한 눈매를 닮았어 가로수 잎이 뱅그르르 바람개비 되었네   가을이 오면 여름이 떠나가듯이 꿈의 내일이 오면  시련의 오늘이 지나간다지   황금 가을이 내게 올 때 제비처럼 박씨 하나 물고 온다면 금 나와라 뚝딱 임 나와라 뚝딱   어려서 읽은  동화 속에선 늘 그랬어   아, 가을아  옛이야기 같아라.  
임현숙
봇짐장수 2017.07.22 (토)
티브이에서 삶이 천형인 듯한 사람을 보며나는 울었다 기역으로 꺾인 허리, 변형된 발로 하루 열 시간 걸어 생선을 판다뒤로 넘어져 허리뼈가 부러졌는데 돈 없어 치료를 못 해 활처럼 휜 등가난이 아픔보다 더 무서워 발품을 판다는 고희 넘은 할머니온종일 힘겹게 생선 판 돈 이만 팔천 원삶이 가여워서 울었다누군가 점심을 주면 터질 듯 배부르고 굶을 땐 한 없이 굶는단다자식들에게도 가난을 물려주어 미안하다며이다음에 자식 신세는 지지...
임현숙
맑은 바람결에흐르는 구름이 되는 아침어제보다 그늘을 더 드리우는 나무 한 그루와 눈을 맞추면 내 말에 옳다 끄덕이기도 아니라고 살래살래 도리질하며철부지 나를 가르친다 나뭇잎처럼 가벼이 흔들리지 말고뿌리처럼 지긋하게 땅을 밀고 하늘을 고이고 살라 하니파란 하늘이 어깨를 으쓱한다 가르침을 새기는 순간간들바람 불어와속눈썹이 파르르 하…나뭇잎 같은 하루.
임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