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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우림 속 色의 향연 그 작은 섬에 매혹되다

최보윤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10-12 11:24

[짙푸른 카리브 해에 둘러싸인 서인도제도의 작은 섬, 인구 400만, 스페인어로 풀이하면 ‘부유한 항구’인 푸에르토리코식민지 종주국 스페인 영향을 받아 파스텔 색조의 올망졸망한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고, 미국 유일 열대우림이 있다는 것도 색다르다. 푸에르토리코=최보윤 기자, 편집=뉴스콘텐츠팀]
 
푸에르토리코
 
때로는 단어 하나가 환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푸에르토리코가 그랬다. 깊이를 알 수 없이 짙푸른 카리브 해에 둘러싸인 서인도제도의 작은 섬. 인구 400만. 스페인어로 풀이하면 '부유한 항구'인 푸에르토리코는 매혹적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비행기 직항으로 5시간 정도. 1952년 미국 자치령이 됐다. 미국 내 국내선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따로 입국 심사가 필요 없고, 영어와 스페인어가 공용이어서 언어 장벽도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카리브해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올드 산후안(Old San Juan)은 점령지였던 스페인의 영향을 받아
골목 골목이 파스텔 색상으로 가득했다. 멀리로 바랜 갈색 빛의 산 크리스토발 요새가 보인다. / 푸에르토리코=최보윤 기자>
 
미국 동부 뉴욕에서 서부 샌프란시스코가 직항으로 6시간 넘게 걸리는 걸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가뿐했다. 푸에르토리코와 멀지 않은 도미니카 공화국, 코스타리카, 바베이도스, 바하마 등도 미국 동부에서 가기 좋은 휴양지로 꼽히지만 그래도 선택은 푸에르토리코였다. 식민지 종주국 스페인 영향을 받아 파스텔 색조의 올망졸망한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고, 미국 유일 열대우림이 있다는 것도 색다르다. 로밍할 필요 없이 미국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을 그대로 쓰면 된다. 구글 맵과 맛집 추천앱(app)인 옐프,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트립어드바이저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공항에서 차로 십여분 거리, 호텔·리조트가 늘어선 콘다도(Condado) 지역에 숙소를 잡았다. 호텔·항공기 예약 사이트인 익스피디아에서 평소보다 반값으로 나온 ‘핫딜’을 재빠르게 클릭했다.

마치 새집을 방문한 것처럼 도시는 깨끗했다. 방금 정제해 놓은 듯한 유백색 모래알은 스펀지처럼 폭신했다. 바다는 사파이어보다 영롱했다. 사람도 많지 않아 ‘쏴아아’ 파도 소리가 고요함을 덮었다. 이런 게 천국이구나 싶다.

푸에르토리코를 검색하면 추천 목록 1번으로 나오는 올드 산후안을 제외하고,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을 알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영어가 공용어라더니, 모두 잘하는 건 아니었다. 400년 넘은 스페인 지배 역사는 그들의 핏줄에 진하게 새겨져 있었나 보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산투스 지역의 한 술집. 아티스트가 그림을 그려주는 이벤트가 이따금 열린다.
DJ 부스가 따로 있어 한밤중엔 클럽 분위기가 된다.>

그 때였다. “산후안에 있는 산투스(Santurce) 지역이 요즘 뜨는데, 그라피티(벽에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 있어요? 거리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에요. 가끔 카페나 술집에서 무료로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고요.” 푸에르토리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창업하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주한 지 반년 됐다는 대만계 미국인 청년이었다. 스페인에서 1년 넘게 살아서 현지인들과 빠르게 친해진 덕에 여행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여기에 왔으면 엘 윤케(El Yunque) 열대국립공원에는 무조건 가야죠. 근데 콘다도가 숙소면 자동차를 타고 두 시간은 가야 하는데…. 호텔에 여행사 연계 프로그램이 있을 테니 예약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플라멩코 비치가 캐리비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긴 하는데 최소 하루 이상 날 잡고 비행기나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해요.” 서쪽의 링콘(Rincon)은 1960년대 미국 밴드 비치 보이스의 ‘서핑 사파리(Surfin’ Safari)에 등장할 정도로 서핑 메카로 꼽힌단다. 그의 추천을 우선 믿기로 했다. 


<엘윤케 국립공원>
 
산투스에 대해 검색해보니 그라피티 아티스트 축제로 유명했다. 뉴욕타임스 등 유명 언론에도 ‘진화하는 캐리비안 젊은 미술’이라는 주제로 다뤄졌다. 산투스의 플라시타(Placita) 지역은 낮에는 시장, 밤에는 파티장이 됐다. 거리에서 밤새 춤을 추는 이도 적지 않았다. 팝 가수 제니퍼 로페즈의 부모가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라더니, 로페즈 못지않은 허리 곡선과 춤사위를 자랑하는 여자들이 적지 않았다. 과거 서인도와 유럽을 잇는 거점에, 흑인 문화가 유입되고 플랜테이션 농장 일꾼들의 노동무(舞)에서 발전한 살사댄스까지 혼종 문화의 표본이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엘 윤케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해 한 시간 반 정도 산길을 걷는 트레일에 이어 폭포 수영을 하는 반나절 코스가 80달러 정도. 거대한 수목이 이어지고 때때로 크고 작은 폭포가 있었다. 여기선 휴대폰도 잘 안 돼서 트레일 길을 벗어나면 미아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자생하는 개구리인 코키(coqui)를 비롯해 도마뱀, 앵무새 같은 자생종들을 구경하다 보면 폭포가 등장한다. 자연은 탈의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옷을 벗었다. 연간 6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구 도심지 올드 산후안으로 향했다. 구글 맵이 가르쳐주는 대로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쭉 걸었다. 푸른 빛이 도는 자갈은 햇살에 빛나고, 파스텔톤 집들이 골목골목 펼쳐졌다. 알록달록한 건물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특히 인기 있는 여행지라는 게 실감이 났다. 올드 산후안을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산 크리스토발 요새와 가파른 절벽에 서 있는 엘 모로 요새는 16세기 전략적 무역의 근거지였던 푸에르토리코의 위용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워낙 모습이 잘 보존돼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파스텔톤 집들이 골목골목 펼쳐졌다. 알록달록한 건물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이었다.>

하지만 경제 불안의 기운은 도심을 어둡게 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떠올랐다. 여자 주인공 마리아는 1940~1950년대 미국 뉴욕 할렘으로 대거 이주한 푸에르토리코 빈민의 딸이다. ‘아메리칸드림’은 반세기 만에 흔들리는 듯 보인다. 푸에르토리코는 정부 부채로 지난 4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올드 산후안 구석구석, 사람보다 고양이와 닭이 거리에 더 많이 보였다. ‘카리브해의 하와이’ ‘카리브의 진주’로 불렸던 곳이 맞나 싶었다.

이상한 건 현지인들의 표정이다. 우울해할 줄 알았는데, 만나는 이들마다 나라 자랑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아름답잖아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가 몇이나 될까요. 돌아가면 계속 생각날걸요. 푸에르토리코의 밤이.” 아닌게 아니라,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가는 방법 보통 미국 뉴욕이나 시카고를 경유한다. 뉴욕에서 5시간 정도.

스페인식 볶음밥이나 타파스(에피타이저와 안주로 먹는 작은 접시 요리)류가 많다. 전통 음식으로는 모퐁고(Mofongo·사진)가 유명하다. 요리용 바나나로 불리는 플랜틴을 튀겨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마늘, 각종 고기, 채소를 섞어 으깨 소스를 얹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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